[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41 우크라이나 여행 5편, 마지막 일정
우크라이나 대기근 기념관에서 쭉 걷다 보면 2차 세계대전을 다룬 박물관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 조형물들과 잘 조성된 공원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련이 세운 조국기념비(The
Motherland Monument)
▲조국기념비(The Motherland Monument)
우선 가장 먼저 거대한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높이가 102미터에 달하는 이 동상은 소련의 국가 상징이 왼쪽 방패에 새겨져 있습니다. 오랜 시기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일원이었고, 그 시기의 세워진 동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조형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며 걷다 보면 2차 세계대전 박물관에 도착하게 됩니다.
무기들을 전시한 것도 확인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과 군인들이 새겨진 조각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소불가침 조약, 그 사이의 우크라이나
2차 세계대전 시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독소 불가침 조약 이후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소
불가침 이후 양국은 폴란드를 분할하게 되는데, 이 때 동부 우크라이나를 이미 점유하고 있던 소련은 우크라이나
서부지역도 획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전쟁 이후에도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상황이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야기합니다. 폴란드의 영향을 받았던 서부 지역은 다시
러시아로 편입된 형태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감정이 그다지 좋을 수 없습니다. 대조적으로 일찍부터 소련의
일부로 발전을 이루었던 동부지역은 상대적으로 반 러시아 감정이 덜한 편입니다.
복잡한 국제정세도 고려해야 합니다. 오랜 시기 폴란드와 러시아에 시달렸던 우크라이나인들은 나치
독일의 진군을 지지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매우 탄압했을 뿐이었습니다. 당시 독일은 뮌헨 회담으로 공업화된 체코 지역을 병합한 독일이 2차세계대전
초기 전선을 주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풍요로운 우크라이나 지역을 활용하거나 우호적인 동맹국으로 남겨둘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폴란드-러시아 사이에서 학살과 수탈을 당한 것처럼, 이번에는 독일과 소련 사이에서 양쪽 모두에게 학살과 수탈을 당하게 됩니다.
▲박물관 입구
National Museum of the History of Ukraine in the Second World War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관람하였습니다. 14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략 2차세계대전개전, 독소전쟁 시작, 우크라이나 내에서 벌어진 전투들, 크림반도 방어전, 나치 점령시기, 전후 점령시기,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운동, 전쟁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사회, 경제 및 문화, 주요 전투들, 우크라이나를 향한 나치 침략, 그리고 기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국에 다닐 때마다 생생하게 구현된 전시물은 항상 놀랍습니다. 전투양상을 지도로 보여준 경우는
물론이고, 여러 부조, 실제 사용했던 군용품들, 사진을 확대하여 벽면에 재배치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박물관
전시가 입체적이고 유물을 많다 보니 특별한 전시기법이 활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현장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잘 알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이정표나 기본 안내지는 영어로 적혀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살펴보면
쉽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각 관 별로 한 장의 분량으로 설명이 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면 됩니다.
사진으로 구성된 기념관
▲기념관에 들어서며 찍은 사진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마지막에 본 기념관이었습니다. 별다른 전시기법 없이 사진만으로 전시관을 구성, 당시의 다양한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도록 연출하였습니다. 사진 몇 장과 영상 한 개를 공유합니다.
박물관을 나온 후 정말 마지막으로 키예프에 있는 기차역을 방문했습니다. 직접 기차를 타지는 못하지만
기차역을 구경해볼 겸, 기차역에 있는 작은 박물관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출발하며 우크라이나 여행을 마쳤습니다.
복잡한 관계를 직접 배울 수 있었던 여행
생각 없이 떠난 여행에서 얻은 것은 꽤 많았습니다. 우선 많은 박물관과 명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렴한 물가 덕분에한식도 실컷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동유럽 국가들의 복잡한 관계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독일에게 가장 먼저 침공을 당하고 그 이전부터 분할을 당했던 폴란드를 약자로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양사를 배우면서 사실은 폴란드가 근세까지는 강국이었다는 점, 주변 국가들에게는 결코 약자가 아니었다는
점,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소련에 대해 독선적인 태도를 갖추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나치 독일에게 협력하여 폴란드를 핍박하지만, 정작
나치 독일에게도 천대받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함부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국가 간의 관계라는 것을 더욱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친한 선배와 통화하니, 좋은 접근이지만 거기에서 머무른다면 서론에서 끝난다는 조언을 들은 것도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에서 부를 창출하고 직업을 얻을 것인지, 이 부분을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조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우크라이나 여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