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얼마나 뚱뚱할까?
미국에 와서 놀라운 사이즈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음식 사이즈, 옷 사이즈, 사람의 사이즈. 한국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뚱뚱한 사람을 꼽아야 하지만 미국에선 대부분 날씬한 사람을 꼽아야 한다. 얼굴이 작고 몸집이 큰 서양인들의 특성상 겉으론 별로 뚱뚱해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허벅지나 엉덩이, 배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애교튜브가....
요즘 우리나라 김윤옥 영부인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 한식의 세계화라 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미셸 영부인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바로 이 비만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를 위시하야 각종 주간지들에서도 비만에 대해 다루지 않는 때가 드물다. 가게마다 칼로리를 계산하여 적어놓은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원래 규정이긴 하지만 저 칼로리 상품은 대대적으로 저칼로리 홍보를 한다. 하다못해 스타벅스 커피에서도 skinny 제품을 출시했을 정도. (한국에도 있는가요? 한국가면 애용하고 싶은 맛임- 가격저렴 칼로리 저렴!!)
자, 그렇다면 여기서 오늘의 질문 들어가시겠다. 과연 미국인, 얼마나 둥뚱한가?
그동안 나도 눈짐작 어림짐작으로만 미국인은 비만이 많구나, 생각해왔는데, 요즘 듣는 <푸드 사이언스(food science)>라는 수업을 통해 미국인의 비만에 대해 심층적으로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게됐다(정말이지 유익한 수업!). 그리고 PPT로 만났던 충격. 충격 또 충격. 아래 자료를 PPT로 년도마다 색깔 변하는 걸 함께 보면 더욱 생생하게 와닿을 텐데 아쉬운데로 중요한 PPT만 몇개 캡쳐하여 여러분과 나눠 보고자 한다. (혹시라도 생생한 충격을 더 느껴보고 싶으신분 기꺼이 PPT 공유할 의향이 있습니다 하하)
먼저 오늘 자료의 출처는 CDC라는 곳을 통해 이뤄졌다. 자자, 출처는 정확히 :-)
1985년
자, 이 부분은 1985년도 미국 각 주의 비만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 때 까지만해도 비만율이 없는 주도 있고, 주에 따라 10%를 넘어가는 주도 있다. 아무래도 산업화가 먼저 시작됐던 동부쪽이 비만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서, 중부는 덜 발달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직 시골이니 정크푸드보다 감자, 귀리, 밀 등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었던게 아닐까?
1994년
자, 보다시피 10년 사이에 미국의 모든 주가 비만이 아닌 주가 없다. 심지어 15-19%에 해당하는 주들도 꽤 많아 보인다. 10년에 강산도 변하고 비만율도 변해버렸다.
1997년
자료들은 갈수록 더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데 10년 갈 것도 없이 3년만에 비만율이 쑥쑥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디어 비만율이 20%를 넘어가는 주가 탄생했다.
2001년
자, 2000년대로 넘어온 순간 버라이어티한 색깔을 만날 수 있다. 주황색, 참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넘어가시면 아니되어요. 25%가 넘어가는 비만율을 보여주는 색입니다.
여기서 약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는 이 때 부터는 비만율이 초반에 나타났던 것과 조금 다른 양상을 띈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산업이 발달했던 도시들을 중심으로 먼저 비만율이 나타났지만, 오히려 2000년대가 넘어가면서부터 남부의 도시들이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스노우벨트지역에 해당하는 미국 동북부 지역들은 초반에 비해 비만율이 주춤하다.
2000년대 이후 비만이 경제적 소득과연결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단적으로 맥도날드의 예를 들어보자면 물론 예외란 항상 존재하겠지만 상대적으로 흑인이나 히스패닉계통의 경제적 빈곤층들이 많이 이용함을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소득이 높은 계층들에겐 오가닉 푸드나 우리나라에도 불었던 '웰빙'바람이 불고 있다.
2005년
2005년에는 처음으로 30%이상 비만율이 탄생한(?) 시기다. 2001년도에 했던 설명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는 부분. 남부지방의 비만율이 제일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무려 30%이상이라니 어마어마하다.
2007년
이 자료는 2007년에 만들어졌기에 2007년 이 데이터가 가장 최근의 데이터이다. 현재는 2010년. 미국의 비만율이 또 어떻게 변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수업시간에 나름 이 데이터들을 두고 여러 토론이 오갔으나 정확한 원인을 꼭 짚어 말하긴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 그래도 몇 가지 오갔던 논의들을 얘기해보자면 패스트 푸드가 미국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 너무나 자원이 풍부해서 많이 먹는 다는 점 등이 되겠다.
1990년, 1998년, 2007년 미국의 비만율 비교
지금까지 살이 찐다는 문제는 오직 미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봤던 경향이 다분했다. 그러나 이 자료를 보고나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비만이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점차 우리나라도 비만걱정을 해야할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도 아프리카의 어느 아이들은 1000원짜리 영양죽이 없어 굶어죽는다는데. 이 자료를 보고나서 나의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 함께 지구를 공유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먹을만큼만 아껴먹기로 일단 그렇게 작은 것만이라도 하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