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란 수식어는 쓰기가 참 어렵다. 좋다, 멋지다, 맛있다 등등의 수식어는 누구에게나 붙여질 수 있고, 또 여러 명, 여러 곳에 붙여질 수 있지만 최고란 수식어는 정말 그에 어울리는 단 한사람에게만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설명할 땐 오히려 최고란 수식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24년 동안 미국 ZAGAT에서 스테이크 부분 1위를 차지한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맛보자.
<24년 동안 미국레스토랑평가 ZAGAT에서 1위를 차지한 피터루거>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브루클린 방면 지하철 J선을 타고 MACY역에 내리면 곳곳에 붙여진 피터루거 안내팻말이 두팔벌려 우리를 환영한다. 유명한 레스토랑인만큼 곳곳에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안내를 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찾아가는 발걸음이 쉬운 것과는 달리, 스테이크를 한 번 먹으려면 꽤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예약없이 갔다가는 하루종일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이 피터루거를 방문하기 전엔 예약을 해야한다. 예약도 온라인예약은 불가하고 전화예약만 가능하니 최소 2주정도 전에 예약 하길 권한다. 나는 연말이라 2주전에 예약전화를 했음에도 원하는 시간에는 사람이 다 차서 그 다음날로 예약을 잡아야했다. 예약을 하고 갔더라도 피터루거 전용바에서 10~20분정도 대기를 해야할 정도이니 예약은 옵션을 넘어 필수다.
<온 동네가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안내해 준다>
<예약을 하고 가도 바에서 10~2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메뉴판은 단촐하다. 특별한 수식이나 설명도 없이 steak for one, steak for two 이런 식으로 사람 수에 따라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된다. 담당서버에 따르면 진짜 피터루거 스테이크는 2인분 부터라하니 2인이상이 함께 가서 주문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 1인분은 사용되는 부위가 조금 다르단다. 그런데 사실 이 2인분이 양이 무척이나 많아서 2인이 먹게 되면 남기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잘먹는 미국 성인남성 2명이 가서 스테이크를 남기고 올 정도이니,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시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피터루거에서는 스테이크를 먹고 남기는 것도, 먹고 남은 스테이크를 포장하는 것도 당연시 되어있다. 자연스레 웨이터가 남은 스테이크를 식지않게 포장해준다.
<인원수 대로 주문하면 되는 단촐하지만 강한 메뉴판>
스테이크가 나오기전 먹음직스런 식전빵이 한아름 담겨져 나온다. 식전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버터를 발라 먹어도 맛있지만, 피터루거만의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별미 중의 별미다. 그냥 먹는 빵, 버터를 바른 빵, 소스에 찍어먹는 빵이 각자 다른 맛을 지니고 있으니, 아, 벌써 빵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렇지만 빵으로 배를 채워선 안된다. 우리에겐 스테이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더군다나 남은 빵은 친절하게 포장해주니 걱정마시기를.
<식전 빵은 피터루거 특제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별미!>
<너무너무 맛있는 소스는 별도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자, 그럼 이제 스테이크를 맛 볼 차례. 처음 스테이크가 나오면 웨이터가 2~3점 정도 접시에 덜어준다. 여기서 특이한 점이 스테이크 기름을 따라 고기에 얹어 준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먹어보니 이 기름이 고기를 훨씬 더 부드럽고 맛있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주문한 스테이크는 미디움 레어인데, 어쩜 좋아, 정말 너무너무를 백번 곱해야 할 정도로 너무너무 맛있다. 사실 사진을 보면 외관이 살짝 탄듯이 보이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워 절묘한 맛을 이뤄낸다. 미디움레어가 너무너무 부드러워서 따로 칼질을 할 필요도 없이 입안에서 절로 살살 녹는다. 고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한 입 먹어보니 이건 정말 좋은 고기구나, 라는게 저절로 느껴진다. 실제로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고기는 1등급 중에서도 최상품의 고기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아, 정말이지 내가 먹어본 스테이크 중 단연 최고다. 스테이크 역시 피터루거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욱 빛을 발하는데, 정말 이대로 세상이 무너져도 원이 없을 듯한 행복이 밀려온다.
<뉴욕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라 해도 인정할만한 스테이크>
사실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가격만을 놓고 보자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2인분 스테이크의 경우 $85 인데, 여기에 tip과 tax까지 붙으면 두 명이서 $100가 훌쩍 넘어간다. 그러나 정말이지 절대 돈이 아깝지 않다. 사실 강남의 이름있는 레스토랑이나, 분위기 좋다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정말 분위기 값이나, 괜한 유명세로 턱없이 부족한 양에 바가지를 쓴 듯한 가격을 놓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경우 가격만을 생각하면 비싸지만, 그 맛과, 고기의 질과, 양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제값을 하는,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값을 주고서라도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미국의 팁문화를 매번 아깝다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피터루거에서만큼은 15%의 팁도, 20%의 팁도 아깝지 않았다.
<식사 후 받게되는 피터루거 상징 금화동전 초콜릿도 센스만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한다. 뉴욕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여기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피터루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