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정말 후딱 지나갔습니다. 하필이면 새로 런칭하는 프로젝이 4월에 걸려있군요. 제 개인적으로 바쁜 한 주였고,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접할 수 있는 나만의 퀄리티 타임이 적었습니다. 역시 좋은 핑계거리는 아닌것같네요.:-p
지금은 부활절 밤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Costco 같은 큰 머천 스토어도 문을 닫는 날이죠. 거의 매일 문을 여는 Gym도 오늘은 쉬거나, 아니면 반나절만 오픈하거나 했습니다.
부활절은 항상 일요일이라 학교나 회사가 쉬는 날은 맞지만, 보통 Costco 나, Target 같은 큰 머쳔 비지니스에게 일요일은 더 많은 손님이 찾는 중요한 날이거든요. 이런 비지니스들이 하루를 쉬거나 반나절만 장사를 한다는 사실만 봐도 확실히 미국은 크리스쳔 컨트리에요. 하나마나한 소리였나요 ^^.
미국엔 공식적으로 우리말 '국경일', 즉 national holiday 에 해당하는 날은 없습니다. 대신 연방정부가 정해서, 연방정부 임직원이 쉬도록 하는 십여개의 연방정부 휴일이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그 연방정부 휴일에 모든 회사나 사업체가 쉬는것도 아니랍니다. 그래서 달력에는 분명 빨간 날인데도, 사립학교나, 개인 사업체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거나 비지니스를 합니다.
이 연방정부 휴일중에 대부분의 주(州)와 사업체가 쉬는 여섯 휴일이 있는데 이 날들을 Big Six Holidays 라고 부르기도 하죠. 보통 미국의 국경일이라 칭해도 별 문제가 없는 그런 날들입니다. 그 날들은 설날, 미국 현충일인 Memorial day, 독립 기념일인 Independence day, 노동절 (Labor day), 추수 감사절(Thanksgiving day), 성탄절입니다. 보통 이 날에 해당하는 날들은 대부분 예외없이 거의 모든 사업체까지 휴일에 동참(?)하죠 ^^.
또 이날들중에는 특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날짜가 정해진 새해 1월 1일, 독립 기념일인 7월 4일,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을 제외하고 대부분 모든 휴일이 몇월 몇째주 월요일 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는 5월의 마지막주 월요일이고, 노동절은 9월의 첫번째 월요일입니다. 모든 휴일은 대체로 어떤달의 몇번째주 월요일로 맞춰져 있지만 여기서 예외는 추수감사절로 11월 셋째주 목요일입니다. 그렇다보니, 보통의 사업체들이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도 함께 휴일로 지정을 하죠. 그렇게 해서 목,금,토,일의 4일의 연휴가 생기기도 합니다.
만일 7월 4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일 경우 다음날 월요일까지 자동으로 휴일이 되는 시스템이라서, 보통 여섯개의 휴일은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더라도 절대적(!) 으로 쉬는 날로 보장을 받습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미국의 공휴일은 확실히 한국의 공휴일 보다는 적습니다. 그러나, 주5일 근무가 워낙 옛날부터 정착된 직장 문화라서 한국의 상황과 미국의 상황을 비교하는것은 무의미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게다가 보통의 사업체의 특성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서 Big six holiday 외의 다른 기념일들을 몇일 더 휴일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 얘긴데요, 함께 일하던 동료중에 흑인 직원 한명이 1월 셋째주 월요일 무단 결근을 한겁니다. 그날은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의 기념일로, 이날 또한 연방정부가 정한 휴일이죠. 관공서와 은행들이 대부분 휴업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체들은 그냥 보통의 월요일로 업무를 합니다. 그 친구에게 이 날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휴일이었는데, 마침 사용할 수 있는 개인 휴일이 없었던 모양인지, 무단 결근을 해버렸더군요.
저는 미국서 대학원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올해로 10년째 살고 있지만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에 쉬었던 적은 학교와 직장을 통틀어 한번도 없었죠 ^^. 그런 반면 죠지아 주 출신의 친구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가 그 곳에서는 훨씬 중요한 공휴일로 대접받는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킹 목사가 태어난 곳이 죠지아 주 아틀란타 이고, 또 흑인 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그럴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공휴일 하나도, 직장에 따라, 사는 곳에 따라, 제 각각인 미국입니다.
어쨌든 이렇듯 제각각인 미국에서, ethnic 그룹과 지역의 전통을 관통하는 가장 큰 공통의 정서는 아무래도 아직은 신교와 구교를 합친 크리쳐니티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미국에 오기 전 유럽에서 잠깐 지내본적이 있는데, 오히려 유럽은 기독교 정서가 상당히 희박하다는 느낌이구요.미국은 유럽의 많은 나라들보다 몇배는 더 강한 다양성을 지닌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또 몇배는 강한 기독교 정서를 느낄 수 있죠.
덕분에 오늘은 그로서리 쇼핑도 안하고, gym에 가서 운동도 못하고, 온통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아! 지난 목요일 CBS에서 시작한 미니 시리즈 Harper's Island 에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동시간대 ER을 끝내고 LA 남부지방에 새로 부임한 루키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새시리즈 Southland 를 방어하고 첫 파일럿의 김을 빼놓기 위한 작전으로 선택한 시리즈 인데, 밝혀진 이야기 구조상, 13개 에피소드로 끝이나는 1 시즌용 미니시리즈 입니다.
연쇄살인범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이,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찾은 고향 하퍼섬에서 벌어지는 충격의 연쇄살인 이야기입니다. 매회당 한명씩 죽어나가는 구조라는데, 지난 목요일 프리미어에서 벌써 두명이 죽었습니다.
웬지 낯익은 미스테리의 전형적인 구조이기는 합니다만, 또 항상 어떤 결말을 낼 것인가를 궁금하게 하는 그런 구조이죠. 관심 있는 분들의 일견을 권합니다.
Jason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