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마지막_교환학생을 마무리하다.
교환학생이 모두 끝났습니다. 시간이 굉장히 빠릅니다. 공부도 했고, 터키인들과 잘 지냈고,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구체적으로 진로도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이 남습니다.
원래 계획은 60편까지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58편을 쓰고 있지만 사실 60편까지 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미처 채우지 못한 나머지 두 편은 바로 유럽여행에 대한 글입니다. 전반적인 계획과 결제 후 아쉬운 점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글도 하루를 넘겨버린 상황이니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가보지 못한 지역도 많습니다. 트로이가 있는 차낙칼레, 최고의 휴양지 안탈리야,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부르사와 에디르네, 터키 서부해안 도시인 쿠사다시와 그곳에서 갈 수 있는 그리스 사모스 섬 등,모두 놓치기 아깝습니다.
공부와 학점 관리도 아쉽고, 조금 더 친구들과 어울렸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고우해커스 지구촌특파원을 포함하여 총 여섯 곳에 글을 썼기 때문에 정말 바쁘게 보냈습니다. 원고를 쓰고 여행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들, 친구들, 지인들
마지막 글에서는 학기를 정리하며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전부 다 소개하지 못해 이때까지
언급하지 않은 지인들, 그리고 최근에 만난 지인들을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누르
장 먼저 누르가 떠오릅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동안 공부했던 누르는 항상 저를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한국어를 정말 잘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성실하고 쾌활합니다. 밥을 같이 먹을 때 ‘오빠가 먼저 먹지 않아서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친구입니다. 1년 동안 전화 개통, 거주증 문제 해결, 교수님 소개 등 누르에게 도움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오늘도 글을 쓰다가 다시 한 번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터키인 친구들과 함께
왼쪽부터 아이세누르와 이렘, 엠네, 그리고 제 오른쪽으로 제이넵입니다. 지난 학기에 가장 먼저 친해진 터키인 친구들로 항상 재미있게 놀았던 사이입니다. 제이넵은 저희 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돌아가서 제이넵을 만나 오랜만에 안부를 묻기로 했습니다.
▲오잔 교수님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며
제가 계속 언급했던 오잔 교수님입니다. 터키에서 프랑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사는 터키에서, 석사를 박사를 각각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취득한 오잔 교수님은 터키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터키 라디오방송에서 국제 현황에 대해 해설하기도 하십시다.
비록 교환학생이고 외국인이지만 학교 공부와 병행하며 원고를 쓰고, 여행을 가서 다시 소재를 찾아온 후 학교 공부에 충실하는 제 생활을 가장 지지해주신 분이었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면서 생각보다 터키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한 학기가 아니라 일 년이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혹시 나중에 추천서가 필요한 상황에 추천서를 부탁드릴 수 있냐고 여쭈었습니다. 흔쾌히 언제든지 해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헤어지면서 교수님은 이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 근황을 주고받자고, 그리고 다시 터키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다가 찍은 사진
오잔 교수님의 수업을 저처럼 세 개나 들은 니라이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지난 학기를 마치고 다같이 카페에 갔을 때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졌고, 이번에는 같이 발표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도 같이 하면서 즐겁게 학기를 보냈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만난 제랄(왼쪽)과 데니즈(오른쪽)
학기 막바지에 친해진 제랄과 데니즈입니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이어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며 우리가 따로 어울리지 못해서 말하길래, 출국 전에 시간이 있다고 하니 바로 약속을 잡은 친구들입니다. 덕분에 저도 학기를 마치고 이즈미르 시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도 열 번 이상 보냈던 부세
부세는 제가 시간표를 바꾸기 위해 열 번 찾아갔다는 바로 그 직원입니다. 알고 보니 부세 역시 이즈미르경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주간에는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야간에 석사를 공부하고 있는 부세의 학위논문은 2017년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당선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너무 미안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들렸는데, 자신의 일이라고 웃으면서 환대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친구로 지내자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교환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매니저가 학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학생과 직원의 관계를 유지하라고 했다고 학기가 끝난 후, 팔로우를 하고 친구로 지내자고 말했습니다.
국제학생팀도 방문했습니다. 맨 뒤에 있는 투체 역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투체 앞에 훌리아는 왜 다른 사람들과는 찍으면서 자신들에게는 사진을 같이 찍자는 말을 하지 않아서 서운할 뻔했다며 연락을 유지하자는 말과 함께 사진을 찍고 헤어졌습니다.
