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코펜하겐, 덴마크 (15) '햄릿'의 배경이 된 성, 크론보그
손이 시렵습니다
발이 시려워요
으앜 추워!! 는 아니지만 은근과 끈기로 싸늘한 밤입니다.
제가 덴마크의 교통편에 대해 설명해드렸을 때, Regionaltog를 타고
젤란 섬의 북쪽까지 갈 일이 있었다고 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제가 섬의 북쪽으로 간 이유는
바로 Helsingør (영어로 Elsinor) 에 있는 덴마크의 오랜 성, Kronborg 에 다녀왔기 때문이죠!
Helsingør 의 위치 한 번 보실까요?
A가 코펜하겐,
B가 Helsingør (한국어로 된 지도에는 '헬싱괴르' 라고 나오지만 실제 발음은 '헬싱어'에 가깝습니다) 입니다.
멀어보이지만 기차로 딱 1시간 걸려서 가는 거리였습니다.
옆에 있는 '헬싱보리'는 스웨덴의 도시구요.
Kronborg 에 왜 갔느냐! 그냥 성이니까?
크론보그는 그냥 성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셰익스피어 '햄릿'의 배경이 된 성이랍니다!!
나름 영문학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큰 맘먹고 수업 하나가 휴강이던 월요일에
아주 비싼 기차표를 끊고.. (모든 존을 갈 수 있는!) 헬싱어로 향했습니다~
Helsingør 역에 도착!
기찻길 너머로 보이는 바다
역에서 나와 거리를 보니 역시 코펜하겐보다 많이 한적한 분위기 입니다.
자전거는 이 곳에도 있군요!
역과 크론보그는 멀지 않습니다. 1km도 안되요!
저기 보이죠!
성을 향해 걸어가는 길.
귀여운 초등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가봐요 =33
성으로 가는 길에 본 이쁜 분수입니다.
여자 세 명이 손을 잡고 도네요. 앞에 꽃들도 엄청 이쁘죠
'Kronborgvej' .. '크론보그 로路' 라는 뜻입니다.
성 주위에 호수! 옛날에 만들어진 성은 이렇게 성 주위를 물이 둘러싸고 있지요.
물론 크론보그는 바다 바로 옆에 있는 성이니 이 물은 호수가 아니고 바다지만요..
크론보그를 위에서 볼까요?
이런 구조랍니다! 입구는 왼쪽에 보이는 작은 다리에요-
다리를 지나
(이 다리에서부터 주변에 스피커들이 곳곳에 설치돼있습니다.
크론보그를 다니면서 신기했던 것은 다른 장소들의 스피커에서 알맞은 음향효과가 나왔던 점입니다.
이 입구에서는 말발굽 소리, 군인들의 호령 소리, 발걸음 소리가 났었어요)
아주 멋있는 문입니다
가운데에 보면 알파벳 C와 숫자 5가 겹쳐 있지요.
가이드 투어를 받으면서 들은 사실인데 이는 '크리스티안 5세'를 뜻한다고 해요.
덴마크 곳곳의 성 혹은 왕실의 건물에 C나 F와 숫자가 있으면 어느 왕 때 지어진 건물인지 알 수 있다고 해요
첫번째 입구로 들어오자 기념품샵, 까페와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덴마크는 어느 유적지, 어느 공공장소를 가든 까페와 레스토랑을 빼놓지 않습니다.
성 주변 호수에 사는 백조입니다
좀.. 공격적인 백조였어요.... 아이도 멀리 떨어져서 빵을 던져주죠
성벽 뒤에 보이는 탑
드디어 두 번째 입구가 보입니다.
바다 바로 옆의 성이죠.
저 멀리 보이는 곳은 위 지도에서 봤던 것처럼 스웨덴의 헬싱보리 입니다.
성에 들어왔습니다! 사각형 둘레의 성, 탑, 작은 분수가 있습니다.
영어로 된 가이드 투어에 아슬아슬하게 합류했습니다.
역사이야기도 많이 듣고 정말 재밌었어요!!!!
크론보그Kronborg 는 Crown Castle, 즉 왕관의 성 이라는 뜻입니다
1420년에 요새로 지어진 이 성은, 세월이 가면서
Sound due (Sound 세금 - Sound 는 성 바로 앞의 바다 Øresund 의 영어표기입니다) 를 걷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죠.
투어의 제일 처음 방에서 보여진 Sound 세금에 대한 방입니다.
