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이 너무나 매력적인 윈 호텔)
자, 라스베가스에서 가서 가장 먼저 할일은 뭐? '호텔'에서 짐풀고 '호텔' 구경 하기! 라스베가스는 계획적인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호텔들이 아주 화려하고 또 테마에 맞게 이색적으로 꾸민 호텔들이 많다.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일자형태의 도로위에 호텔들이 뽐내듯 각자의 위용을 내세운다. 이렇게 많은 호텔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한편에는 또 다른 호텔을 짓고 있으니, 아, 라스베가스의 날씨만큼이나 후끈한 경쟁이다. 라스베가스의 호텔은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호텔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많이 깨버리는데, 오늘은 그 편견들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1. 라스베가스의 호텔, 비싸다?
(세계적 명문 호텔인 힐튼호텔)
흔히들 호텔은 비싸다, 고 생각한다. 물론 시중에 호텔을 사칭한 모텔들도 많이있지만(사촌 동생 수시때문에 이름이 호텔이기에 전화로 무작정 예약했다 도착해보니 러브모텔이어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그래도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호텔들은 비싸다는 동사와 직결지어 생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호텔, 더군다나 라스베가스에 있는 호텔이라,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의 호텔, 심지어 외국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한인민박보다 싼 경우도 있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하룻밤에 5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5만원? 정말? 라스베가스 호텔이 정말 5만원? 정말정말 정말이다. 나도 처음에 깜짝 놀랐다. 오히려 LA의 호텔이 더 비쌌으니까.
그럼 도대체 왜? 세계 최상을 자랑하는 관광도시의 너무나 화려한 호텔들이 저렴한 이유는 바로 이 도시의 정의에 있다. 위에서도 잠시 말했듯, 라스베가스는 호텔의 집합체이다. 호텔시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많은 호텔들이 모여 도시를 구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이 저렴해 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새로운 호텔들을 짓고있으니,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독점하려는 호텔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물론 가격을 경쟁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호텔들도 있다. 포시즌스 같은 호텔은 호텔 내 카지노가 없는 고급호텔로 컨셉을 잡았다. 보통 다른 호텔들이 카지노를 겸하기 때문에 투숙객이 아니어도 출입이 쉽고 또 출입구가 시끄러운 반면, 포시즌스는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 손님에게 제격이다. 이 외에도 MGM이나 벨라지오 같은 라스베가스의 간판 격인 호텔은 가격대가 무척 쎈 편이다. 그렇지만 스트라토스피어 호텔이나 서커스서커스 호텔, 사하라 호텔, 같은 경우 가격이 뚝 떨어진다. 정말 5만원대에도 라스베가스에서 하룻밤 숙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2. 호텔에 놀이기구가 있다?
(서커스서커스 호텔앞에 놓여있는 삐에로 모형의 전광판)
라스베가스에 와서 놀란 것 또 한가지는 이곳에 놀이기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한번 이 곳은 놀기위한 자를 위한 천국이구나, 를 깨닫는다. 라스베가스, 정말 대단한 곳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에 놀이기구가 있는걸까? 이번에도 바로 호텔이다. 먼저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긴 높이를 자랑하는 호텔 스트라토스피어 옥상에는 '빅 샷'이라는 자유 낙하 놀이기구가 있다. 출발지점은 280m, 최고 도달 지점은 329m로 논할 필요도 없이 라스베가스에서 제일 높은 호텔 꼭대기에서 타는 이 놀이기구의 스릴을 그 누가 흉내낼 수 있을까. 난 간이 콩알만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지만, 같이 온 친구는 이 때 아니면 언제 타보겠냐며 덥석 놀이기구에 올라탔는데, 말도 안나올 정도의 최고란다.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서커스서커스란 이름에 걸맞게 서커스서커스 호텔안에는 아기자기한 실내 유원지가 존재한다. 실내 유원지 외에도 캐니언 블라스터 라는 코스터도 있으니 정말 미니 놀이공원이라 칭할만 하다. 뉴욕뉴욕 호텔에 있는 맨해튼 익스프레스는 출발과 동시에 점점 높이가 높아져 61.9m에 이르면 낙하를 하는데 정확히 55도의 경사로 43.9km의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롯데월드 롤러코스터도 엄두 못내는 나이기에 수치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그래도 한국에 있는 놀이공원 시시하다, 하셨던 분이시라면 만족하고도 남고도 남을 듯 싶다. 사하라 호텔에 있는 출발과 동시에 가속하는 스피드 더 라이드도 인기있는 놀이기구라 한다. 레일을 회전할 때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니 정말 제대로 강심장을 위한 놀이기구다. 이 외에도 놀이기구는 아니지만 스카이다이브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으니, 놀이공원 어드벤쳐 존을 뚝 떼어 놨다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강도는 쭉쭉 늘려서.
3. 호텔은 다 얌전하게 생겼다?
(중앙아시아의 사원을 닮은 듯한 사하라 호텔)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호텔들은 보통 얌전하고 차분하다. 아마 우리가 아는 호텔들은 다들 비슷한 모습으로 얌전하고도 또 차분할 것이다. 먼저 큰 직사각형이 떠오른다. 거기에 조그만한 창문이 곧은 간격으로 숑숑 뚤려있을 것이다. 아마 화원이나 풀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에서는 그렇게 생긴 호텔을 찾는 것이 더 힘들다. 이름하여 테마호텔! 호텔 외관이 금빛으로 빛나는 만델레이 베이 호텔, 고대 이집트를 완벽하게 재현한 룩소 호텔, 중세의 성을 주제로 한 엑스칼리버 호텔, 뉴욕을 뚝 떼어다 놓은 듯한 뉴욕뉴욕 호텔, 에펠탑에 개선문까지 존재하는 파리스 호텔, 등 보고만 있으면 여기가 어디야, 싶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호텔들이 즐비하다. 정말 라스베가스에서는 호텔만 제대로 봐도 남는 것이 있다, 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듯 싶다. 더군다나 이 호텔들은 카멜레온 처럼 밤과 낮의 모습이 달라지니 낮과 밤의 모습을 비교해 보며 라스베가스 스트립을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라스베가스는 완벽하다. 그 무엇하나 관광객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내가 여행객이라 하지 않고 관광객, 이라 표현한 것은 관광과 여행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인데, 라스베가스는 여행보다는 관광에 보다 어울리는 도시다. 사실 사람사는 곳, 아기자기한 골목을 좋아하는 내겐 라스베가스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볼만한 매력이 있는 곳이 바로 라스베가스다. 나만 지도들고 헤매는게 아니여서 반가운 도시, 도처가 사진찍어야 할 곳이라 나중엔 동영상을 찍게 만든, Las vegas라고 하면 누구나 awesome을 외치는, 만인이 사랑하는 관광도시, 그 곳이 바로 라스베가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