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무슨 방문? 외부인의 방문? 설마 아니지. 말 그대로 기숙사 방의 문을 얘기한다. 도대체 이 방문에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까. 이 사연을 소개하기 위해선 먼저 미국 기숙사에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 싶다. 미국 기숙사는 한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기숙사 개념과 조금 다른 면이있다. 한국은 워낙 대학 기숙사가 수용인원도 적고, 또 기숙사를 대체할 옵션이 많은만큼 -고시원, 하숙, 자취 등-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건물에 임시로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오래 살게 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룸메이트의 변동이나 방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의 집, 나의 방, 이란 개념보다는 내가 3개월만 살다 떠나갈 곳, 이라 생각하는 것이 훨씬 일반적이다. 최대한 짐 줄이고, 나같은 경우에는 아예 언제라도 짐 쌀 수 있도록 이사박스조차 버리자 않고 보관했다. 

  그런데 미국은 기숙사에 입주하면 자기가 원하는 만큼 있을 수 있고(기숙사 보다 주변 자취가 더 가격이 싸기 때문에 기숙사에 대한 선호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인 것 같다. 그저 또 다른 옵션 이라 생각하는 듯) 방이나 룸메이트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 지정해서 오래오래 살 수 있다. (물론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주변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미드를 봐도 일반적듯 하다 :p )그래서인지, 기숙사 방에 대한 사랑이 어마어마하다. 무려 비행기를 14시간 타야하는 나라에서 온 내가 달랑 가방 2개인 반면, 내 룸메이트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물론이거니와 프린터기, 텔레비전, 오디오 컴포넌트, 냉장고, 커피메이트, 전자렌지, 소파에 나도 없는 밥솥까지 제대로 살림 차리고 산다.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입주기간이 되면 혼잡을 방지하고자, moving day를 따로 잡아 대대적으로 각종 도우미들을 배치해서 이사를 도울 수 있게 한다. 트럭에 짐을 가득가득 싣고서 전국 각주에서 학생들이 몰려오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학생들이 각 방에 대해 '내 것'임을 표시하는 성향이 굉장히 강하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8살짜리 꼬마가 자기의 방을 꾸미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개성강하고 표현하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국 기숙사 생활에서는 최대한 물건을 얌전히쓰자, 는게 신조인 반면 여기 학생들은 정말 자기 방처럼 휘황찬란하게 기숙사방을 꾸민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방문'이다. 항상 방을 열어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 방문을 통해 최대한 남들에게 자신을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명절이 되면 모두가 방문 꾸미기에 분주해 지는데, 이번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요건 이번 크리스마스를 위해 꾸민 것들. 주된 컨셉이라면 방을 선물로 포장하기, 정도 되시겠다. 바깥을 포장지로 포장해놓고, 방 안은 전구를 매달아 장식해 놓는다! 그럼 제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내가 선물이 된 느낌. 행동도 조신해진다. 난 선물이니깐!

 심지어 크리스마스날에도 트리장식 하나 달지 않았었던 한국에서 기숙사를 이렇게 꾸몄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집도 아닌데 뭘 꾸며,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마 문에 허락받지 않은 장식물을 부착했다고 벌점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면 비단 한국 기숙사의 분위기가 경직됐다기 보다, 한국의 문화자체가 어차피 지나가는 하루에 큰 낭비하지 말자, 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여기 학생들은 대부분 홀리데이를 기숙사에서 보내지 않는다. 할로윈에는 큰 파티가 많기 때문에 기숙사는 거의 텅 빈다고 보는 것이 많다. 그런데 그들은 무엇을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기숙사를 장식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무엇을 위해, 라는 생각 자체가 한국적인 생각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무엇을 바라고 꾸미는 것이 아니다. 중학교 때 환경미화 차원에서 자기 반 게시판 꾸미기를 할 때에도 한국학생들은 상금이나, 심지어 휴지 한 조각이라도 걸려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결과가 없는 일은 소용없는 것, 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종의 단체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방문을 줄세워 놓고 1등을 뽑는 것도 아니며, 상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룸메이트와 더욱 돈독해지고, 그것을 넘어 옆 방 친구들과도 새롭게 우정을 쌓는 일, 또한 다가오는 홀리데이를 맞아 새롭게 기분을 전환 시키는 일, 가끔 그것은 상금을 주고도 못사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