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덜란드 특파원 만피입니다.
제가 사는 헤이그 옆에는 대학 도시로 유명한 레이덴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가 태어난 도시이자 네덜란드의 유명한 대학 중 하나로 손 꼽히는 레이덴 대학이 있는 비교적 작은 도시인데요, 지난 월요일에 레이덴 독립 기념일 축제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봤습니다.
소문대로 레이덴 역에서 내리자 마자 축제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도시들이 대체로 작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작은 도시에 속하는 레이덴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정말 온 도시의 시민들이 축제를 즐겼기 때문일까요, 시내가 사람으로 꽉 차 있더라고요.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축제날이 신나는 이유 중 하나는 길거리 음식이 아닐까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향긋한 냄새들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되는 각종 노점 음식점들이 길거리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음식 문화도 검소하기로 유명한 나라답게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전해진 음식들이었지만요.
운하의 나라답게 배를 서로 연결하여 선상 호프도 운영하고, 보트 투어를 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나이에 상관없이 축제를 즐기시며 길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그런데 이 사진에서 춤을 추고 있는 저 분. 춤을 추다가 옆에 계신 여자분을 헌팅하려는 시도를…. ㅋㅋㅋ
축제니 또 공연을 빠트릴 수 없죠!
이 날은 월요일이었지만 레이덴에서는 공휴일이었어요. 원래 이 축제 기간에는 레이덴에 있는 거의 모든 상점이 할인 행사를 하지만 딱 공휴일에 맞춰가서 아무 구경도 못했네요.
하지만 이 날 근무인 경찰분들 보단 운이 좋았죠. 근무이신 분들도 잠깐 순찰을 멈추고 공연을 구경하시고 계시네요.
이왕 축제에 왔는데 놀이기구를 타자! 고 같이 간 친구들과 으쌰으쌰해서 관람차를 타러 갔는데 한 번 타는데 6유로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6유로면 거의 만 원….
정말 즐거운 축제 현장이었지만 역시 가난한 유학생에겐 조금은 아쉬운 축제 현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ㅋㅋ
집에 돌아온 후 무슨 독립 기념일이길래 도시의 독립 기념일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이런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독립 기념일에 관련된 그림치고는 조금 처참하다고 할까요.
알고 보니 이 날은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당시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있던 스페인 군이 레이덴에 대한 포위를 풀은 날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에 대한 네덜란드의 독립 전쟁이 한창이던 1573년 수세에 몰린 스페인이 레이덴을 포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레이덴의 시민들은 레이덴이 저지대라는 점을 이용하여 제방을 터뜨려 스페인 군의 방어를 막아냈습니다. 1574년까지 방어전이 이어져 그 동안 저장해 놓은 풍부한 식량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던 차에 10월 3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응원군이 배를 이용하여 레이덴 시민들에게 흰 빵과 절인 청어(네덜란드의 명물인 하링입니다)를 지원했습니다. 결국 스페인 군은 퇴각을 하고 이 해부터 지금까지 매년 10월 3일이면 이 날을 기념하여 흰 빵과 청어를 먹는 축제가 시작됐다고 하네요.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독립 기념일이라기 보다 굶주림에서 탈출한 날이랄까요? 하지만 2년에 걸친 방어전을 시민들이 주도하여 성공시킨 감동적인 날이기도 합니다.
이 후 빌렘 1세가 시민들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1575년 레이덴에 네덜란드 최초로 대학교를 설립하는데 이것이 바로 레이덴 대학의 출발이라고 합니다.
작은 도시의 소규모 축제이지만, 또 가난한 유학생이라서 놀이기구 하나 못 탄 안타까운 날이었지만 ㅋㅋ 네덜란드의 소소하지만 유쾌한 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네요.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만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