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교통과 잠이다. 교통을 잘 못 익히게 되면 여행 내내 고생일 뿐 아니라 애써 짜놓은 일정이 모두 헝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기간은 짧은데 욕심내서 많은 것을 보고자 한다면 더 이상 튼튼한 두 다리만으론 충분치 않다. 특히 버스와 달리 지하철은 출 · 도착 시간이나 걸리는 시간이 거의 정확하기 때문에 지하철만 잘 이용한다면 보다 편하고 효율적인 여행이 될 수 있다. 서민의 발, 이라는 지하철을 우리가 정복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하철 완전정복 ①, ② 속 얘기들이 당장 와닿지 않고,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면 적어도 아래의 7가지 사항만은 꼭 명심할 것. 이 정보만 익히고 있다면 몇 번이고 지도책 펼치지 않고, 지하철역에 올 때 마다 물어보지 않아도, 뉴요커처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첫째, 한 라인을 2-3개의 열차가 공유하는 경우도 있으니 어떤 열차를 탈지 정확히 알 것.
둘째,역과 그 위치, 그리고 지나는 노선을 항상 확인 할 것. 같은 역도 다른 위치에 있을 수 있음.
셋째, 환승지를 잘 체크 할 것. 역이름이 달라도 환승가능한 경우가 있다.
넷째, 역에서 목적지가 어느방향인지 체크할 것. 출구 선택시 SW, SE, NW, NE를 정해야 함
다섯째, 반드시 타고자 하는 기차의 방향(위uptown, 아래downtown)과 종착점을 알아둘 것.
여섯째, 맨하튼 동쪽 끝이나, 서쪽 끝은 횡단 버스를 이용할 것.
일곱째, 항상 맨하튼 지하철노선도(세로방향)와 버스 노선도(가로방향)를 같이 가지고 다닐 것.
이제 위의 7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표기를 해보자. 지하철을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가고자 할 때, 이 표기법대로 적어간다면 뉴욕지하철을 가장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42nd st역 (6th ave&41st st 위치) W선 white hall방면 city hall 하차, NW출구
승차역 이름 역의 위치 노선 방향 하차역 출구정보
(4th ave과 42nd st 교차로에도 4,5,6선이 지나는 42nd st역이 있음)
마지막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지하철의 가격이다. 뉴욕 지하철의 경우 single ride라고 해서 2시간 동안 버스와 지하철 환승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며, 기간별 패스가 존재한다. 로컬 주민들이라 해도 대부분 패스를 많이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금은 single ride가 $2.5. 패스같은 경우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1 Day pass $8.25이며, 7일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pass는 $27 이다. 뉴욕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점에서 패스를 팔고 있으니 패스 구입하는 것은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패스 구입에 있어 한 가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은 뉴욕은 관광지가 뚝뚝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연사박물관을 가려고 했는데 조금 걷다보면 센트럴 파크, 반대쪽으로 가다보면 메트로폴리탄,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구겐하임미술관, 이런 식이다. 그러니 굳이 지하철을 타고다니며 특별한 역에만 내릴 필요없이 그 어디를 걸어도 뉴욕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구역별로 묶어서 다니게 되면 굳이 패스를 끊지 않더라도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단, 겨울에는 너무 추워 한 정거장 가야할 거리에도 버스를 찾아 타고 다녔으니, 계절적인 요인을 아무래도 무시할 순 없겠다.
뉴욕은 정말 차가 없으면 서러운 도시다. 사실 미국이란 나라가 그런 것 같다. 서울과 달리 총 인구가 800만밖에 되지않는 뉴욕은 지하철없이 차만으로도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차가 없는 시민까지 생각해야 하기에 지하철은 존재한다. 즉 지하철은 소수를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뉴욕 지하철이 왜 그렇게 냄새나고, 더러우며, 노선이 어렵게 돼 있는 지 사실 아직 난 그 이유를 잘 모른다. 그리고 이해도 못한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때즘 뉴요커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찌른내가 나는 뉴욕 지하철에도 미국의 다양성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