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다. 춥고, 춥고 또 추웠다. 뉴욕 추위란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다. 뉴욕 여행기를 통틀어서 한 문장으로 정의해보라면 뉴욕은 추웠다, 고 쓸 것이다. 그런 뉴욕 추위 속에서 해질무렵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걷고자 해서 걸은 것은 아니다. 딱 그 앞까지만, 그 까지만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방문했던 브루클릿 브릿지는, 나를 도저히 걷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오돌오돌 떨면서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 서서 해지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보는데 새삼 부모님께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눈으로, 이렇게 좋은 광경을 보게 해주셔서.
<노을지는 시간의 브루클린 브릿지. 무슨 수식어로 너를 설명하면 좋을까.>
브루클린 브릿지까지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브루클린 브릿지 역에 내리면 바로 브루클린 브릿지가 시작된다. 사실 여러곳에서 가는 방법이 있다는데, (또한 내가 원래 내리고자 했던 곳도 여기가 아니었지만) 이 역에 내리니 브루클린 브릿지가 한 번에 펼쳐졌다. 추운 겨울이라 사람이 있을까, 우려했던 마음과 달리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브루클릿 브릿지를 걷고 있다. 중간중간 서서 사진찍는 사람도 많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도 많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 헬기로 이 모습을 본다면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이 다리위에서 서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
<여기서부터 브루클린 브릿지 걷기가 시작된다.>
브루클린 브릿지가 가장 예쁜 시간은 24시간 모두일 것이다. 감히 예쁘지 않은 모습이 없을것이라 장담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간을 고르라 한다면 해지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모습을 고를 것이다. 난간에 서면 앞뒤좌우가 모두 내 것이 된다. 앞은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요, 뒤는 브루클릿의 전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어렴풋하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보이는 듯 했고, 그 외에 이름을 모르면 어떠랴. 내 맘에 너무나 쏙 드는 예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시간이 느리게 걷는 듯 했던, 브루클린 브릿지의 노을지는 저녁>
겨울이라 해가 짧으니 4시쯤 도착해 천천히 브루클린 브릿지를 걷는다. 점차 날이 어두워지고 건물의 전등이 하나 둘 씩 불을 밝힌다. 노을 지는 브루클릿 브릿지의 난간에 서서, 붉어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도, 볼도, 그리고 하늘도, 그리고 노을을 반사한 시린 강물도 이미 붉어진지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