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를 가기로 결정한 건 영국 학교를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어디를 여행할까 고민하다가 같이 교환했던 오빠가 살면서 가장 좋았던 1분이 스카이다이빙하며 내려오는 순간이었다고 해서 그 말에 끌려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매번 여행할 때 어디를 갈지, 어떤 경로로 갈지 항상 고민이 되는데 이번 여행은 동유럽, 발칸반도, 이탈리아 등등 여러 경로와 지역을 고민중에 있었지만 스카이다이빙이라는 단어 하나로 체코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충동적이고 순간적으로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입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하필 체코로 결정한 이유는 물가가 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비행기값이 저렴해서요 :) 체코에 저녁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에 프라하에 위치한 스카이다이빙 업체에 갔습니다. 한국인이 프라하에 워낙 많아서인지 직원도 한국인이었습니다. 차타고 1시간정도 갔는데 저 장소까지 데려다 준 아저씨는 체코 사람 :) 영어를 할줄 몰라서 바디랭귀지와, 굿? 이라는 단어 하나로 대화했는데 즐거웠습니다.
여기가 비행 장소입니다. 이날 날씨가 좋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해발 5000m가 된다고 들었는데.. 정말 위에 올라가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교환한 오빠가 왜 최고의 순간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구름을 지나면서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그 기분은 매일 꿈에서나 느끼던 하늘을 나는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무섭고 여기서 떨어져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 더한 즐거움을 줍니다.
스카이다이빙이 끝나고 다들 살아서 다행이라며 서로 즐거워하다가 같이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을 같이 한 6명은 서로 처음보는 사이었지만 여행에서 만나면 대부분 그렇듯 금방 친해지고 같이 움직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날 하루종일 같이 밥먹고 술먹고 존레논벽 구경하고.. 중간에 길 물어보는 언니랑도 같이 다니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야기를 함께 많이 하는데 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런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중에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다보면 혼자 있어지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여행중에 사람이 그리울 때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프라하는 물가가 싸서, 좋은 식당에 맛있는 음식도 한 플레이트당 만원을 거의 넘기지 않습니다. 저렴하면 3-4000원이고 보통은 5-6000원입니다.
이 곳은 유명한 까를교. 낮에 처음 와봤는데 저녁때만큼이나 매력있습니다. 여기는 한국이라고 가끔 느껴질만큼 1분에 한 번씩은 꼭 지나가는 한국인을 보게됩니다.
이 곳은 유명한 까를교. 낮에 처음 와봤는데 저녁때만큼이나 매력있습니다. 여기는 한국이라고 가끔 느껴질만큼 1분에 한 번씩은 꼭 지나가는 한국인을 보게됩니다.
까를교에서 내려다 본 강인데 보트도 있고, 작은 오리배같은 것도 있습니다.
존 레논 벽입니다.
1980년대에 프라하 젊은이들이 반공산주의와 사회를 비판하면서 낙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낙서의 내용은 대부분 평화, 자유입니다. 비틀즈의 존 레논은 반전운동과 평화를 노래하였기 때문에 그의 얼굴과 노랫말도 벽에 그려져있습니다. 당시 그가 자유와 평화를 노래하며 체코인들에게 영향을 주어서 존 레논 벽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벽 근처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찾아서 그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서있습니다. 그때문에 모든 풍경을 한 번에 보기는 힘들지만, 앉아서 천천히 오랫동안 문구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면 책 글귀를 읽는 것처럼 마음에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존레논벽을 지나서 다같이 야경도 구경하고 맥주를 마시러 갔습니다.
나이, 전공, 하는 일, 성향이 다양해서인지 다들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서 '젊었을 때 연애해서 사람 보는 눈을 길러야한다.', '어렸을 때 하는 연애와 나이 들어서 하는 연애는 차이가 있다. 사람을 재게 된다. 사람 안 잴 때 순수하게 사랑도 해야한다.' 이 말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어렸을 때 이 말을 들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고 느끼지는 못 했는데 요즘은 누가 저런 충고를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껴지기 때문에 더 마음에 깊게 와닿았습니다.
요즘 슬프게 느껴지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재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재고있으면 나중에는 어떻게할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무튼,,, 같이 스카이다이빙하고 밥 먹고 벽 구경하고 맥주 마시고..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여행의 하루를 같이 보낸다는게, 그리고 이렇게 만나는 것도 우연인데 또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그 당시 필요했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있고, 내가 고민했던 걸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야기하다보면 내 문제의 해답을 얻기도 하고 내가 상대방에게 해답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람을 우연히 만났지만 뭔가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외국 펍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이렇게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프라하의 다른 펍은 모르겠지만 여기는 IRISH PUB이라 그런지 라이브 공연이 있나봅니다...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맥주를 마신 다른 친구 말로는 프라하의 스트립바가 유명하다던데.. 유명하다고 가보기엔 무서웠습니다.
그 다음날 시계탑에 올라가봤습니다. 여기는 엘레베이터와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탑들에 비해 올라가는게 어렵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탑에 올라가서 내가 왜 탑에 올라가는 걸 좋아할까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은걸 보면서 '인간은 작은 존재구나'하는 사소한 깨달음을 잠시나만 얻게되기때문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람이 작아지는 걸 보고 나서야 사람은 작은 존재다. 이런걸 깨닫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개미같았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책 <개미>를 사람 모습과 연결해서 쓴 이유가 여기서 사람들을 보며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혹시 탑에 올라가서 이렇게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은 걸 보고 그런 소설을 떠올리게 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