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 땅에서는 발렌타인데인 동시에, 한국에선 설날이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춘절이었다. 그래서 여기 미국 땅에선 두 가지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발렌타인 파티와 중국 춘절 파티. 그렇다. 두 가지 파티가 동시에 열린다는데 어찌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학생증 들고, 티켓 배부하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가서 냉큼 티켓을 받았다. 수업이 12시 50분에 마치는 데, 티켓을 1시까지만 한다고 해서 어찌나 뛰었던지, 교실에서 유니언까지, 정말 미친 듯 뛰어서 3분만에 달려갔다.(평소 걸으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다른 파티와 다르게, 티켓이 있는 사람만이 그 파티에 들어갈 수 있는 파티였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Chinese New Year’s day and Valentine’s day Banquet.
축제 기획단에 있는 친구말로는 굉장히 큰 파티란다. 이름마저 ‘BANQUET’, 즉 우리식으로 해석해보자면 ‘연회’ 쯤 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파티 장소가 학생회관 Ball Room에서 열린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BallRoom은 학생회관 안에서 있는 공간 중 가장 큰 강당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600명 국제 학생 오리엔테이션을 했을 때도, 채 반도 안찼던 곳인데. 대규모 파티라는 것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다.
드디어 파티 당일! 중국친구들은 대부분 드레스업을 했다. 연회에는 학생들 뿐 아니라 교직원 가족들도 굉장히 많이 모였다. 5시 반부터 시작한다기에, 5시 20분부터 찾아가 줄을 섰다. 한쪽은 그냥 입장하는 곳이고, 한 쪽은 뷔페 음식을 받아서 입장하는 곳이었다. 음식으로 받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당히 받아놓은 티켓을 주고서 나도 그들과 같이 줄을 섰다. 입장 전에 음식은 10종류 정도로 중국식 국수, 야채볶음 몇종류, 닭볶음, 만두튀김, 튀김롤 등이 있었다.
<역시 메인요리는 중국요리가 나왔다. 사실 난 같은 아시아 음식이라 해도 중국요리보다 미국식 음식이 더 나은듯 하다. 가끔 만나는 중국요리 속 향신료 앞에서 한 없이 약해지고 만다..>
역시 중국 음식답게 어찌나, 튀김과 볶음류가 많던지. 닭볶음은 우리 나라의 갈비찜 양념을 닭과 함께 볶은 것 같았다. 그리고 먹다 보니, 이상하게 뉴욕의 조스 상하이를 가서 먹었던 소룡포 맛이 느껴졌다. 그 머랄까, 아주 농축된 고기 국물 맛 말이다. 파티가 진행되는 BallRoom으로 들어가니, 음료수와 과일들이 뒤쪽에 배치돼 있었다. 배를 채우고 후식으로 맛있게 야금야금 먹었다. 그리고 각 테이블 앞에는 쿠키 박스에 쿠키와 초콜릿이 담겨있다. 요건 발렌타인 트릿인 셈.
<발렌타인데이를 배려한 트릿들. 사랑스럽다. XOXO>
무엇보다 파티에서 또 한 번 놀랐던 것은 그 규모였다. 이번 파티는 중국학생회와 학교 학생회가 함께 후원한 행사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음식의 질도 상당히 괜찮았고, 과일, 디저트까지 완벽했다. 또한 행사장의 세팅도 다른 어떤 행사보다 세심하고 꼼꼼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발렌타인 파티를 겸하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의 NEW YEAR이라는 행사에 미국인학생들도 굉장히 많이 참석했다는 점이 나를 놀라게했다. 규모면에서도 참여면에서도 정말이지 중국에 대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할까.
재밌게 놀다가 괜시리 기분이 이상해져 조금 일찍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궁금했다. 과연 한인회에서 파티를 열면 어느 정도의 규모에 어떤 형식의 행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