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53 영어강의 적응후기, 터키정치(Turkish Politics)
드디어 수업에 대해 글을 쓰게 됩니다. 사실 예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지만 어느정도 성취없이 쓰는 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더 유용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제가 직접 도전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글을 작성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이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잘 마무리하여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다만 저는 인문대
소속이기 때문에 제 경험이 이공계와 예체능을 전공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절대평가이지만 쉽지는 않다
이즈미르경제대학교의 학점운영제도는 한국처럼 상대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감은 덜했습니다. 피가
말리는 경쟁구조는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과목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0점까지가 AA, 85~89점까지가 BA. 80~84점이 BC인 방식이기 때문에 절대평가여도 1점 차이가 점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학기에 1점 차이로 CB와 BA를
받아보니 절대평가도 절대평가 나름의 고충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세부항목별로 모두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 이 제도는 다른 학교들도 꽤 비슷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느낀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자세와 태도
첫째, 보여주기 위한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속칭 쇼윈도 질문이라고
하지요. 주목이나 과시를 위한 질문은 굳이 하지 말고 할 말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극적인 것과 할 말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질문 자체도
그 사람의 수준을 드러내기 때문에 정말 궁금하거나 예리한 것이 아니라면 과하게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교수님이 먼저 물어보는 경우라면 기본적인 사실이라도 적극적으로 대답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구체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터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터키에 왔느냐”입니다. 아마 외국인 학생을 바라보는 교수님도 사실 그 이유가 궁금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와 수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이 겪었습니다. 그 때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같은 답변보다는 수업에 대한 이해도와 자기소개를 연관시켜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셋째, 기본에 충실하면서 발표하거나 과제물을 작성하면서도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주제를 파고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친구들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 사실관계만 정리하고 끝내거나 너무
앞서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그보다는 발표시간이 10분정도는
기본적인 사실과 현황을 전달하는 일반적인 발표에 할애한다면, 5분 정도는 이를 기반으로 신선한 관점을
제시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외국인 학생에게 다른 접근을 기대하는 교수님들이 많고, 또 이렇게 해야 자신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이 세가지 사항은 앞으로 각 수업을 다루면서 실제 사례와 함께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략적으로 수강신청을 하기 위한 조언
전공 인정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교환학생 학생인정은 보통 귀국 후 성적표를
수령한 후, 이를 수업계획서를 참고하여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전공선택,
일반, 교양유무를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전공필수가
안되는 경우도 있으나 학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유의하며 과목 배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는 수업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겹치는 내용을 통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며 영어표현을 반복해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교수님이 다른 경우 같은 주제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더 많은 구사력과 표현력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교수님을 찾고 수업을 집중적으로 듣는 것도 좋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교수님을 찾고 그 커리큘럼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그 교수님이 본인과 맞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 자체도 매우 유능해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개강 첫 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개강 첫 주는 수강정정 기간이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출석을 하지 않습니다. 이 때 단순히 눈도장을 찍고 교수님에게 아부를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수업계획서를 정독하고 관심있는 수업을 최대한 많이 들어 본 후, 명쾌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교수님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최종적으로 수강 여부를 결정하는 “강의 쇼핑”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뜻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1년 동안 제가 수강한 터키과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학기에 들은 수업: Diplomatic History I,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Ottoman Diplomatic History, History of Civilizations I
이번학기에 듣고 있는 수업: Diplomatic History II, Turkish Foreign
Policy, Turkish Politics. History of Civilizations II, English for Career
Development
그중 수업 네 개를 한 교수님에게, 다른 두개의 수업도 한 교수님에게 들었습니다. 주제별로 살펴보자면 History of Civilizations I과
History of Civilizations II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프랑스 혁명까지, Diplomatic History I과 Diplomatic History II를
통해 스페인 제국부터 냉전의 해체까지, Ottoman Diplomatic History와 Turkish Foreign Policy을 통해서는 오스만 제국과 터키의 대외관계사를 배웠습니다.
English for Career Development 과목에서는 미국인 교수님과 인터뷰를 연습했습니다. 터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배우기 위해서는 Turkish Politics를
고대 그리스부터 홉스까지 다루는 History of Political Thought도 참고하였습니다. 그 중 먼저 Turkish Politics 과목에 대해서 작성해보겠습니다.