왕 위로 금화가 쏟아지죠?
덴마크로 오는 배든 아니든, 이 구역을 지나가는 배는 무조건 통행료를 내야했고,
납부를 거부하는 배는 헬싱어와 맞은 편 헬싱보리(옛날에는 그 땅도 덴마크 땅!) 양 쪽에서 쏘는
대포로 인해 침몰했다고 합니다. (..@_@ 돈내기 싫음 죽엇!)
이 세금은 왕의 주머니로 곧장 들어가는 돈이었고 왕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예산이었기에
덴마크의 왕들은 오랜 세월동안 이 세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답니다.
나중에 미국 선박이 세금 납부를 거부하며 국제적으로 Sound due 가 해적질과 다를 게 없다는
여론이 생겨 사라지게 되었죠. 하지만 덴마크 왕들이 이 세금으로 챙긴 이익은 어마어마하답니다.
King's Chamber. 왕의 집무실입니다.
지금 보존돼있는 방은 크론보그 성이 17세기 초반에 한번 불 탄뒤 재건 사업으로 만들어진 (크리스티안 4세 때)
바로크 양식의 방입니다. 그 전에 있던 르네상스 양식(프레데릭 2세 때)은 훨씬 더 화려하답니다.
천장의 아기 천사들 *_*
왕의 집무실을 옆에 있는 이 작은 방은 무슨 용도일까요?
바로 왕의 침실이랍니다! (침대는 없네용)
왕의 침실이 왜이렇게 작은지?
바로 크론보그가 너무 북쪽에 있어서, 늦가을-겨울동안 매우 춥기 때문입니다.
방이 넓으면 넓을 수록 방을 따뜻하게 하는 데 시간과 연료가 많이 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침실은 최대한 작게 하여 빨리 데우도록 했다고 합니다.
Queen's Chamber. 여왕의 집무실입니다.
여왕의 '집무실'인데 웬 식탁?
프레데릭 2세의 왕비 소피는 왕비이기엔 매우 '특이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직접 요리를 하고 (물론 요리의 전 과정을 하진 않았겠지요?)
아이들을 정성으로 키운 왕비였다고 하네요. 특히 아이들이 아플 때는 더더욱!
식탁을 더 가까이 찍어 보았습니다.
이 식탁에서 제일 비싼 음식은 가재도 빵도 아닌 바로 저 가운데에 있는 레몬이에요!
레몬은 아무래도 추운 덴마크에서 나는 과일이 아닐테고, 향신료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지라
당시에 엄청 엄청 값나가는 재료였다고 합니다.
또 더 자세히 보면 나이프와 포크가 없지요. 이 시대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매우 '개인적인' 물건으로,
각자 자기의 것을 들고다니면서 식사 때 썼다고 하네요. 크리스티안 4세는 자기 것을 잘 잊어서
남의 식기를 자주 빌려썼대요 ㅋㅋㅋㅋ
Queen's gallery. 여왕의 갤러리입니다.
여왕의 집무실과 무도회장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방입니다.
이 갤러리가 지어지기 전에는
여왕이 집무실에서 나와 무도회장으로 가려면 밖으로 나와 비와 눈으로 젖은 땅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것이 너무 싫은 왕비(소피)는 프레데릭 2세에게 자기가 그 고생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아니면 침실의 문을 잠가버리겠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합니다.
왕은 곧바로 왕비의 청을 들어주어 이 갤러리를 지어줬습니다.
원래 이 곳에도 훨씬 더 많은 그림이 있었는데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스웨덴이 거의 다 가져갔다고 하네요.
(스웨덴과 덴마크는 이웃 나라라서 사이가 좋을려나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구요.
잦은 전쟁으로 서로에 대한 앙심이 꽤 두터워보였습니다. 살짝 우리나라와 일본 비슷한 느낌입니다)
여왕의 갤러리를 지나면
크론보그의 유명한 너비 62m의 무도회장이 나오는데..
오늘도 '30개의 사진'에 걸려서 저는 여기서 포스팅을 마칠게요.
가이드 아저씨에게 들은 재밌는 이야기 여러분들도 꼼꼼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덴마크 역사 재밌답니다!
포스팅 쓰는 중간에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군요 .. 그래서 지금 시간 새벽 3시 15분까지
글 쓰다 기사보다 쓰다 기사보다 하느라 좀 피곤해지기도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오늘 이만 마치겠습니다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