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나선다고 나섰는 데, 이거 12시네. 오늘은 바로 컬럼비아 대학교를 가는 날이다. 한껏 기분이 들떠 지하철 역으로 갔다. 뉴욕 대학교에 이어 컬럼비아 대학교는 과연 어떤 웅장한 모습일까. 그리고 거기서 어떤 기운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에 관심 만땅인 나.)
<후압후압후압- 정기를 주소서!!>
컬럼비아 대학교는 뉴욕 도심에 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멀리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20분을 갔으니 말이다. 웨스트 어퍼 맨하튼에 있는데, 좀 더 위로가면 할렘이다. 내리는 역 이름 또한 1번 지하철에 116th st, 컬럼비아 대학교 역이다. 116st이라니, 내가 뉴욕을 여행하는 동안,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사실 주인 아주머니가 위로는 위험하다고 해서,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렘에도 볼 것이 많다는데, 쪼끔 후회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뉴욕이란 도시가 구획이 잘 돼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대학교마저도 구획이 잘 돼 있다. 정말 격자형 블록에 대학교가 놓여져 있는데, 뉴욕대학교와는 다르게, 굳이 깃발을 달지 않아도, 저건 컬럼비아 대학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체적인 건물 지붕이 청동색을 띄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들른 곳은 중앙광장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Miller Theatre를 지나면 나오는 데, 넓은 잔디밭이 보였다. 오른편에는 현 도서관이, 왼편에는 구 도서관이 있었다. 구 도서관은 서재는 모두 옮기고, 방문객을 위한 건물로 쓰이고 있었다. 그 곳에서는 여러 가지 홍보 책자가 배치 돼있었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는 직원 분도 계셨다.
<방문객을 위한 공간- 팜플렛부터 소식지, 대형 지도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이 건물에 들어가면 연설대가 있고, 거대한 홀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홀 주변에는 오래된 문화재 전시 돼있었다. 아니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건 바로, 전시된 고품 중 Chosun, silla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처음에는 몰랐는데, 보다 보니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인데 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문화재였다. 뭔가 기분이 나빴다. 이것은 우리 것인데 라는 느낌이랄까. 그들에게 당장 내놓으라고 하고 싶기도 했지만, 대영박물관 가신분들도 계신대, 주먹만 불끈쥐다 나왔다.
<아아아- 컬럼비아인 놀이하기. >
<한눈에 봐도 우리 것-처럼 생긴 보물들. 너네 왜 여기있는거니이.....>
당황을 가라앉히고, 다른 건물들을 찾아가 보기로했다. 지나가다, 사자 동상에 장난을 치는 외국인도 보고, 특이하게 생긴 의자도 앉아본다. 정기를 받아야해! 물리학에 무진장 관심이 많은 친구때문에 물리학 건물 찾아 삼만리를 시작한다. 이름이 PUPIN이라는데, 사람이름 같기도 하고, 별명같기도 하고. 여기 대학교 건물들은 각기 이름이 있는데, 뭔가 다들 특이하다.
<사자에 탐닉하신 여러분.>
자, 드디어 PUPIN이란 이름을 가진 물리학 건물이다. 정확하게 물리학 건물만 8층이다. 사실 한 대학교에 자연과학의 한 학부가 이 정도의 건물 크기를 갖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입자가속기를 갖고 있어 ATLAS Collaboration의 한 대학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은 ATLAS가 한 곳도 없다) 친구는 이것저것 게재된 논문 읽어보느라 빠져나올 줄을 모른다.
<8층이나 되는 물리학 단독 건물. 물리학 관심만땅 친구는 헤어나올줄을 모른다.........가자..>
아무래도 대학생이다 보니 남의 대학교지만 대학교에 관심이 가게 된다. 물론 컬럼비아 대학교를 몇 시간 돌아다녔다고 어찌 이 학교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으랴.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 얻게 된 사실이 있다면, 규모 면에서 큰 학교였고, 외관상 건물이 아름다운 학교임은 틀림없다는 것. 그리고 지나다 보면 그 학교의 자부심 또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는 것. 모쪼록 컬럼비아 대학교 정기도 받았으니 2010년엔 학업운이 좀 잘 풀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