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을 하면서 하루에 적게는 3번, 많게는 6번까지 지하철을 이용했다. 일주일 무제한 이용권을 $27에 구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뉴욕 지하철도 서울 지하철과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절대 아니었다. 서울의 지하철, 뉴욕의 메트로, 이 둘은 분명 달랐다. 감히 말하는데, 이 둘의 차이를 모르면 계획을 잘 짜 놓더라도 그 날의 시작 또는 마지막을 망칠 수 있다. 그렇기에 차이점과 공통점을 곰곰이 되짚어 보려한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서울지하철과 차이가 많은 뉴욕지하철 이용은 생각외로 까다롭다.>
먼저 공통점으로는 노선 수가 같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서울은 총 10개의 노선이 있다. 뉴욕도 마찬가지로 10개의 노선이 있다. 노선 수의 기준은 뉴욕 내 특선을 제외한 지하철이 다니는 길의 수를 기준으로 했다. 그리고 서울과 같이 대부분 단선라인이다. 뉴욕은 2호선과 같이 순환선이 아니다. 뉴욕의 지하철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맨하튼, 퀸즈, 브루클린, 브록스인데, 이 범위가 얼추 서울 지하철의 노선 범위와 비슷하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더는 공통점이 없다. 나머지는 모두다 다르다. 그래서 실수가 생기게 된다. 자, 그럼 공통점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을 살펴보자.
<지하철이라기 보다 동굴같은 뉴욕의 지하철>
첫번째 차이점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위생문제다. 뉴욕지하철은 더럽기로 악명높은데, 정말 틀린말 하나 없었다. 뉴욕 지하철을 통틀어서 도무지 하얀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 어제 밤에는 쥐도 봤다. 온통 회색이거나 탁한 검은색이다. 그리고 지하철 플랫폼이나, 기내에선 냄새가 나기도 한다. 오래된 화장실에서 나는 그 냄새가 지하철에서 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은 서민들의 발, 이 아닌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곳이다. 뉴욕 지하철의 노숙자들에게 아마 서울 지하철은 스위트 호텔급이 아닌가 싶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러운 뉴욕의 지하철>
둘째로는 1개의 노선에 2-3개의 지하철이 다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방금 분명 A선이 지나갔는데, 조금 있다 같은 선로위로 C선이 도착한다. 그리고 가끔 E선도 도착한다. 보통 A, C, E가 같은 라인을 이용하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서로 다른 노선으로 갈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그 노선에 어디가 분기점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면 얼마나 다행이랴. 어떤 역은 노선을 공유함에도 안서는 경우도 있다. 또 A, C, E선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세 선은 한 선로를 공유하는 데, 어떤 역에서는 A, C만 정차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역에서 이 지하철이 왔다고 무작정 타서는 절대 안된다. 한 선로에 한 지하철만 다니는 것이 아니므로 역에서 기다릴 때는 어떤 지하철이 도착했는지 항상 확인해야한다. 술을 먹고 탄다거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상태에서 탔다간 집에 못돌아갈 확률 99%인 곳이 바로 뉴욕지하철이다.
셋째로 뉴욕은 환승이란 개념이 없다. 환승역이 몇 안된다. 그것도 두 라인이 교차하는 지점이 환승역이 아니고, 같은 스트릿에 있는 경우를 그냥 환승역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또 헷갈리는 것은, 모든 역들이 같은 스트릿에 있다고 다 환승역인 것은 아니다. 즉, 서로 다른 역이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한번은 A, C, E선을 타기 숙소에서 가까운 Penn station을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있으라는 A, C, E선은 없고, 1, 2, 3선만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도대체 뭐지, 하고 지도를 펼쳤는데, 두 역은 같은 스트릿에 30m가량 떨어진 서로 다른 역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에는 Path라인을 타러 Penn station에 갔다. 어라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이번에는 A, C, E가 지나는 penn station에도, 1, 2, 3이 지나는 penn station에도 NJ transit은 없다. 구글이 미쳤나 싶었는데(구글 맵을 이용해서 보통 교통정보를 찾으므로), NJ Transit은 1, 2, 3 penn station과 A, C, E penn station 중간에 있는 지상의 기차역이었다. 이 처럼 분명 같은 역명인데 환승도 안되고 기차도 다른 경우가 있다. 이 점이 어찌보면 가장 헷갈리는 점으로 다음날 일정이 빠듯하거나 초행길이라면 꼼꼼히 체크를 해야한다. 아, 앞서 말한 NJ Transit은 한국의 KTX와 같은 개념이라 보면 되는데, 즉, 지상의 Penn Station은 지하철 역이아니라 기차역에 가까운 셈이다. 그러나 이 세 역의 이름은 똑같이 Penn Station이니, 아, 뉴욕의 교통체계여. 어찌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