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뉴욕에 도착해 만난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주머니 말씀이 뉴욕은 지하철 패스 필요없단다. 그냥 에버뉴 하나 정해 쭉 걸어내려오면 모든것이 볼 거리요, 즐길거리요, 먹을거리란다. 그래도 설마요, 하며 지하철 패스를 끊었더니, 아뿔싸 정말이지 한 정거장 가서 내려야 하고, 한 정거장 가서 내려야 한다. 특히 5번가의 경우 메이시스 백화점부터 시작된 화려함이 가도가도 끝날 줄을 모른다. 자,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 얼른 버스에서 내려, 우리 함께 걸을까♩
* 메이시스 백화점
세계 최대 크기의 백화점이라는 메이시스 백화점. 얼핏보면 어, 별로 크지 않네,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한 단면만으로는 다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한참을 돌고 돌아 새로운 길을 걷는데 앗, 이거 또 메이시스다. 밤이 되면 메이시스를 밝힌 전구가 상징처럼 5번가를 수놓는다. 건물 뒷편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마치 또 다른 건물을 만난 것만 같다.
(그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지닌 메이시스 백화점의 외관)
* 삭스피프스애버뉴
5번가를 지나가다보면 웅장한 음악소리가 먼저 귀를 붙잡는다. 바로 최고급 백화점 대명사인 삭스피프스애버뉴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 웅장하고 감각적인 음악과 함께 삭스피프스애버뉴의 전구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마지막 짠-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전구 장식의 불빛이 다 켜지면 나도 모르게 절로 박수가 나온다. 이 전구쇼를 보기 위해 정말이지 사람들이 딱 삭스피프스애버뉴 끝에서 끝까지 서서 움직이질 않는다. 덕분에 5번가를 지나가다 보면 보고 싶지 않아도 3번쯤은 보게 되는 듯 하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 속 음악과 함께 전구장식들의 춤이 시작된다.)
삭스피프스애버뉴에서 제공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쇼윈도 속에 전시된 크리스마스 이야기. 이제 더 이상 삭스피프스애버뉴의 쇼윈도는 단순한 쇼윈도가 아니다. 이 쇼윈도 속 이야기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차례차례 줄을 서서 관람할 정도. 찬찬히 이 쇼윈도가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렸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곳이 아이들의 인기만점 스팟이라는 것은 물론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삭스피프스애버뉴의 쇼윈도는 줄을 서서 구경해야 할 명소로 자리잡았다.)
* 명품거리
일본에 오모테산도 거리가 있다면, 뉴욕엔 누가? 바로 여기 5번가가 있다. 역시 명품거리 답게 크리스마스 장식 역시 경쟁하듯 화려하고 눈길을 쏘옥 끌어당긴다. 화려한 건물외관의 장식들만 보면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거워진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이들의 연말시즌 장식은 매년 뉴요커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니, 내년 크리스마스엔 그들이 또 어떤 옷을 입었을까, 나 역시도 벌써부터 그들의 내년 의상이 궁금해진다.
(명품거리의 장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 진다.)
5번가를 한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추위 때문에 코끝이 찡하다. 카메라를 찍는 손은 감각이 없을 정도다. 언제나 가장 예쁜 장미에 가장 많은 가시가 돋는다 했던가.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뉴욕 추위 속 5번가는 언제나 도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