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험담과 조언
이번 달 칼럼에서는 유학 중 혹은 미국 생활 중 맞이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상식으로 말씀을 풀어가기 때문에 재미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임신은 누군가에는 계획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나도록 간절히 바라는 일입니다. 세상이 공평한 것 같아도 또 그렇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산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습니다. 한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태아와 산모 모두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계를 지나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빚어낸 두려움’이 바로 출산의 또 다른 이름일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을 떠나 머나먼 타지인 미국에서 혼자 아니면 배우자와 단 둘이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통과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면 두려움은 그 배가 되지요. 한국인이 많은 LA나 뉴욕 등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제 3자에게 산후조리를 받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원정 산후조리’가 있기는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혹은,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미국으로 모셔와서 산후조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인데, 이마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모의 산후 조리는 출산 후 (혹은 평생) 건강한 삶을 위해서 정말 잘 해야합니다. 임신 전 먼저 임신 전, 출산과 관련한 건강 보험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고 시작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보험료는 한국보다 훨씬 비쌉니다. 한국은 소득 수준에 따라서 보험료가 매겨지지만 (Ability to Pay) 미국은 소득보다는 위험 (Risk) 수준에 따라서 보험료가 달라집니다 (Actuarial Principles). 간단하게 표현해서, 젊고 건강한 백만 장자가 (물론 이 분들은 보험에 들지 않겠지만) 나이 들고 지병이 많은 분들보다 (많은 분들이 Medicaid 혜택을 받고 있겠지만) 보험료를 덜 낸다는 말입니다. 오바마케어로 인해, 성별이나 지병의 유무로 보험의 가입 조건이나 보험료에 차등으로 둘 수는 없게 되었지만, 나이는 여전히 위험 요소로 건강 보험료 산정에 이용됩니다. 보험료의 이런 차등은 사라졌지만, 지병으로 인해 병원을 더욱 자주 찾게 되므로 실제로 지출하는 의료비 (Out-of-Pocket Cost)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바마케어 이전에 여성들은 출산의 “위험” 때문에 남성들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냈습니다. 저도 유학할 때 저만 보험에 가입하면 한 달에 $50의 보험료를 내면 되었지만, 가임기에 있는 아내를 보험에 포함시키면 보험료가 한 달에 $350로 올라갔습니다. 무려 일곱 배나 많은 보험료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아내를 보험에서 제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보험이 없는 아내가 밖에서 자동차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계획 임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학 전에 보험료에 대한 견적을 뽑아보고 생활비 등을 산출하면 좋습니다. 학교 보험에 들 계획이라면 학생 개인의 경우와 배우자 (여성)를 포함할 때의 보험료도 각각 살펴봐야 합니다. 유학 전에 학교에 물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보험이 있더라도 $3,000가량의 지출은 (Out-of-Pocket Cost) 해야 하니 이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합니다. 논외이지만, 육아에 대한 비용도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하다고 하지만) 감안해야 합니다. 임신을 계획하는 가정이라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부부가 같이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이 잡힌 식생활로 “몸”을 잘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출산이 가까워 오면, 괜한 불안감으로 후회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건강한 부부에게서 건강한 아이가 나오지요. 임신 확인 임신 확인은 보통 임신 테스터기로 합니다. 아마존이나 동네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임신이 되었군요. 축하 드립니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일은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분명 가치 있고 축하할 일입니다 병원 방문 자신의 보험으로 이용이 가능한 병원에(산부인과 의사) 방문합니다. 보통 복부 초음파로는 8주가 넘어가야 태아가 잘 보이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병원에서 크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 전에 산모나 태아에게 크게 문제 있지 않는 한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9주를 계산해서 병원을 방문합니다. 자궁경부암 검사, 유방암 검사 등을 하고, 가족력 등을 묻습니다. 파상풍 백신을 맞았는지 지도 묻습니다. 미국 병원이 다 그렇지만, 병원 방문에 걸리는 시간 1-2시간은 기본입니다. 물론 예약은 필수입니다. 방문 때마다 (임신 초기에는 4주에 한 번) 간단히 태아의 박동수를 재면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한국만큼 질 초음파나 복부 초음파를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비용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출산관련 비용 출산을 위해서 병원을 처음으로 방문하면 출산과 관련된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보험이 있다는 가정하에, 출산 비용은 크게 산부인과 의사 그리고 병원비로 나눠서 냅니다. 한국은 산부인과에서 진료와 출산을 모두 하지만, 미국은 출산 전에는 산부인과 의사만 만나고 출산할 병원(종합병원)에서는 의료 장비, 병실, 스텝(간호사)을 이용해서 출산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출산할 때가 돼서야 병원(일반적으로 Women’s Hospital)을 방문하게 됩니다. 무통 분만을 하게 되면 출산 후 마취과 비용은 따로 청구가 됩니다. 출산의 비용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보험으로 많은 부분이 (80% 이상) 커버되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의사와 병원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많이 꺼리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하면 출산 비용이 산출되고 환자는 이를 일시불로 내던지 혹은 두 세 번으로 나눠서 금액을 지불합니다. 