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놀랐던 일들을 꼽자면 좋았던 것 부터 나빴던 것 까지 한 바가지는 될 것 같다. (심지어 한밤중에 흑인 불량 청소년 무리들을 만나 멕시코 아저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 적도 있으니. 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음식 역시 그 중 하나. 놀라움을 기존의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일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감정이라 정의한다면, 음식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1인분에 대한 나의 정의가 사사샥- 무너졌으니 말이다.
달라스 공항에 갔을 때에 일이다. 그 전까지는 친구와 함께 여행 중이어서 주로 레스토랑이나 적어도 비스트로에 해당하는 음식점만 가서 사실 한국과 미국 모두에 체인을 둔 패스트푸드점을 경험할 일이 없었다. 이 날은 공항 안이다 보니 워낙 음식점이 협소하기도 하고, 또 혼자서 무리수를 두기 무서워서 잘 아는 곳에서 잘 아는 음식을 시키자, 생각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KFC. 평소 한국에서도 트위스터를 자주 사먹곤 했기에 트위스터와 small coke를 주문했다.
그런데 메뉴가 나오자 마자 급히 영수증을 뒤져 주문한 것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보통 메뉴를 주문하면 콜라까지 한번에 같이 주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보통 컵만 주고 음료수는 셀프로 떠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점원 언니가 건네준 컵이 요만했기 때문이다.
<너 정말 small coke 맞니? 라는 의구심 팍팍 불러일으킨 진짜 small coke 씨>
실제 우리나라 라지보다 더 커보이는 컵이 내 앞에 주어졌는데, 무거워서 음료수를 드는 것도 일이었다. 가격은 정말 한국의 small coke가격이다. (여기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 물가는 최저임금이나 평균소득에 비했을 때 결코 비싸지 않다. 더군다나 대중적인 음식들, 예를 들어 콜라, 팝콘, 피자 같은 것은 한국에 비해 오히려 훨씬 싼 편이다.)
생각해보니 라스베가스에서는 트럼펫 같은 통에 콜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고, 정말 어린애 키만한 병에 콜라를 넣어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건 그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small coke인 것 같다. 실제 나중에 학교에서 생활해보니 이만한 크기는 여자친구들도 3모금에 꼴깍꼴깍- 해버리더라구.
다음으로 트위스터. 사실 이 놈을 받아들 때 부터 묵직한 것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한국 트위스터와 비교해서 보는 것이 더 와닿을 것 같아 한국 트위스터 사진도 함께 첨부한다.(한국에서는 이런 음식 비교 기행문을 내가 쓸 것이라 상상조차 못했었기에 한국 사진은 똥글이님의 블로그 에서 (http://blog.naver.com/sosunmn)에서 퍼왔다!)
<눈치챘겟지만 왼쪽이 미국 트위스터, 오른쪽이 한국 트위스터>
왼쪽이 미국 트위스터 오른쪽이 한국 트위스터다. 육안으로도 포장한 한국 트위스터보다 포장안한 미국 트위스터가 더 뚱뚱하다. 사실 처음에 받았을 때도 뭔가 크다는 느낌을 받긴했지만 이 정도 일줄 몰랐는데, 녀석 정말 뚱뚱하다. 정말 어디 튼실한 팔뚝 같아, 뭐 이건 좋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장담하건대 성인 여자 2명이서 트위스터 하나 나눠먹으면 배부를 것이다. (물론 small 아닌 small coke의 도움도 쪼끔 필요하겠지만.)
<위쪽 두 사진이 미국 트위스터, 아래쪽 사진이 한국 트위스터>
미국 트위스터는 진짜 가득가득 찼다. (이건 지나고 보니 비단 트위스터 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보통 샌드위치 같은 것도 빵이 터질듯 햄을 4개씩 넣어준다.) 보통 한국은 조금 큰 치킨이 한덩어리 들어가있는데 여긴 작은 치킨이 여러 덩어리가 들어가 있고 야채도 훨씬 많이 들어가 있다. 한 입에 베어물 수 없을 정도다. 맛을 기억해서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소스의 맛이 강한 대신 미국은 재료의 맛으로 먹는 것 같다.
정말 미국이란 나라는 나라도 크고, 사람도 크고, 음식도 크고, 자동차도 크고, 다 큼직큼직 하다. 이제는 미국 음식 사이즈에 대해 어느 정도 내공이 생겨 샌드위치는 무조건 6", 버거킹은 와퍼Jr. 음료는 차라리 bottle로 사서 잠궈먹는다.
아마 미국인들이 우리나라 오게되면 KFC 트위스터는 그렇다쳐도, 맥도날드 치킨랩같은거 먹을 땐 한 10개쯤 먹어야 성이 차지 않을까 싶다. 실제 미국 20%가 비만이라고 얼마전에 워싱턴 포스트지에서도 먼저 생각하고 먹을 것, 등의 10계명을 대대적으로 실었던데, 사실 이건 좀 우울하고 심각한 문제기도 하다.
그나저나 한국 트위스터 사진을 보니 나도 한국 트위스터가 먹고 싶어진다. 얼마전에야 이 곳 음식이 입에 잘 맞음에도 한국 음식 타령을 하는 것이 단지 음식 때문이 아님을 깨달았다. 심지어 미국이 맥도날드, KFC는 미국이 본점임에도 한국 맥도날드, 한국 KFC에 가고 싶은 것은, 음식 때문이 아니라 그날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 추억들이 보고싶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이 미국 견문록은 언제나 시작은 놀라움, 끝은 궁상으로 끝날 것만 같다. 어쩌면 그것이 타국에서 느끼는 진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