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목적지는 콘즈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콘즈 아이스크림이 문을 닫았다. 아 이건 무슨 변수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을쯤, 골목 모퉁이를 나오는데, 멀리서 아이스크림 집이 있었다. 그냥 지나칠까 싶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먹고자 했던 계획이 무너졌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까. 아쉬운 데로 그 아이스크림 집에 들어갔다. 아이스크림 집 이름은 ‘그롬(GROM)’이었다.
<그롬은 어퍼웨스트 Carmine st과 Bleeker st 교차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이탈리아에 본점을 둔, 이미 유럽배낭여행객들에게는 굉장히 유명한 명소였다. 세계 체인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에 오픈한 것이라는데, 많은 뉴요커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란다. GROM의 철학은 고품질의 천연 원료만을 엄선하여 사용하고 색소나 첨가제가 전혀 없는 최고급의 젤라또를 만드는 것. 그래서 모든 재료는 이탈리아 piedmont 지역에 있는 목장과 농장에서 유기농법으로 만든 우유와 천연재료를 직배해서 쓴다. 또한 아이스크림 속 과일은 제철 과일만을 고집하고, 소르베에는 Lurisia 산의 생수를, 젤라또에는 최고급 우유와 유기농 달걀만을 쓴다.
<매장 벽면에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소개를 붙여놓았다. 모두 다 오가닉 오가닉 오가닉>
평소에 좋아하는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을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두 스쿱 가격이 4.25으로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드는데 빛깔이 색종이처럼 곱다. 인공적인 색소가 들어가지 않은 피스타치오의 색을 이곳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처음엔 이거 피스타치오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과 맛이 기존의 피스타치오와 달랐는데, 먼저 피스타치오의 색은 시원한 하늘빛이 아니었다. 인공색소가 없는 피스타치오는 약간 어두운 연두빛이 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맛이었는데, 초콜릿은 단맛보단 부드러운 맛이, 피스타치오는 치약과 같은 강한 맛보다는 깔끔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먹은 피스타치오에게 속은 것만 같다.
<좌 초콜릿군, 우 피스타치오 양. 피스타치오의 색깔이 너무 곱다.>
Organic 아이스크림이라는 이 집의 모토처럼, 먹다보면 정말 인공의 맛이 라곤 없다. 일반적인 아이스크림에는 단맛을 내기위한 당류를 넣거나 특유향을 내기위해 향식료를 첨가하는 데 여기 아이스크림은 정말정말 Organic 그자체이다. 젤라또 아이스크림 답게 질감도 쫀득쫀득하다.
맛 말고도, 이 집의 장점은 바로 분위기와 디스플레이이다. 아이스크림 집 답게 가게 전체가 깔끔하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이 집의 색깔인데, 유럽의 지중해 시원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경비가 적으면,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곳을 가기에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대부분 팁을 내야하거나 음식자체가 비싸거나 하기 때문이다. 저
번에 갔던 차이나 타운의 아이스크림 팩토리도 값은 저렴했지만 서서 먹어야 했고, 변변찮게 받치고 먹을 선반도
없었다. 그러나 이 집은 순수 가격만은 별 3개를 주고, 맛에는 별 4개반, 분위기에는 별 5개를 줄 수 있는 집이다.
그만큼 어느 것 하나 빈틈이 없다.
최악의 하루에 우연찮게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날은 최악이 아니다. 비오는 구질구질한날 콘즈아이스
크림 못먹고 돌아섰을 때 그롬은 괜찮은 사람과 같았다. 쫀득쫀득 그집 아이스크림이 지금 다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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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뉴욕 맨 처음 글에 차이나타운 <아이스크림 팩토리> 소개한거 기억나시나요?
그 땐 그롬을 맛보기 전이었지요. 차이나타운 <아이스크림 팩토리>는 차이나타운에 가게된다면 맛볼만한
차이나타운의 명소지만, 그롬(GROM)은 요 녀석만을 맛보러 어퍼웨스트로 갈만한 저력이 있답니다 !
아마 먹고나면 한국에 없다는게 마구 슬퍼지는 아이스크림일 거에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