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계의 이단아, ARBY(알비)
학교 내에 위치한 버거킹 햄버거에 점점 질려가고 있을 때, 미식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한 친구가 조용히 쿠폰을 내민다.
"이거 내가 여기 단골이어서 나만 받은거야. 너만 줄테니까 꼭 가봐. 버거킹보다 10배 맥도날드보다 100배 좋아."
예전에 음식점에서 이 친구의 까탈을 한 번 맛봤던지라 (피자를 고르는데 30분이나 걸렸던.) 그 친구의 미각을 믿고 쿠폰을 받아챙긴 나. 1$에 ARBY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나름 대박 쿠폰이다. (알고보니 왠만한 사람들에겐 다 나눠줬던 쿠폰) 어찌됐던 감사한일.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차가 없인 가기 좀 먼 거리라 미뤄뒀었는데, 드디어 어제 친구차를 이용해 함께 ARBY(알비)에 다녀왔다.
잠시 알비의 스토리를 소개해보자면 1964년 라펠형제에 의해 오하이오 주에서 창업되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것이 상호에 얽힌 이야기인데 두 형제의 R.B 이니셜을 따 알비(ARBY)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나는 쿠폰 준 친구에 의해 처음 본 브랜드였는데, 미국 전역에 3000여개가 넘는 체인점이 있고 해외에도 150개 정도의 체인점이 있는 굉장히 큰 패스트푸드점이란다.
<알비의 내부. 깔끔하고 정갈한 편이다.>
알비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는 이 외에도 몇 개더 있는데, 맥도날드에 맥아저씨가 있다면 알비에는 종이있다. 매장내에도 실제로 종이 비치된 경우가 있는데, 서비스가 맘에 들면 이 종을 마구 울려주면 된단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이 적극적이지 않은 서비스라고 인식되는 측면이 강한데 알비는 패스트푸드점이지만 레스토랑과 같은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다. 직접 방문해보니 뭐,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런 모토를 가지고 있는 것만해도 반가운 일이다.
<요즘 미국 패스트푸드점들은 가격경쟁에 한창. 알비프로모션도 이런 것의 일종인듯.>
또한 알비는 성인을 타겟으로 한 패스트푸드점 답지 않은 패스트 푸드점을 지향하는지라 '로스트'된 고기들을 주로 사용한다. 예전에 광고 공부할 때 패스트 푸드점 기름을 모두 모아 그림을 그리는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알비의 광고였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이 얼마나 기름기 있는 고기를 많이 쓰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들은 얼마나 기름기 적인 고기를 쓰는지(로스트 비프, 로스트 치킨 등)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광고였던 셈.
자, 그럼 이제 실제 버거의 모습을 한 번보자. 우리가 먹은 버거는 알비의 대표메뉴인 로스트비프 버거와(포장해서 가져오느라 사진이 없다. 가져가서 사진찍어야지 했는데 다 먹고다니 바로 생각나더라는. 사진.. ) 로스트 치킨 버거, 그리고 자이로.
먼저 치킨 버거를 한번 보자면, 우리가 흔히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 보는 치킨버거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치킨이 기름기가 쏘옥 제거되어 보기에도 건강해보이고, 빵 역시 일반 햄버거 빵이 아니라 샌드위치 빵에 가까운 모습. 여기에 알비만의 특별한 소스가 들어가 전혀 밍밍하다거나 텁텁하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의 치킨버거들과는 색다른 맛을 낸다. 먹다보면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의 왠지모를 찝찝함(살찔 것 같은 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뭐 실제 칼로리 상으로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일단 느낌만큼은 그러하다.
<무척이나 건강하게 생긴 치킨버거씨. 기름진 느낌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느낌이 강한 맛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자이로가 있다. 자이로는 양고기와 요구르트 소스를 넣어 만든 그리스요리라는데, 멕시코에 타코가 있다면 그리스엔 자이로가 있는 그런 셈? (마구잡이 추측.) 아무튼 미국인들이 상당히 즐겨먹는다. 그래서 이렇게 패스트푸드점에 당당히 한켠을 차지하는 그런 위상에까지 오르셨다는. 위의 치킨 샌드위치 버거와 마찬가지로 이 자이로도 패스트푸드만의 특 기름진 느낌을 찾을 수 없다. 일반 시중에서 먹는 자이로보다도 더 담백하고 고소한 느낌.
<패스트푸드 점에서 만나는 자이로는 또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알비에서 놓쳐선 안돼는 것이 있다. 바로 요 소스들. 다른 패스트푸드점에 비해서 조금 단편적인 맛일 수 있는 알비의 버거들을 이 소스들이 완벽하게 보완해준다. 보기에는 그저 그런 케첩, 마요네즈, 겨자소스 같지만 모두모두 아니라는 거. 하얀색의 마요네즈처럼 보이는 것은 와사비가 첨가되어 약간 매콤한 느낌이 돌며, 가운데에 있는 빨간 소스는 페퍼가 들어가 칠리와 비슷한 느낌. 겨자소스 처럼 보이는 노랑이는 겨자는 맞다만, 다른 곳과는 또 다른 알비만의 색다른 머스타드 소스 되시겠다.
<버거가 밍밍하다 느껴진다면 이 소스들에 찍어먹어 보자. 완벽하게 보완해준다.>
미국에 기름진 음식만, 더군다나 패스트푸드점엔 기름진 버거들만 잔뜩 있는 줄 알았다면, 여기 그런 편견을 깨주기 위해 알비가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그를 패스트푸드계의 '이단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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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월 특파원 선정 감사드려요. 이건 꺄- 에요 정말! 사실 뉴욕에디션을 쓰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이 더 좋은 정보를 드리려 하다보니 쪼끔 지치고 힘든 생각도 들었는데, 많은 분들께 도움 되었다니 하나하나 더 열심히 쓸 걸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 더더더 열심히 쓰면 되는 거죠 :D 앞으로도 많이많이 좋은 정보로 만납시다. 요즘 학교에서 한창 시험보고 (학교 다닌지 3주가 지난거죠 벌써?벌써!) 과제하느라 덧글 일일이 답 못해드리지만 항상 재미나게 읽고 있어요. 해커스 여러분들 너무 재치가 넘치시는 거죠. 따라잡으려니 가끔 힘들어요. 아무튼 감사한 2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