터키정치(Turkish
Politics) 수강을 선택한 이유
▲첫 주에 찍은 사진
오스만 제국 후반기부터 1980년도까지 배우는 과목입니다. 터키에
왔지만 터키보다는 오스만 제국과 동로마 제국에 관심이 있었을 뿐 터키 자체에 대한 지식은 부족했습니다. 그
나라를 이해하려면 정치사를 공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터키가 세속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고 무엇이 쟁점인지를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터키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대학교 수업방식
발표나 토론보다는 교수님의 강의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수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연이어 강의를 듣다 보니 학생들의 출석률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터키 친구들에게도 터키
정치는 상당히 어렵고 난해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종종 터키어로
말하기도 했고, 이 수업에서는 유독 학생들도 터키어를 많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
오스만 제국의 후반기 역사, 터키독립전쟁과 터키공화국 건국, 2차
대전 시기와 세번의 군사 쿠데타를 큰 줄기로 삼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유명한 인물들의
터키이름과 정당들의 이름을 터키어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유명사를 사용할 때에는 교수님도 터키어로
표기했기 때문에 제가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것만 제외하면 흔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대학교의
강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응하며 재밌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당과 사람 이름이 모두 터키어
오일쇼크 때 터키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한국은 오히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답변하기도 했고,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정책을 언급하며 다소 유화적인 정국을 설명할 때에는 그 종교가
어떤 종교를 지칭하고 포함하는지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후술할 과제물의 주제는 터키독립전쟁을 선택했는데, 주제를 선정할 때 연구실에 찾아가 적극적으로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절대평가인 점수산출방식
세부 항목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제출, 출석 및 참여로 총 네 개입니다. 중간고사의 배점은 30점으로, 논술형으로 작성해야 하는 문제 하나(15점)와 한 문단 내외로 작성하는 약술형 문제 세 개(한 문제당 5점)로 구성됩니다. 기말고사는 여섯 문제 중 네 문제를 골라 각각 논술형 답안지를 쓰는 형식으로 총 40점입니다. 추가로 10장
내외의 레포트를 작성하는 과제물 제출이 20점, 출석 및
참여가 10점입니다.
레포트를 쓸 때 벼락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개요를 제출하고, 초안을 제출한 후 레포트를 제출하게
됩니다. 벼락치기와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첫 주에 공지를 하셨습니다. 실제로 빡빡한 일정이지만 하다 보니 어떻게 기한에 맞추어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각주를 다는 양식도 교수님이 정해주는데, 그 부분을 따라하거나 언급이 없다면 어느 양식으로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참고 문헌의 경우 도서관에서 영문도서 10권을 참고하고 구글을 통해 공신력 있는 자료를 몇 개 넣은 후, 한국인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한국도서도 참고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한국 도서도 몇 권 참고하였습니다.
수업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칼럼과 기사와 함께 공부하기
저는 공부를 이렇게 했습니다. 이 과목뿐 아니라 모든 과목을 이렇게 했습니다. 우선 수업내용을 받아 적습니다. 그리고 단어를 찾고 발음기호를 연습해보고
주요한 표현을 찾아보고 가능한다면 유사어까지 찾아봅니다. 아이엘츠 듣기영역에서 복수와 단수의 구별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산, 불가산 명사도 점검해보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꼼꼼한 한국식 독해와 같습니다.
▲1945년부터 1961년 쿠데타까지
▲1971년 쿠데타와 터키 정치속 이슬람을 다룬 수업자료
그 다음부터는 특정한 주제, 중요할 것 같은 시기를 다룬 칼럼이나 기사를 구글에서 검색해서 찾아봅니다. 터키인들에게는 워낙 익숙해서 교수님이 그저 간단하게 넘어간 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주제로 다르게 쓰인 영문장을 보면서 답안을 작성해봅니다. 문장
구조, 단어의 표현을 간단하게 바꾸기도 하며 작문을 최대한 쫓아가 보는 것입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함께 찍은 사진
중간고사는 그럭저럭 잘 본 것 같은데 과제물, 출석, 기말고사 결과가 아직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터키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만족하며 들었던 수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