이 둘은 회의가 있어 유누스와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유누스는 10년 전 한국에서 1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터키 음식을, 유누스는 한국음식을 이야기하면서 평소에도 친하게 지냈던 사이입니다. 관습을 고려하여 할랄 인증이 된 불닭볶음면을 한 번 선물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다음에 다시 만나면 꼭 다시 사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양내장으로 만든 코코레치를 먹으러 갈 때 항상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환대해주었던 사장님과 그 가족과도 사진을 남겼습니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번역기로 그동안 고마웠고 이제 곧 돌아간다고 하니 돈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 사장님의 딸이 no money라고 할 때 얼마나 고맙던지… 출국 전 한 번 더 찾아가서 인사할 예정입니다.
세탁소 사장님 부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주 10kg나 되는 제 옷을 30리라(약 6000원)를 받고 빨래와 건조까지 해서 주셨습니다. 항상 쾌적한 옷을 받을 수 있어 1년 동안 같은 곳을 이용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저에게 조금 무게가 덜 나온다고 3리라(약 600원)를 거슬러 주신적도 있었습니다. 이곳도 출국 전 마지막으로 인사하려 합니다.
기숙사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는 에스마와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1년 내내 넉넉하게 음식을 담아주고 친절하게 저를 응대해 주어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학기가 끝난 방학기간에 에스마는 당분간 출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문에서 항상 웃으면서 반겨주는 직원들입니다. 매주 월요일 세탁소를 오며 가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갈 때 친절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유쾌한 그들 덕분에 즐겁게 학교를 오고 갈 수 있었습니다.
터키에서 가장 먼저 사귄 친구는 바로 에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저는 교환학생으로 파견 올 때, 에킴은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도착한 날 공항까지 마중나와 함께 짐을 들고 기숙사까지 함께 가주었던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앙카라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교즈메가 에킴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에킴 덕분에 새로운 친구도 소개받았고, 교즈메는 곧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됩니다. 에킴에게 받은 것을 교즈메에게 보답할 차례인 것이지요.
룸메이트와 룸메이트의 전 룸메이트,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같이 먹었습니다. 앙카라 출신인 룸메이트는 제가 앙카라에 갔을 때 집에 초대를 해준 친구입니다. 내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앙카라로 향하는 룸메이트와 헤어질 때 정말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올해 졸업하는 친구들과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제 오른쪽에 있는 니라이는 같은 학과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고 폴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경험이 있어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내일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먼저 연락이 와서 만나러 갔는데, 4년 내내 함께한 단짝 친구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지만 친구들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남겼습니다.
기숙사 직원분과도 사진을 남겼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끙끙대고 있을 때 터키인 친구와 요르단 친구가 있어 상황을 설명하고 통역을 부탁했습니다. 도움을 받았는데 그냥 보낼 수 없어 그냥 다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파트마와 그 친구 메르베도 있습니다. 경찰인 메르베를 인터뷰할 일이 있어 파트마를 통해 부탁했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군대경험을 바탕으로 경찰관의 교대근무 고충을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더니, 제 음식까지 계산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하다 터키 서부 해안을 여행할 때 공방에서 파는 수제 비누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미처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몇 명 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한 친구들도 많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바로 여름 휴가를 보내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지요.
이슬람 문화권에서 가장 세속적이고 서구적인 곳이 바로 이즈미르
터키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세속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나라입니다. 그 터키에서도 가장 세속적이고 개방적인 지역이 이즈미르입니다. 실제로 터키 서부지방의 사람들은 외지인에 대해 친절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학교 근처에서 찍은 사진
오스만 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과도하거나, 직설적인 것을 넘어 다소 무례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스만 제국 시절 우리는(지배계층인 튀르크인을 we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가 사실 적절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고 동유럽계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말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이 자발적으로 궁전에 온 것인지 노예로 끌려온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며,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라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제국의 유연한 통치는 상대적인 개념인 것으로, 실패한 제국의 원인은 방금 말하는 너처럼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니 서둘러 짧은 대화가 마무리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외에 제가 직접적으로 겪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말해보자면 제가 어쨌든 이슬람 문화권에서 남자라는 점, 비교적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왔다는 점, 한국문화와 한국기업의 이미지, 학교에서 낯가리지 않고 최대한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세나 태도, 터키 음식을 정말 좋아하고 또한 터키사람들보다 가끔 그들의 문화나 역사를 더 많이 알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잘 작용하여 후회 없는 1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외국에 갈 때에는 이방인의 위치를 잊지 말되,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현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무슬림 친구들이 금식할 때, 금식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습니다. 그만큼 노력하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정중하게 말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출국합니다. 다른 학생들은 벌써 기숙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제 저도 드디어 떠날 차례입니다. 이상으로 작년 9월 14일부터 올해 6월 2일까지 1년 동안의 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 생활, 3개월 동안 활동했던 고우해커스 지구촌 특파원 활동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