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월가라는 말이 더 익숙했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곳이라는데, 유명한 회사인 줄 알았다. 월가의 ‘가’가 street을 번역한 말이라는 것을 조금 더 큰 후에 깨달았고, 월 street이 정말 그냥 ‘길’이라는 것을 뉴욕에 가서에 완전히 깨우쳤다. 그래서 월스트리트는 구경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방문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걸어야 하는 곳이다.
<월스트릿트는 생각보다 긴 스트릿이다.>
월
<월스트릿에 내리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트리트니 교회.>
성당과 달리 트리트니 교회 한켠에는 순국하신 분들을 위한 비석이 마련돼 있다. 그래서인지 관광객 외에도 꽃을 들고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띈다. 트리트니 교회는 세인트 토마스 성당보다 외부가 넓어 사진찍기도 앉아서 쉬기도 좀 더 여유로운 느낌이다. 그러나 바로 길만 하나 건너면 복작복작 와글와글 월스트리트가 시작된다. 생각보다 월스트리트에 관광객이 많아서 깜짝 놀랬다. 나는 월스트리트를 조금 딱딱한 느낌으로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냉엄한 거리는 아닌 듯 싶다.
<트리트니 교회 한켠에는 순국선열을 모시는 비석이 놓여있다.>
아, 그리고 이 날 나의 월스트리트 계획을 마구 흐트러 놓았던 트루릴리진 샵. 사람들이 트루릴리진 가방을 하나씩 메고 지나가길래 뭔가, 했더니 월스트리트 첫 시작에 대머리 아저씨가 웃고 계신다. 결국 둘러보기만 하겠다고 맹세했다가, 하나 지르고, 두개 지르고 다시 차근차근 월스트릿트를 돌아보는 길.
월스트리트에는 무엇이 있나. 먼저 뉴욕 증권 거래소가 자리잡고 계신다. 사실 증권 거래소를 빙 둘러싼 바리케이트가 있기 때문에 안을 구경하는 것은 통제 된다. 무장경찰 여러명이서 항시 그 옆을 대기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찍기도 사실 살짝 무서운 편. 그러나 그 맞은편에는 정 반대로 관광객에게 활짝 문을 열고 기다리는 곳이 있으니, 바로 뉴욕의 옛 시청이다. 뉴욕 옛 시청 같은 경우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는 것은 물론, 무료입장에 안내 책자까지 두둑히 챙겨받을 수 있다. 이 뉴욕 시청 청사를 개조해서 연방정부 청사로 이용했었다는데, 지금은 이를 기념하는 기념관으로 남아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이 건물 주변엔 진입을 막는 바리케이트가 쳐져있다.>
<맞은 편엔 옛 뉴욕 시청이 있다. 관광객에게 개방되어있으므로 한번쯤 들려보는 것도 좋을 듯.>
<냉엄하고 경직된 분위기일거란 예상과 달리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월스트릿.>
월가. 어렸을 땐, 엄청 유명한 회사인줄, 조금 커서는 월가와 월스트릿이 같은 말인 줄, 그리고 뉴욕에 와서는 그저 하나의 길임을 깨달은 곳. 이 거리에 서있는 이 건물들 속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얼마나 중요했기에 이역만리 초등학생의 머리에도 들어와 박혔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