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한국에서도 수제버거라는 이름 하에 많은 슬로우푸드 햄버거집들이 생겨나고 있고, 햄버거가 더 이상 한 끼 때우기용 패스트푸드가 아닌 찾아가서 맛 봐야할 요리 중의 하나가 돼가고 있다. 그럼에도 사실 아직 한국에선 햄버거가 간식이나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지는 측면이 강하다.
그에 반해 미국은 버거가 정말 하나의 요리로 인정받으며, 유명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다. 특히 뉴욕의 이 버거는 추운 겨울에는 영업을 하지 않아 뉴요커들이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는데,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쉑쉑버거(shake shake burger)다. 메디슨 스퀘어 본점에 위치한 쉑쉑버거는 4월에서 11월까지 밖에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쉑쉑버거를 너무나 사랑하는 뉴요커들이 겨울이면 이 버거가 먹고싶어 우울증상을 보인다는 농담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다행히 요즘에는 분점이 생겨서 한 겨울에도 이 맛있는 버거를 맛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Madison Square Park(메디슨 스퀘어 파크)에 본점이 있으며 Madison Ave와 23rd St.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4월~11월 11:00~ 23:00까지 영업한다.
원래 메디슨 스퀘어 본점에 가면 2~3시간 정도 줄서서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데, 나는 자연사 박물관 근처에있는 분점을 방문했기 때문에 다행히 한겨울 야외에서 오돌오돌 떠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메디슨스퀘어 지점보다 이 분점을 더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자연사 박물관과 몹시 가까워서 자연사 박물관,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을 둘러본 후 출출한 배를 붙잡고 오기 제격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점보다는 덜 붐비고, 실내매장이니 더욱 먹기도 편할 듯 싶다. 그러나 쉑쉑버거는 2시간 동안 떨다 먹어야 더욱 제맛이라는 사람도 있으니,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다.
물론 분점이라 해도 그 유명세답게 사람이 바글바글 한데, 몇 분동안은 앉을 자리를 찾지못해 서성거려야했을 정도다. 실제 나같은 경우는 저녁 시간보다 이른 때에 갔기 때문에 그나마도 얼른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곧 이어 저녁시간이 되니 금세 줄이 길어진다. 만약 일행이 함께 갔다면 한 분은 주문을 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얼른 자리부터 맡으셔야 할 듯 싶다.
<가게의 내부모습. 주문받는 곳과 픽업하는 곳이 따로 있으며, 주문 후에는 사진과 같은 진동바를 준다.>
쉑쉑버거에서 특히 유명한 버거는 가게의 이름을 딴 쉑쉑버거와 버섯을 넣어 만드는 슈룸버거. 그리고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 치즈프라이다. 원래 아웃백에서 오지치즈프라이를 제일 좋아해서 항상 시켜먹곤 하는데, 이 쉑쉑버거의 치즈프라이는 아웃백 오지치즈프라이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면서 정말정말 맛있고 양도 꽤 많은 편이다. 슈룸버거와 쉑쉑버거, 치즈프라이, 소다, 이렇게 모두 합해서 택스포함 $17.25. 쉑쉑버거가 $4.75, 슈룸버거가 $6.75, 소다가 $2.00 치즈프라이가 $3.75. 성인 남녀 두 명이 너무너무 배부르고 행복하게 먹고오기 적당한 가격이 아닌가 한다.
<쉑쉑버거와 슈룸버거 그리고 치즈프라이. 성인남녀 2명이 너무너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먼저 쉑쉑버거는 우리나라 수제버거와 비슷한 느낌. 그러나 우리나라 수제버거들보다 고기가 훨씬 맛있다. 쉑쉑버거를 먹기 전날 피터루거라는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갔었는데, 마치 버거 속 고기가 그 스테이크와 비슷한 맛을 낸다. 정말 패티용 고기가 아닌 스테이크 고기를 먹는 듯하다. 빵 역시 너무너무 부드러워 한 입 베어물면 여기가 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슈룸버거는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특별한 맛이었는데, 먼저 햄버거 속의 저 두툼한 튀김같은 것은 버섯이 아니라 치즈다. 한 입 베어물면 저기서 치즈가 나오는데, 안에 숨어있는 버섯과 함께 먹으면 자, 이제부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햄버거의 세계가 열리는거다. 개인적으로는 쉑쉑버거보다 슈룸버거를 꼭 드셔보시길 권한다. 쉑쉑버거는 우리나라 수제버거집에서도 비슷한 맛을 흉내낼 수 있겠지만, 슈룸버거는 이 곳이 아니면 절대 경험할 수 없을듯한 최고의 맛이다. 아, 누가 햄버거에게 정크푸드, 패스트푸드란 못된 이름을 지어주었던가. 여기 햄버거의 신세계, 쉑쉑버거 나가신다.
<슈룸버거. 도톰한 치즈와 버섯이 너무나도 잘 어울어지는 독특한 맛.>
<요 놈이 바로 쉑쉑버거. 쉑쉑버거의 패티는 햄버거 패티라고 분류하기도 미안할 정도.>
그리고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일등 공신이 있으니 바로 치즈프라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원래 아웃백에서도 항상 오지치즈프라이를 주문할 정도로 좋아하는 메뉴가 치즈프라이인데, 쉑쉑버거의 치즈프라이는 가히 환상적이다. 먼저 치즈가 완전히 치즈 소스처럼 녹아 나오는데, 따땃한 감자튀김과 너무너무 잘 어우러진다.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않고, 또 생각보다 금방 굳어지지도 않아 먹는 내내 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감자튀김이 많은 패스트푸드점의 얇고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이 아니라 조금 도톰하고 부드러운 감자튀김이라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버거만 먹기엔 아쉽지! 치즈프라이 역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시그니쳐 메뉴.>
쉑쉑버거를 먹고 나니 정말 뉴요커들이 겨울이면 이 버거를 먹지 못해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는 그 말이 딱, 이해가 된다. 그나저나 난 이제 어떡하나. 이 버거 먹으러 매번 비행기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러다 정말 우울증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