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넣을까'. 음식점에서의 고민이 무엇을 먹을까, 이 듯 도서관에서의 고민이 무엇을 읽을까, 이 듯 가방을 싸게 되면 우리는 생각한다. 과연 무엇을 넣을 것인가. 물론 챙겨갈 수 있는데로 다 챙겨가는 것이 제일 좋다. 내가 평소 쓰던 제품,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제품을 원하는대로 다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이 고민이겠는가. 그러나 누군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던 가, 가방 싸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가방의 용량은 정해져있고, 우리의 짐은 정해져있지 않다. 자, 우리가 노아의 방주 선장이라고 생각해보자. 폭풍우가 치는데 우리가 실을 수 있는 무게는 정해져있다. 과연 당신은 누구를 자신의 배위에 태울 것인가?
1. 의류
의류는 정말 될 수 있으면 조금만 가져가라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입다 버릴 옷들만 가져가라 말하고 싶다. 그 이유인즉슨, 첫째, 미국 학생들은 정말 옷에 신경안쓴다!!! (물론 도시에서 생활하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미국학교는 도심에 있기보다 도시외곽이나 시골에 있기 마련이다. 우리처럼 지하철 타고, 신촌과 홍대를 지나 등교할 일이 없는 것이다. 예쁘게 보일 필요 없고, 꾸밀 필요없다. 가장 편한 옷, 심지어 자다 일어나서 바로 온 듯한 파자마를 입고 학교에 가도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냥 학교에서 나눠주는 티셔츠들(광고 문구가 찍혀있는)을 편하게 입고다니며, 츄리닝을 애용한다. 치마? 지금까지 수업들으며 한국의 여대생이 애용하는 정장치마? 샤랄라 쉬폰 치마? 한 번도 본적없다. NEVER다 정말! 정장바지는 커녕 그 흔하디 흔한 캐쥬얼의 대명사 청바지도 안입는 경우도 많다. 그냥 츄리닝, 학교 로고가 박힌 옷들. 그게 대세다. 그러니 한국 여학생들이 정장치마 입고, 명품백 들면 어디 컨퍼런스 발표자인줄 아는 것이다.
물론 여기 학교 아이들이 다 시골사람같애서 츄리닝만 입고 뒹구는 것은 아니다. 학교와 파티복장이 철저히 구별 돼 있는 것이다. 학교갈 때는 아주 편한 차림으로 가지만, 파티가 있거나, 행사가 있을 때에는 무조건 드레스업한다. 우리가 레드카펫위에서 볼 듯한 드레스들과 화려한 액세러리들을 과감하게 매치한다. 이 때는 오히려 한국에서 가져온 우리의 치마나 정장옷들이 무색해진다! 한국식 옷차림은 이래 저래 다 무용지물인 셈이다.
둘째, 여기 옷들 너~~~~~무 싸다. 한국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모토로 내세웠던 FOREVER21같은 경우 정말 명동 가판대에서 파는 티셔츠보다 싸다. (얼마전 내가 산 검은색 스키니진은 $8 이었다. 8불!!! 진정 나의 가난한 유학생활의 속 구세주다) 홀리스터나 아베크롬비, 갭같은 미국 대중브랜드는 우리나라 베이직하우스 정도의 가격대라 생각하면 된다. 리바이스는 $60불 전후면 충분히 살 수 있고, CK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폴로? 폴로 역시 우리나라의 반값 정도의 가격이면 구매할 수 있다. American Apparel의 경우 약간의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싸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운동화는 또 어떤가, 정말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런 미국브랜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ZARA같은 외국 브랜드도 한국보다 미국이 싸다. 한국에서 8만원 넘게 주고 샀던 웨지힐이 여기서 $30에 clearance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원통하던지. 자고로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오셔서 싸고 좋은 미국브랜드 맘껏 즐기시길 바란다. 더군다나 요놈의 브랜드들이 한국에 가면 뻥튀기 되서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혹시라도 한국에서 미국온다고 옷을 사가지고 오실 생각이면 절대!!!!그러실 필요 없다. 기존의 옷 중에서도 아주 심플한 것만, 골라오시면 된다. 자, 부디, 의류는 간편하게, 티셔츠나, 청· 면바지 위주로 조금마안.
