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덜란드 특파원 만피입니다.
오늘은 헤이그에 오랜만에 햇살 쬐는 기분 좋은 날이네요. 기쁘게도 하필이면 오늘 제일 수업이 많은 날이기도 하지만요 ㅋㅋ
자. 아무튼 오늘은 저번의 국제기관 소개에 이어 제가 바로 전에 간단히 소개한, 또 이전에 방문한 적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방문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화창한 어느 날, 좋은 기회를 받아 친구들과 함께 국제형사재판소에 방문했습니다.
으리으리한 정문이 있었지만 방문객은 무섭게 철창이 쳐진 후문으로 들어가야 하더라구요 ㅋㅋ
소지품 검사와 신분 확인을 마친 후 로비로 들어가 기분 좋게 인증샷을 찍으려니 재판소 안은 사진 촬영 금지라는 말을 듣고 얌전히 가방에 사진기를 넣었습니다.
그 때, 한 쪽 복도에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관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던 이 분!
너무 한국인처럼 생기셨는데? 하고 자세히 보니 정말 한국분이셨습니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셨던 송상현 재판관님이었습니다. 왠지 뿌듯해지려던 찰나 저희를 안내해 주기 위해 나와있던 직원 분이 “한국에서 온 저 분이 여기의 프레지던트에요.”라고 설명해 주셔서 제가 ICC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엄청 자랑스럽고 어깨가 으쓱하더라고요 ㅋㅋ
알고 봤더니 송 재판관님 6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시고 이 국제형사재판소에서도 3년 임기만료 후에 다시 프레지던트의 임무를 수행하고 계시는 엄청난 분이라고 하네요.
*ICC의 재판관은 출신 대륙, 출신 인종, 성별, 이 세 가지 기준의 동등한 비율로 선발된다고 합니다.
반대편에는 ICC의 회원국의 국기가 쭉 걸려있었습니다. 이 ICC는 유엔 산하 기관이 아닌 독립된 기관으로 국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대상으로 재판과 판결, 처벌을 내리는 기관인데요, 독립된 기관이라 개별 국가가 국가 방침에 따라 참여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등을 비롯해 117개 국이 회원국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세계 초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은 현재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설명하시는 분께선 미국 국적의 외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라고 하고 스파이, 또는 CIA라고 읽죠) 등이 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로비에서 이러한 설명을 들은 후 실제 법정을 보기 위해 위 층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라가보니 재판이 진행 중인 것입니다! 깜짝 놀라서 안내하시는 분께 여쭈어보니, 재판하는 것을 실제로 참관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싶어 통역기를 집어 들고 자리에 얼른 앉아 조용히 참관했습니다… 만.
재판은 프랑스어로 진행되고 통역기에서는 이 프랑스어를 영어로 동시 통역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졸음을 참으며 듣고 있는 저완 달리 유리 반대편에선 긴장감 넘치는 실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법정에서는 2002년에 콩고에서 벌어진 소년병의 강제 징집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누구의 사촌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심문하고 등등이 진행되었는데 듣긴 힘들었지만, 왠지 중요한 역사의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에 보람있었달까요 ㅎㅎ
*국제형사재판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온라인으로 참관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견학은 어떻게 신청하는가?
만 16세의 신분이 확인된 모든 사람들은 국제형사재판소를 견학할 수 있습니다. 매 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개방하는데요 신청하는 방법은 완전 간단하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받아 작성한 다음 방문을 원하는 날짜의 2주 전까지(단체는 3주 전까지) 해당 이메일 주소로 보내서 승인만 받으면 OK!(개인 방문자의 경우 해당 날짜의 5명의 사람이 모여야만 관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헤이그를 방문하실 일이 있다면 시간에 맞춰서 미리 예약해 1~2시간 정도 관람하시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거라 생각되네요.
지금까지 오랜만에 햇살이 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피였습니다!
*ICC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이기 때문에 모든 사진은 ICC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www.icc-cpi.int/Menus/ICC/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