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도시, 관광의 도시, 밤의 황제, 그 어떤 수식도 초라한 라스베가스가 왔다! 그런데……. 오긴했는데……. 갑자기 밤에 카지노를 둘러보다 말고 너무너무 한국음식이 먹고 싶은거다. 카지노를 보니 드라마 <올인> 생각이나고, <올인> 생각이 나니 한국음식 생각이 나는, 아, 미국에 오면 결국 뭐든 종결고리는 한국음식이 된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엔 반드시 한식을 먹으리라 다짐하고 물어물어 찾게 된 한국 식당 김치(KIMCH). 라스베가스는 주요 관광지들이 -대부분 호텔을 통해 이뤄지는 관광-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일자형태의 길에 늘어 있어서 어디든 장소 찾기가 너무너무 쉽다. 김치(KIMCH)식당도 마찬가지여서, 소문난 길치인 내게 인터넷 주소만 보고서 헤매지 않고 한 번만에 찾아갔을 정도다. 사실 주소를 보고 찾아갔다기 보다 대로변에 크게 김,치, 쓰인 것을 보고 버스에서 냉큼 내렸단 표현이 더 맞을 듯 싶지만.
보통 라스베가스에가면 '듀스'라 불리는 2층버스를 타게 된다. 그 버스를 이용해서 윈 호텔 앞에서 내리면 크게 김치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볼 수 있다. 더 정확하겐 김치(KIMCH)라고 돼 있다. 윈 호텔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 엄청 크고 위를 올려다 볼 수 없을 정도의 웅장한 호텔. 라스베가스 호텔 중에서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호텔이기도 하다. 다시 식당얘기로 돌아가보면, 식당은 라스베가스 스트립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무난할 듯 싶다. 무엇보다 버스가 거의 식당 앞에서 내리기 때문에 헤맬 필요 전혀 없다. 혹시 걸어간다해도 윈 호텔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대로변에 크게 김치라고 적힌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아무리 길치라 해도 Don't worry!
정식 주소는
KOREAN BBQ KIMCHI
3049 LAS VEGAS BLCD #17
LAS VEGAS, NV 89109
tel) 702-894-0944 입니다
먼저 이렇게 기본 찬이 준비된다. 접때 태국에 갔을 때는 한국 음식이지만 나물을 비롯한 밑반찬들이 한국흉내를 낸 태국음식 같아, 차라리 태국음식만 못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여긴 절대 아니다. 정말 엄마가 해주신 밑반찬이랑 똑같아. 사실 엄마 밑반찬 보다 좀 더 맛있었던……?
실제로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니의 정이 느껴지는 우리의 정겨운 한국 주인분께서 반갑게 맞아준다. 식당엔 손 빠르신 한국아주머니 몇 분과 히스패닉계인 듯한 아주머니들이 계신다. 아, 물론 기본 찬은 리필가능하다! 나도 두번이나 리필해 먹었다. 히힛.
친구와 내가 주문한 음식은 김치찌개와 야채볶음밥인데, 아쉽게도 정말 눈물흘리며 감동하랴 사진을 못찍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10일만에 처음 보는 한국음식에 그냥 넋을 놓아버린 거다. 부족한 언어솜씨로 사진을 대신해 보자면, 음, 김치찌개가 색깔만 봐도 찐-한 것이 아주 제대로 된 김치찌개였다. 김치도 폭 익은 맛난 묵은지여서 정말 한국의 묵은지 김치찌개 느낌. 한국의 김*천국 요런 곳에 파는 얼렁뚱땅 김치찌개보다 차라리 훨씬 괜찮았다. 정말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정통 김치찌개의 맛. 다시 생각해도 행복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부나, 고기 등등 김치찌개의 내용물이 좀 부족했다는 거. 난 사실 김치찌개 속 두부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래도 김치찌개 속 김치가 워낙 맛있어서 부족한 줄 모르고 맛있게 먹었다.
친구가 주문한 야채볶음밥 역시 제대로 된 한국식 볶음밥! 사실 미국에서 볶음밥을 시키면 우리가 생각한 볶음밥과 다른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맛은 둘째치고 일단 밥의 상태부터가 다르달까. (중국음식점이나 베트남 음식 점 등 아시아 음식점 볶음밥은 맛나요:D ) 사실 이곳의 볶음밥도 그런 면에서 좀 걱정했었는데, 음, 볶음밥이 한국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도 더 맛있었다. 어떤 맛이었냐 하면, 한국 중국집에서 먹는 볶음밥 맛? 그 중국집 볶음밥 특유의 불맛이 나는 그런 볶음밥이었다. 밥 자체도 너무 맛있었고, 한국 중국집 볶음밥이긴 한데 야채도 풍부한 볶음밥? 아, 정말 표현력의 한계. 담부턴 꼭꼭 사진 찍어야지.
가격은 아무래도 외국에서 먹는 한국음식이라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비싼편이다. 김치찌개는 당시환율 1250원으로 생각했을때 한국돈으로 만2천원정도 하는 값이였고, 볶음밥은 6천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사실 미국에 오면 한국음식값이 상당히 비싼데, 지금 내가 있는 동네는 순두부찌개 하나만 2만원쯤 한다. 그거에 비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양도 2인이 먹어도 될만큼 충분하고, 한국에서도 오모가리 김치찌개나 묵은지 김치찌개는 가격이 좀 있는 편이니. (사실 인천공항에서 먹은 김치찌개는 VAT까지 붙어서 만5천원 정도였는데 정말 라스베가스에서 먹은 김치찌개의 반에 반도 못따라 가는 맛이었다! 아빠랑 엄마랑 셋이서 4만원이 넘는 밥값을 썼는데, 누구하나 잘 먹은 사람이없다. 인천공항 한국식당 가지마시길. 비싸고, 맛없어요! -갑자기 얘기가 왜 여기로 샜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가끔 그런 터무니 없는 식당보다 이 곳이 100배 나은듯 하다.)
한국 식당이지만 물론 TIP을 내야 한다. 통산 15%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라스베가스는 세금이 7.75%이니, TAX가격에 대충 2곱해서 TIP을 지불하면 편하다. 그 때 나는 주인분께서 너무 친절하시고 음식도 너무 잘먹어서 팁을 20% 넘게 놓고 나온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신나게 여행했다.
사실 여행오면 먹는 걸 무엇보다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힘내서 여행할 수 있다. 많은 한국 여행자분들이 여기까지 와서 왜 한국음식을, 이라고 생각하며 피자, 햄버거, 스테이크 등등 미국 음식만 고집하기도 하는데, 여행에선 정말 잘 먹는게 중요하다. 이렇게 가끔 한국음식을 먹어주면 오히려 더 에너지 업 되어 씩씩하게 여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이 곳에서 한국음식 먹고 든 생각은, 역시 한국 사람에겐 밥이 보약이라는 거. 자, 모두들 보약먹고 힘내서 즐거운 여행 하시길. GOOD LUCK!
아, 이 때 우리가 먹은 김치찌개와 볶음밥외에도 메뉴가 정말 많았다. 보쌈도 있고, 삼겹살도 있고, 냉면도 있고, 없는 메뉴 세는게 더 빠를정도. 한국식 갈비를 먹으면 게장을 서비스로 주기도 하니, 라스베가스 여행하실 분들은 꼭 한 번 들려보셨으면 좋겠다 :-)
* 다음 번에는 라스베가스 카지노에 대해 올릴게요^ㅁ^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