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뉴욕. 이 두 단어만큼 잘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뉴욕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낸 나의 멋진 22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당신을 초대한다. 우리 모두 함께 메리크리스마스♩
(그 누가 뉴욕한복판에 이런 멋진 고딕성당이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 5 Ave 50rd-51rd st 사이
자, 먼저 첫번째. 성당으로 향한다. 크리스챤은 아니지만, 예전에 수녀원에서 잠시 살았던 인연때문에 성당과는 꽤 친숙한 편이다. 뉴욕의 성당은 어떠할까, 가는 발걸음이 두근두근 거린다. 시크하고 세련됨의 대명사인 뉴요커들처럼 성당 또한 그러할까?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최신시설을 갖춘 건물일까? 정답은 모두 땡이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다는 이 세인트 패트릭 성당은 처음 지어진 모습 그대로 약 100여년의 세월을 보내왔다. 정말 신기한점은 이 성당이 그 이름도 휘황찬란한 뉴욕의 최신 명품거리, 5번가에 버티고 서있단 점이다. 그 누군들 그 최신식 건물사이로 1905년 생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건물이 서있으리라 짐작했을까? 뉴욕, 그 중에서도 가장 유행에 민감하다는 5번가 한 복판에서 만난 세인트 패트릭 성당은 뉴욕에서 만나는 또 다른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저기 보이는 통에 $2 정도를 넣고 초를 켠다. 내 소원을 들어주실까.)
크리스마스답게 촛불을 켜는 현지인들도, 관광객들도 참 많았다. 나 역시 작은 소원을 빌며 초를 키고, 미사(mass)도 보았다. 예전에 수녀원에 살 때 원장수녀님이 그렇게 미사 보라고 권유해도 번번히 놓치기 일쑤인 나였는데, 미국 뉴욕 땅까지 와서 미사를 보며 미국인들과, 혹은 다른 먼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손을 잡고 뺨을 부비고, 포옹을 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기독교의 신념이 참 좋다. 사랑, 너무 예쁘고 좋은 말.
성당 안이 무척이나 예뻤다. 건축양식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무척이나 인상깊었는데, 건축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남자친구는 건물의 결을 보라며 과연 이것이 20세기에 지어진 건물이 맞느냐며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을 해댔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니 남자친구가 찍은 사진은 모두 기둥아니면 천장, 같은 건축 양식에 관련된 것들. 실제 이 성당은 높이가 100m에, 파이프만도 7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저기 교회 문 바로 앞에 아저씨가 한분 누워계셨다. 아, 아저씨.....부디 은총을 빕니다.)
* 5Ave. 53rd street.
5번가를 걷다 마주치게 된 또 다른 고딕양식의 건물. 이 건물은 세인트 토마스 교회인데, 사실 첫 건물은 1905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913년 고딕양식의 우아한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한다. 늦은 시각이라 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했으나 아마 충분히 멋지리라 생각한다. 뉴욕만큼이나.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주머니 말씀에 의하면 뉴욕에서는 재건축을 하는 것이 아주 힘들다고 한다. 역사가 짧은 뉴욕인만큼 오래된 건물 없애는 것을 절대 반기지 않는단다. 그래서일까.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고딕양식의 옛 건물들을 하나 둘 마주치게 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최첨단의 거리 뉴욕을 걸어가다 이런 고 건물을 만나게 되면 보물을 찾은 듯 반가워진다. 뉴욕의 마천루는 최신식의 상징이 아니었다. 최첨단의 건물과, 이런 고 건물들이 함께 어우려져 세계 최고의 마천루를 빚어내는 것이다. 뉴욕을 시끌벅적하다고만 생각했다면, 그것은 정말 큰 편견이자 오산이다. 뉴욕엔 이렇게 멋지고 예쁜 고 건물들이 많은 것을. 뉴욕에서 보낸 나의 첫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성당과 함께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