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7일
영국 도착 삼백아흔두 번째 날!
주영한국대사관 영사님들과의 간담회 후... in Glalsgow.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식당에 도착했다. 다행히 먼저 도착한 사람은 없었지만 기다림이 오히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글래스고 한인 학생회에서 부회장이 된 후로 처음 잡힌 공식적인 일정이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날 오후, 주영한국대사관 영사님과 직원들과의 저녁 식사 및 간담회가 있었다. 주영한국대사관에서는 매년 런던 외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한인 여행객들의 영사 민원 편의를 위해서 영국 전 지역을 돌며 '순회 영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런던에서 글래스고까지는 한국에서처럼 하루 만에 출장을 다녀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들의 수고에 감사함을 느꼈다.
영사 업무를 마치고 대사관 측에서 만남을 주선한 이유는 글래스고의 대표 분들을 만나 영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실질적인 고충을 듣고자 함이었다. 특히,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글래스고와 에든버러는 큰 도시들임에도 불구하고 런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리적인 이유로 민원을 처리하는데 불편함이 있어 왔다. 글래스고에서 몇 개 안되는 한인 식당에 자리를 잡고서 각자의 입장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술잔이 몇 번 부딪히고 비워지고 나서야 솔직한 대화들을 나눌 수 있었다. 역시 한국 사람에게는 어려운 자리에서 ice-breaking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술'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인회 회장님은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하셨고, 우리 학생회에서는 유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영사님께서도 우리가 내뱉는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시려고 애를 쓰시며 집중해서 경청해 주셨다.
그러다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필자가 '외국인으로써 타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영국에 살아왔던 시간이 턱없이 짧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몇 년간 살아야 할 나라와 도시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왔고, 영국에 도착해서도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교육 등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배우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영국에 도착한지 2년도 체 되지 않았고, 이곳에서 오래 사시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모른다. 대체 어떤 부분에서 한인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시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글래스고에서 공부 중인 한인 유학생들 중에서 영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때 이민 오신 분들이 꽤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을 벗어나 이곳에서 살다 보면 불편함도 무뎌지게 되어있고, 익숙해지게 되어있다. 어느 생명체보다 나약하게 태어나지만, 지구 어디에 서 있든 적응을 잘 하는 것이 우리 인간 아닌가. 필자 또한 한국과 다른 많은 부분들이 아직까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적응을 잘 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 땅을 밟은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 같은 한국인들의 눈에는 이분들도 영국인, 외국인이다. 뿌리는 같으나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적(동양적)인 사고방식과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부딪혀 서로의 생각을 공감하지 못하고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년도 학생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인적 네트워크 관리'이다. 개인적인 사교 활동과 공부에 집중하고 공동체 생활은 지극히 주관적인 흥미에 따라 이루어지는 외국 대학은 연(緣)이라는 공유 사상 아래 똘똘 뭉치는 우리나라 대학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졸업 후 이 작은 인연의 실마리가 '학연'이라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 유대 관계로 발전해 더 강력해지게 된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때로는 세계적인 명문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유능한 수재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인맥'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한인 학생회에서 해야할 일들이 바로 이런 활동들인 것 같다. 글래스고뿐만 아니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에든버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재학 중인 학, 석, 박사 다 해도 각 50명이 체 되지 않는 것이다. 적은 수의 한국 유학생들의 지속적인 만남 속에 아래로는 후배들, 위로는 선배들과 졸업생들 간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글래스고 한인 학생회는 한국계 영국인들, 한국계 외국인들, 그리고 토종 한국인 유학생들이 공존해있다. 과연 무엇이 한인 학생들을 위한 길인지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위 글에 삽입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davewilsonphotography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위의 모든 내용은 본인이 직접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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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_ 주영한국대사관 영사님들과의 간담회 후... in Glalsgow. _ 위대영의 영국 유학 생활기 day392 _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UK LIFE DAY 392
위대영 영국 유학 생활기
Christian Dae Young Wi's Life Dairy of Studying in United Kingdom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영국
Glasgow, Scotland,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