2. 문구류
<내 룸메이트의 서랍 속 문구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이와 비슷하다>
교환학생을 가기 전 이것저것 사전조사를 해보니 미국 문구류의 질이 좋지 않다고 문구류를 많이 챙겨가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래서 샤프, 샤프심, 하이테크같은 볼펜을 잔뜩 사서 왔다. 아시겠지만 이 문구류의 무게가 또 만만찮다. 미국에 오고보니 미국 문구류의 질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대부분 BIG제품을 쓰는데, 먼저 우리가 잘 알고있는 BIG볼펜이 있다. 다들 잘 아는 것처럼 이 BIG볼펜은 우리나라의 모나미 정도에 해당하는데 두껍고, 쓰다보면 똥!이라 불리는 그것도 나오고, 정말 하이테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BIG샤프 역시 앞의 철부분이 없어서 샤프심이 바로 나오는 구조여서 부러지기가 쉽다. 그래서인지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샤프보다는 연필을 쓴다. (초등학교 이후로 본적없이 연필깎기와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노트 같은 경우가 최악인데, 음, 우리가 똥종이라고 부르는 노트를 주로 사용한다. 그 까끌까끌한 갱지!
그런데 절대 문구의 가격이 비싸지는 않다. 예전에 일본학생과 함께 미국 문구의 질에 대해서 성토한 적이 있는데, 미국은 절대적으로 '양'을 추구하는 국가다. 적어도 문구에 있어서만큼은. 우리의 하이테크 볼펜하나가 미국 BIG볼펜 한 세트라고 보면 되는데, (샤프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이 것을 서랍속 한 가득 넣어두고 쓴다. 이렇게 다들 대량으로 구매하다보니 강의실에 굴러다니는게 샤프요 볼펜이며, 지나갈때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게 갱지노트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에 만족하며 잘 쓰더라고. 지우개 같은 경우 확실히 한국 지우개 보다 품질이 낮다. 그렇지만 공학용 graphic용으로 우리나라 문구사에서도 많이 파는 독일 STADER 지우개를 $1정도에 팔고있으니 이 지우개를 사서 써도 좋다. 나 같은 일반 사회과학계열의 학생은 아무지우개나 써도 크게 불편을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이렇다. 문제를 많이 풀어야하는 전공이라면(수학, 물리학, 공학 등) 문구류(샤프, 샤프심,지우개)을 꼭 챙겨오기! 풀,테이프 등 기타 생활문구류는 챙겨올 필요없음. (대부분 학교에있는 것을 그냥 쓸 수 있다.) 노트같은 경우 여기서 나눠주는 갱지노트를 써도 아무 문제없다.(혹시 싫다면 A4가져다가 써도된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EVERGREEN노트를 2권챙겨갔는데, 갱지쓰다가 이 노트쓰니까 사실 너무 좋긴하더라고- 그렇지만 노트가 밥먹여주는 것은 아니니. 아, 물론 이 모든 사항은 하이테크 없음 필기 못한다거나, 애용하는 노트가 특별히 존재하거나 등의 평소에 문구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이 있으신 분들에겐 다 예외인 얘기되시겠다.
3. 전자제품
아, 전자제품 얘기하려면 물 한잔 마시고 아줌마 수다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온다고 노트북 새로 구입한다던가, MP3구입한다던가, 디카 구입한다던가 등등 전자제품 구매는 절대, 절대 하지마시길 빈다.(물론 한국브랜드는 예외겠지만-) 일본갔을 때도 놀라지 않았던 내가 미국 전자제품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 오기전 큰 맘먹고 중고시장에서 고르고 고르고, 딜하고 딜해서 30만원에 구입한 올림푸스 중고 디카가 여기오니 새 제품인데도 $250밖에 하지 않더라. 올림푸스는 일본 브랜드라 사실 논외로 치더라도, 한국에서 30만원대 하던 아이팟터치는 이곳에서 $130에 구입했다. 넷북 역시 한국에서 40만원 후반대인 ACER를 $250에 샀다. 너무너무너무 싸다! (특히 ebay를 이용하시길 강추드린다) 나도 처음에는 전력이 달라서 걱정했으나, 요즘 제품들은 110/220V 다 공용이니 그냥 돼지코 하나만 끼워놓으면 만국에서 OK다! 아, 참고로 전자제품이라 하기에는 힘들지만 공대생인 경우에 공학용 계산기도 엄청싸다. 자, 이제 결론이 난 듯 싶다. 자신이 쓰던 제품 이나 특정 한국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 한에는, 절대 미국온다고 전자제품 사들고 오지 말 것!
※미국 갈 때 꼭 챙겨가야할 것, 절대 챙길 필요 없는 것 ②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