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ntie Anne's 프레즐 도그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음식이 묘하게 입에 안 맞아서 좀 고생을 했었다. 이 묘하게, 라는 말이 정말 묘한데, 음음 설명을 해보자면 모든 음식이 내 예상을 빗나가는 맛, 이랄까. 음, 너무 기름지고, 너무 짜고, 이건 딱 보면 맛있는 보쌈 고기인데 너무 양념이 독하거나, 아님 너무 밍밍하거나. 예를 들어 한국에선 피자를 먹어도, 도미노피자의 화려한 토핑을 주로 좋아했었는데, 여긴 베이직한 치즈피자나 페퍼로니가 대세를 이루고, 와플같은 경우도 한국식 빈스빈스 와플을 먼저 배운 내게 메이플시럽만 찍어먹는 와플은 너무 밍밍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한국음식이 너무너무 먹고싶은 거였다. 그 때 아직 한국음식이 들어있던 짐가방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서, 내가 가진 한국음식이라곤 달랑 김 한장 뿐이었는데, 햇반 올때까지만 참자, 참자 했던 것이 어느날 밤엔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생김이라도 먹으면 좀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 김을 먹었는데, 아, 김만 먹고 나니까 한국의 따땃한 흰 쌀밥이 너무너무너무 더더더 그리운 거였다! 그날 밤 결국 김 봉지를 부둥켜앉고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내가 미국음식이랑 처음 친해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Auntie & Anne's 프레즐 도그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몰랐는데 한국에도 체인이 있고, 꽤 인기가 있다더라. (홍대랑 목동현대에 있다고 들었다.) 사실 Auntie & Anne's 는 음식점이라고 칭하기는 조금 어색한데, 대부분의 매장이 take-out식으로 간단하게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약간 실내 안에 위치한 길거리 음식점 느낌이랄까. Las Vegas에 있는 두 곳과 Dallas에 있는 한 곳을 방문했는데(한 동안 Auntie & Anne's만 찾아다녔다, 넘 좋아서!), 세 곳 모두 그런 느낌.
Auntie Anne's 는 나와 생일이 같은데, 무슨 말인고 하면, 내가 태어난 년도이기도 한 1988년에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처음 개업했다고 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Anne F. Geiler란 주부님과 남편분이신 Jonas에 의해 첨 탄생됐다. 지금은 미국 전역에 300개가 넘는 프렌차이즈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Mexico, Canada, China, England, Greece, Honduras, Hong Kong, Kuwait, Laos, Northern Ireland, Philippines, Saudi Arabia, Singapore, Taiwan, Thailand, United Arab Emirates, Indonesia, Malaysia, South Korea and Venezuela 이하 20개가 넘는 나라에 체인이 있다. 사우쓰 코리아~ 사우쓰 코리아~ ♡ 한국가면 찾아가 봐야지.
이 곳의 대표메뉴는 사실 프레즐 보다는 프레즐도그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레즐 자체보단 프레즐 도그를 더 많이 먹고, 마케팅도 프레즐 도그를 자체로 더 많이 이뤄진다!( 1+1, 요런것들) 요 프레즐 도그가 진짜 명물인데, 안에 있는 소세지가 정말 특히 예술이다. 얜 정말 그냥 소세지가 아니다. 소세지임에도 불구하고 육즙이 나오는 사랑스러운 소세지인데, 그래서 자동적으로 간이 돼버린다. 음, 굵기도 일반 핫도그 보다 훨씬 크고, 거기다 따땃하고, 고기도 저질 소세지맛(오, 이런 땐 진짜 내 표현력의 한계를 느낀다.)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빵이 아주 몰랑몰랑해서 같이 베어먹음 환상적이다. 같이 있던 친구가 티슈가지러 간 사이에 난 나도모르게 반이나 먹고 있었으니, 정말 정신줄 놓고 먹은 셈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쪼끔 짭짤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는데, 음, 다른 미국음식을 먹어보면 프레즐 도그가 나와 친해진 이유를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거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만큼 짭짤하네, 하고 느낄만큼, 딱 고만큼만 짭짤하다.
프레즐 도그 사이즈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small만 먹어도 배부르다. 근데 사실 한국도 그런진 모르겠다. 같은 체인이라 해도 한국은 사이즈가 슬그머니 한국인에 맞게 줄어드는 것 같다. 가격은? 음, 가끔은 오르기도? 아무튼 이 미국 프레즐 도그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접 때 Las vegas 카지노 매장에서 small 프레즐 도그, 레모네이드, 택스 포함 $6이었던 것 으로 기억한다. 근데 이게 가게마다 조금 달라서 딱히 명확히 이 가격이에요- 제시를 못하겠다. 라스베가스 아울렛 같을 때는 따로 set 메뉴가 있어서 더 저렴하게 먹었다. 이 세트메뉴는 각 지점마다 조금 다르게 설정되는 것 같다. Dalls에서는 또 다른 세트가 있었던 것을 보면.
아,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레모네이드! 사실 프레즐 도그만 먹으면 쪼끔 느끼하거나 짭짤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럴 때 레모네이드랑 같이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다. 레모네이드가 정말정말 립톤을 알맞게 탔을 때의 맛, 보다 맛있다. 내가 탄 립톤 중 최고였고, 또 한국 카페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유치한 맛이어서 더 좋았다. 한국카페같은 경우 레모네이드가 시큼한 맛이 강한 반면, 여기 레모네이드는 적당히 시그럽고, 적당히 달달한 그런 맛이다. 아, 여기에다가 여러가지 시럽을 타서 먹을 수도 있는데, 바나나맛 레모네이드, 딸기맛 레모네이드, 등등 여러가지 시도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난 언제나 그냥 BASIC 레모네이드만 먹는데, 다른 걸 못먹어본 내 생각엔 요게 제일 맛나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체인이라 조금 평범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처음으로 정을 준 미국 음식이라 꼭 소개하고 싶었다. 혹시 미국에서 한끼 때우고 싶은데 맥도날드는 싫고, 샌드위치 주문하긴 넘 까다롭고(영어의 문제라기 보단, 빵 종류부터 치즈종류까지 우리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럴 땐 Auntie Anne's 가셔서 프레즐 도그를 찾아보시라. 체인의 장점은 미국 각국에서(저 위에서 봤다시피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 걸쳐진 체인)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거니까.
+ 덧. 사진 속의 고양이는 알아봐주는 이 없는데 혼자 부끄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