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패션쇼 2부
앞선 1부에서 흑인 모델들이 표현하는 '70년대 80년대를 대표하는 흑인 패션'을 보았던 우리. 이제 90년대와 2000년대 그리고 포토타임을 가질시간.
먼저 90년대 남자패션을 보자면, 아 익숙하다! 우리나라도 한 때 츄리닝 패션이 몹시 유행한 거 같은데. 아마 나 중학교 때 였던듯. 소풍 갈 때 남학생들은 땡중바지입고 여학생들은 벨벳 츄리닝 입고......(그 당시 꽤 비싸게 주고 샀던 벨벳 츄리닝은 1년도 못 되어 나에게 버림받았다는. 유행의 세계는 냉혹한 법:< )
이 패션을 보자니 미국도 그러한가 보다. 츄리닝 한벌을 빼입고 껄렁껄렁하게 걸어들어오시는 모델분. 1부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 친구가 날 패션쇼에 초대해준 친구님이다. 얌전하고 조신하고(=_=?) 그런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패션쇼 모델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렇게 껄렁껄렁하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오.
90년대 여자 모델의 패션은 크게 낯설지 않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투피스에 정장재킷 형태. 뭐 요즘 서울거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패션. 아무래도 90년대 이다 보니 옛날 패션이다, 촌스럽다, 그런 느낌보단 별로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저 패션으로 저런 자세에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건 이 친구의 만의 매력인 거죠.
마지막으로 2000년대. 요즘의 우리들은 어떤 패션을 하고 다니는 걸까. 먼저 약간 댄디한 남성분 등장. 오 오 오 멋있다아~~~~ 아마 옷이 젤 익숙해서 그런 듯. 폴로 스웨터에 라인과 워싱이 예쁜 청바지. 크록스 단화에 가벼운 외투차림. 지금까지 본 패션 중 제일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아무래도 2000년대가 맞는 듯.
그리고 대망의 2000년대 여자 패션. 이 패션은 당장 패션쇼를 뛰쳐나가 파티라도 가도 될 정도로 요즘 미국 친구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바로 숄더리스 원피스 스타일. 우리나라에서 입기엔 조금 과감하긴 하지만 점차 우리나라도 클럽문화나 파티문화가 발달해가면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것 같다. 숄더리스 원피스에 클러치 하나. 패션쇼를 통틀어 제일 맘에 드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2000년대라 공감이 잘 되는 거 같다.
패션쇼가 끝나고 모델들이 모두 나와 피날레를 하는 시간. 모델들의 유머러스한 포즈와 댄스에 분위기는 더욱 흥에 겨워진다.
마지막으로 패션쇼에서 놓칠 수 없는 포토타임 시간. 너무 빨라 놓쳤다면, 보고 싶은 모델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패션쇼 끝났다고 그냥 가지 말고 꼭 이 포토타임 시간을 즐겨보시길. 어둠과 움직이는 인물에 적응 못하던 내 디카도 여기선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니.
자, 여긴 여자 모델분들. 못본 모델들도 있다구요? 네 아마 그러실 거에요. 카메라가 흔들려 미처 못담은 모델들도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된다.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청바지에 탱크탑을 입은 여성분은 80년대, 앞에 치어리더 복장은 90년대 여성분. 그리고 꽃무늬 레깅스가 죽여주는 언니야는 2000년대 되시겠다. 꽃무늬 프린트 앞에 서 있는 여성분은 모델이 아니라 재치만점 사회자님.
자, 여기는 남자모델분들. 츄리닝 입은 내 친구. 자꾸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포즈를 취한다는.
단체컷 입니다요. 다들 아마추어 모델들 이지만 프로모델들이 가지지 못한 재미를 주었던 멋진 사람들. 모두들 너무너무 멋졌던 무대였다.
이렇게 70년대 부터 2000년대까지 패션들을 보고나니 얼마나 사람이라는 것이 주관적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70년대 사람이라고 우리보다 더 촌스러운 것도, 2000년대 라고 해서 더 뛰어난 패션감각을 가진 것은 아닐테지만 우리가 과거의 우리 옷차림을 보고 다소 촌스럽다, 패션센스가 없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 가진 주관성 때문일 것이다.
저들이 보여준 패션 중 한 두 가지 정도는 과거의 나도 따라해 본 적 있는 패션들이다. 2000년대의 내가 90년대의 나를 촌스럽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사랑스럽고 풋풋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과거를 들춰보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 아닐까. 그 때의 순수와, 그 때의 나의 시선과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
이상 Africa-American이 모델이 되어 그들의 70년대 부터 2000년대까지 유행했던 패션을 되짚어 봤던 아주 조금은 특별했던 패션쇼였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DSLR을 구입하게 만들었던 패션쇼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