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에 쇼핑, 맛집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오산. 뉴욕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박물관 관람일 것이다. 뉴욕에는 크게 4개의 유명한 박물관이 있는데 MET란 애칭으로 사랑받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현대미술관 MOMA,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유명한 자연사 박물관, 특이한 외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바로 그 주인공들. 그러나 이 박물관들을 다 돌아보려면 학생할인이라 해도 적어도 $10에서 많게는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박물관들을 더욱 저렴하게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도네이션과 무료입장을 이용하기다.
도네이션이라 함은 말그대로 기부입장을 말하는 것인데,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들어가면 된다. 1달러라고 쓰긴 했지만, 1cent를 내도 상관없고, 정말 내맘대로 내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도네이션이다. 티켓판매창구에 가서 도네이션하겠다고 하면 얼마를 낼 것인지, 또 어느 국가에서 왔는지를 물어보고, 내가 낸 금액이 찍힌 티켓을 주거나 장소에 따라 뱃지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박물관이 항상 도네이션을 받는 것은 아니고, 시간과 요일에 따라 도네이션 하는 경우가 한정돼 있으니 반드시 뉴욕 일정을 짜기전에 이 부분을 체크하자. 자연사 박물관과 시간과 요일 상관없이 언제든지 도네이션 가능하며, 메트로폴리탄은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역시 시간과 요일 상관없이 도네이션이 가능하다. MOMA 같은 경우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무료입장,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금요일 오후 5시 45분부터 7시 15분까지 무료입장 가능하다.
자연사 박물관 |
메트로폴리탄 |
MOMA |
구겐하임미술관 |
시간,요일 상관없이 기부입장 가능 |
시간, 요일 상관없이 기부입장 가능 (월요일 휴무) |
금요일 4-8시 무료입장 |
금요일5시45분-7시15분 무료입장 |
나는 도네이션을 이용해서 자연사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살아있는 생생한 공부자료들이 박물관 한 가득 모여있다. 이 박물관 한번 다녀오고 토플 공부했다면 그렇게 감 잡기 어렵진 않았을 텐데, 토플 토픽으로 지질학에 관한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죽을 쒔던 기억과 함께 여기서 도 깨우친 소리를 여러번 낸다. 정말 더 대단한 건 어떻게 이런 것을 다 수집해서 이렇게 잘 전시해놨을까, 하는 점이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시품의 총 수는 무려 3,400만 점에 달하며, 실제 전시되고 있는 것은 이에 2%에 불과하다고 하니 다시 한 번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과학에 무한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우주에 관련된 전시관이나 지구과학관련 전시품들을 볼 때마다 너무 신기하고도 또 미국이 그렇게 부럽단다. 나도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꼭 한 번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방문하리라, 마음 먹은 곳이기도 하다.
<토플에 나왔던 토픽들이 생생하고 너무쉽게 설명되어 있는 이 곳. 이과생이었던 친구에 따르면 지구과학도 한 방에 이해된다고 하니 말 그대로 살아있는 학습현장인 셈.>
<지금까지 우리가 본 지구본과는 조금 다른, 바다를 중심으로 솟아오른 육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지구본. 그렇기 떄문에 바다 속 열섬같은 것도 모두 표현되어 있다. 일본 옆에 작은 열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지구본을 보면 일본에서 왜 그렇게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 이해가 된다.>
뭐니뭐니 해도 이 자연사 박물관에서 제일 인기있는 친구는 바로 공룡! 어렸을 때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만났던 티라노사우루의 뼈를 바로 이곳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공룡보다 더욱 나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있으니 바로 달 전시관.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을 당시 직접찍은 달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데, 달이란 것이 토끼가 방아찧는 곳이 아닌 실제 우주 어딘가에 있는 공간이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신비함을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이 곳에 인간이 정말 첫 발을 내딛었다니,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암스트롱의 달 사진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후레쉬만 터트리지 않으면 사진찍는 것이 가능하니 좋은 사진 많이 찍으시길. >
박물관 구경을 하고 오는 길, 아 정말 눈으로 스윽 훑고 지나가는 박물관이 아닌 하나하나 느끼고, 깨닫고, 체험해볼 수 있는 박물관이 었기에 정말 천만달러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인가를 하나하나 모아, 그것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전시하고, 또 그 전시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관리하는 일, 박물관이란 곳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아마 $1의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곳, 그 곳이 바로 뉴욕 박물관들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사실 이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아주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요즘 한국 블로거들이 뉴욕 박물관 1달러 주고 들어가는 법에 대해 많이 글을 올려서, 실제 숙소에 묵는 사람들도 뉴욕 박물관을 1달러 내고 도네이션 하는 곳이라 생각한단다. 그런데 사실 그게 참 많이 부끄러운 일이란다. 도네이션 입장을 할 땐 으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어보는데, 그 때 한국인이라 하면서 세계적인 박물관에 1달러 내고 들어가는 건 크게 봤을 땐 결국 한국 발전에 1달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 한다. 물론 한국관이 없는 박물관들도 있지만, 자국민의 도네이션 비용은 자국 박물관과 전체적으로 연결돼는 부분이 많단다. 도네이션이라 해도 적어도 $5 이상은 내고 들어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도 이 훌륭한 박물관들을 구경할 때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길이라는데, 사실 난 $10 내고 들어가는 도네이션도 전시품들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천만달러의 가치 앞에선 $1, $10, 아니 원래 입장료인 $14 달러도 아깝지 않다.
* 앗, 그리고 해커스에 갓 입성한 저에게 2등......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