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듣는 애국가는 더욱 뭉클하다
동계올림픽이 시작했다. 동계올림픽, 아! 이국땅에서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중 하나이다. 돈만 있음, 한 주 자체 휴강하고, 벤쿠버로 날아가고 싶건만, 그럴 수 없어, NBC 오색빛깔 타조만 매일매일 손꼽아 틀어본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국이라 그런지, 미국 경기 위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여자 쇼트트랙 같은 특정 경기는 중계를 해주지 않는다. 매번 손꼽아 NBC틀면 알파인스키, 지내들 봅슬레이만 틀어주는 데, 곧 우리경기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쉽사리 끄지도 못했었다. 이거 참.
대신 미국이 결승에 올라가는 경기는 꼬박꼬박 볼 수 있었는 데, 우리나라의 공공의 적이 되버린 오노 덕택(?)에 남자 쇼트트랙 경기는 모조리 볼 수 있었다. 미국은 오노를 너무 좋아해서, 오노가 하는 경기는 8강부터 방송을 내보낸다.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오노가 고마웠더랬다. 물론 NBC는 오노를 보지만, 오노가 하품하는 것도 귀엽다 하는 그네들이지만, 물론 난 Korea밖에 안보인다.
한번은 1층 로비에서 TV를 보려는 데, 미국 친구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쟤 뭐지' 라는 생각에 다가갔는 데, 쇼트트랙 아닌가! 1500m 남자 결승이었다. 우리나라 선수 세명 모두 올라간 그 순간. 냉큼 옆에 앉아 시청했다. 한국 3명에 미국 2명이 빙판 위에서 겨루고 있었지만, 나와 그 미국인은 TV앞에서 겨루고 있었다. 이겨야 하리라 이겨야 하리라, 속으로 백만번을 외친다. 핫 둘 핫 둘 !
미국인과 함께 보는 남자쇼트트랙 경기. 드디어 결승이 시작했다. 차근차근 한바퀴 두바퀴 돌면서 연속되는 긴장감,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데, 차마 자리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기시작과 동시에 일어서서 봤다. 한국 선수가 1,2,3위 모두를 차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Amazing이라 소리쳤다. 아! 그런데 결승선을 놔두고 두명이 미끄러지며, 은, 동을 오노와 셀스키에게 내주는 데 어찌나 아쉽던지. 그 분을 한 동안 삭히지 못한 체 얼굴만 벌게져 있었다.
어라. 그런데 이게 뭐라니, 옆에 보고 있던 애는 졸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조용히 시청하려고 노력하다, Amazing한번 소심하게 외쳤다지만, 이게 TV앞에서 잘만한 경기는 아닌 데 말이다. 이봐! 너희 나라 선수가 뛰고 있다구. 그러다 잠에서 깨더니, 미국이 은 동을 받았다는 소식에 한마디 한다. Mm, good~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미국에서 올림픽은 풋볼보다 대접을 못받는 거 같다. 전공수업인 Communication Theory 수업 중 올림픽시청 했던 학생을 조사했던 적이 있었는데, 대략 60%정도가 올림픽을 시청한다고 했다. 풋볼같은 경우 99%에 육박했던 것을 보면, 이 친구들에겐 풋볼이 더 재미있나보다. 하긴 슈퍼볼 할 때 기숙사에서 피자까지 시켜놓고 대형스크린으로 틀어줬으니.
<김연아 덕분에 한국인인 것이 더욱 자랑스러운 요즘. NYT, NBC 모두 김연아를 어찌나 예뻐하던지. 연아 우리껀데 요런 유치한 생각이 들 정도. 친구들도 저번 솔트레잌에서 열린 경기때문에 한국선수중에 김연아는 곧잘 알곤 한다.>
<내가 시험을 망치더라도 성시백 선수 금메달 하나만 따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색깔이 뭐 중요하겠어요!! 성시백 선수씨 우리가 있잖아요. 그나저나 마지막 곽윤기선수 세레모니 제 감정을 붙잡고 흔들더라는!! 꺅.>
아무튼 오랜만에 미국 땅에서 애국가를 듣게 만들어준 한국 선수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외국에서 듣는 애국가는 왜 이리 뭉클한 것인지 경기마다 눈물 안흘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 열흘간 나를 또 한번 열렬한 애국자로 만들어준 너무 멋진 그대들, 다들 수고하셨어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