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가장 뉴욕답지 않은 공간을 꼽으라면 유니언 스퀘어에서 만난 파머스 마켓을 꼽을 것이다. 유니언스퀘어에서는 월, 수, 금, 토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정도까지(보통 해지기 전까지)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파머스 마켓은 뉴욕 뿐 아니라 미국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지역의 농부들이 자신이 직접 재배한 채소, 도축한 고기, 홈메이드표 빵, 피클, 잼, 등을 내다 판다. 말 그대로 정말 ‘Famer’s Market’인 셈. 가격은 일반 마트보다 조금 비싼 편에 속하지만, 정말 방금 밭에서 쑥 뽑아온 듯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엄마표 홈메이드 쿠키나 유기농 빵도 물론 마찬가지. 피클이나 잼 같은 경우에는 마니아층을 형성한 경우도 있어서 잡지에도 실리고, 나름 이름을 내걸어 파는 집도 있다.
미국에 와서 총 3번의 파머스 마켓을 다녀봤는데, 개인적으론 뉴욕 유니언스퀘어의 파머스 마켓이 분위기도 깨끗하고 정갈해서 구경하기 참 좋았다 . 파머스 마켓은 정말 사진 없인 설명하기 힘든 곳, 사진을 보며 함께 구경해보자.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함이 솔솔 느껴지고 발걸음부터 신나는 그런 곳이, 바로 파머스 마켓이다.
여긴 직접 자신의 농장에서 나은 달걀을 파는 곳.
직접 재배한 과일로 짜서 만들었다는 건강과일 주스. 값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2개 $5, 한개에 $2.75)
피클파는 곳에서 발견한 김.치!! 응응? 어디와 김치가 닮은 거지?
여긴 뭐하는 곳일까? 바로 사진 속에 나오는 물소!를 파는 곳. 나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던 물소고기.
라벤더를 파는 곳. 지나가는데 향이 어찌나 좋던지 다들 향을 맡아보고 간다. 꽃 외에도 라벤더로 만든 여러가지 상품들을 함께 파는데, 꽤 매혹족이다. 뉴욕에 산다면 정말 한다발 사서 방에 꽂아 놓고 싶던 라벤더.
직접 옮겨 심으셨다는 묘묙과 꽃 화분을 파는 곳. 겨울인데도 아주 씽씽한 녀석들.
미국 과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 사진은 미국 배의 모습인데, 한국과 외양이 많이 다르다. 실제 맛도 조금 다른데, 한국 배의 그 아삭아삭함이 없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직접 갓 짠 우유. 초코우유 뿐 아니라 복숭아 우유, 요플레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실 미국우유가 조금 비린 느낌이 들어서 잘 못마셨는데, 여기 초코우유는 상당히 맛있었다! 이게 바로 갓 짠맛.
이건 직접 만드셨다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핸드메이드 소세지? 바로 옆엔 실제 고기도 함께 팔고 계신다.
파머스 마켓이라 해서 꼭 농산물이나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직접 만든 선물 포장을 파는 곳도 있다.
여긴 터키를 파는 곳. 미국인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터키. 터키살은 닭고기처럼 가슴살도 퍽퍽하지 않아 참 좋다.
파머스 마켓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예전에는 뉴욕도 다 농경지였는데, 뉴욕을 시가지로 개발하면서 농민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여기까진 대부분 경제개발을 겪은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 그러나 뉴욕은 이 농부들을 위해 기꺼이 뉴욕의 노른자위 땅을 내주었다. 그들의 터전은 비록 다른 곳으로 옮겨져야 했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민들과의 접촉점을 남겨두었던 것이다. 뉴욕 시민들은 싱싱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들을 살 수 있어서 좋고, 농부들은 자신들의 자식과도 같은 농산물들을 직접 내다팔 수 있으니 우리 속담처럼 누이 좋고 매부좋은 그런 일인 셈이다. 더군다나 입소문 덕분에 관광객까지 이렇게 물어물어 찾아올 정도니 고사성어도 하나 추가해야 겠다. ‘일석삼조’.
사실 교수님 부터도 우린 individualism(개인주의)이 심한 국가라고 얘기하는 미국에, 더군다나 뉴욕에 이런 곳이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너무 부러웠다. 미국 중에서도 뉴욕, 그 중에서도 노른자위 땅 유니언스퀘어. 교통 편리하고 사람들 많이오가는, 심지어 검은머리 나 조차도 물어물어 찾아가는 그 곳에 파머스 마켓이 있었다.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의 강남도 예전엔 다 과수밭이요 논이었다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강남 한복판에 농민들을 위해 땅 한 평 기꺼이 내어줄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