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듣다가 제 맨투맨 선생님이 영어와 따갈로어를 같이 쓰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항상 영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저는 제 선생님이 따갈로어를 못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지어를 하니 아 여기가 필리핀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리핀에는 현지 글자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따갈로어도 영어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딸갈로어 단어 중 상당부분이 영어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간판이나 메뉴판으로 볼때 이것이 영어인지 따갈로어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이따금 있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베와 부코판단입니다.
우리는 코코넛이라고 부르는 열대열매를 이곳에서는 코코넛보다는 부코 혹은 부코판단이라고 부른답니다. 망고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는 코코넛이 많이 수확됩니다. 그래서 코코넛을 이용한 음식이나 가공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지요. 코코넛 주스는 물론, 코코넛 크림쉐이크, 코코넛쨈, 코코넛 파우다, 코코넛 과자와 파이 등등. 심지어 코코넛 케이크인 부코케이크는 필리핀 국민 디저트라고 불릴 정도 흔하고 인기도 많습니다. 커다란 코코넛 열매 하나가 우리 돈으로 20페소(한화로 5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우베 특유의 보라색.
우베 아이스크림과 우베케이크.
카사바로 만든 케이크.
우리나라 찹쌀과 비슷하답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열매가 있습니다. 바로 우베와 카사바랍니다. 우베는 보랏빛 나는 열매로 그냥 먹기보다는 아이스크림이나 젤리, 빵 등에 색깔을 내는데 쓰인답니다. 필리핀식 팥빙수인 할로할로 위에 올려지는 보라색 아이스크림이 바로 우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랍니다. 카사바 열매는 끈적끈적하여 마치 우리나라의 찹쌀같은 역할을 하는 열매랍니다. 카사바열매로 만든 케이크는 반투명한 묵같이 생겼는데 찰지고 고소하답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필리핀 전통 양갱인 수만을 만들때도 이 카사바 열매의 전분이 들어가요.
우리나라 찹쌀떡같은 카사바 케이크
우베나 카사바 혹은 부코에는 특유의 향과 맛이 있기 때문에 한국사람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적응되면 중독되는 매력이 있는 열대식품이랍니다. 필리핀에 방문한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왜냐면 한국에는 없고 오로지 필리핀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