이 금액은 출산에 관련된 일체의 금액이 포함이 된 금액입니다. 의사와 병원은 이 금액 안에서 모든 출산의 과정을 마쳐야 합니다. 초음파 검사, 약품, 및 임신성 당뇨검사 등도 모두 이 금액 내에서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과잉진료’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꼭 필요한 검사와 치료만 합니다. 이 때문에 ‘과소진료’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서 자연분만이 권장되고 실제로 많은 경우 자연분만으로 출산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는 비용문제와 자연분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자연분만을 통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건강, 학업 성취도, 삶의 질에서 크게 앞서 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제 경우, 보험을 갖고도, 의사에게 $1,000, 병원에 $2,000, 마취과 의사에 $700정도를 Out-of-Pocket으로 지불했습니다. 또한, 많은 유학생들의 경우 Emergency Medicaid를 사용합니다. 이를 사용하면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아시다시피 Medicaid는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입니다. 유학생들은 보험이 있더라도 소득만 놓고 보면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이를 통해 분만을 할 수가 있습니다. Emergency Medicaid를 사용한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알아둘 것은 Emergency Medicaid는 기록에 남아서 나중에 미국에 남아서 영주권을 신청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Trump 행정부에서 다시 한 번 천명한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알아보고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해야 합니다. 출산 전 해야할 일 먼저 출산할 병원이 정해지면 몇 가지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출산할 병원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사전 등록을 합니다. 산모의 이름과 지병의 유무 그리고 보험과 관련된 정보를 기입해서 등록을 해 놓습니다. 사전 등록을 하지 않으면 출산하러 병원에 갈 때 처리할 서류가 많아져서 마음만 더 분주하게 됩니다. 또한, 병원에 연락해서 “병원 투어”를 계획합니다. 분만실과 회복실을 둘러보고 실제로 태어난 아이들과 산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병원을 미리 방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 드리는데, 이는 출산이 두려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방문하면서 어느 정도는 출산의 환경에 미리 노출되고 친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갑자기 양수가 터지면서 분만실로 향할 때 머리 속에 미리 출산의 환경을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병원마다 출산 및 회복의 과정 그리고 입원 일 수가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할 때 미리 이런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병원 투어를 하면서 미리 구입해 놓은 카시트(Car Seat)를 가지고 이를 병원에서 점검 받는 것도 좋습니다. 간호사 두 세명이 나와서 카시트 설치를 도와줍니다. 미국의 많은 병원에서는 퇴원하는 아기가 탑승할 차에 올바르게 설치가 된 카시트가 없다면 아예 퇴원을 시켜주지 않습니다. 또한, 카시트마다 유효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이 지난 오래된 카시트 또한 허용되지 않습니다. 병원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근처 소방서에서도 카시트를 확인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야합니다. 소아과 의사도 선정합니다. 나중에 바꿀 수도 있지만, 병원에 사전 등록할 때 기입하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지인들을 통해서 좋은 소아과 의사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과 의사를 고를 때, 한국 아이들을 많이 진료한 소아과 의사들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이 분들은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아이들은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보통 황달의 수치가 높기 때문에 한국 아이들을 많이 봐온 의사들은 이로 인한 ‘과잉진료’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출산했을 때 병원에 방문하는 소아과 의사들은 내가 선정한 의사들이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신, 병원 방문을 담당하는 소아과 의사들이 이 일을 맡아서 합니다. 이 때 비용은 따로 발생합니다 (보험을 갖고 $100 가량). 출산 관련 용품을 준비합니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를 재울 공간을 제일 먼저 마련합니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크립 (Crib)을 준비합니다. 유모차, 목욕용품 (수건, 목욕통), 로션, 첫 몇 일을 버틸 액상분유, 기저귀, 모빌, 옷 등을 준비합니다.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다 준비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넷에 항목 별로 준비 물품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습니다. 출산에 앞서 마음 가짐이 중요합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출산 때까지 온갖 불안한 상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겠지만, 부부가 서로 도와주면서 완주합니다. 가장 불안한 사람은 아내이기 때문에 남편은 불쑥불쑥 찾아오는 아내의 짜증도 받아줍니다. 집에서는 평소 산모가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음악을 준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병원에 입원해서 출산할 때도 미리 듣던 음악을 틀어 놓을 수 있어서 산모가 (그리고 태아가)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충분한 산책을 통해서 건강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출산 시기 별로 먼 곳 그리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옵니다. 출산이 임박해서는 장거리 여행은 피합니다. 만약에 부득의하게 가야 한다면, 목적지에 있는 출산이 가능한 여성 병원을 알아두고 보험사에 연락을 취해서 보험 커버가 되는 지 확인합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기르게 되면 첫 일년은 장거리 여행은 어려우니 부부가 많은 추억을 만들어 두면 좋습니다. 또한,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사진, 동영상, 그리고 출산 일기를 쓰면 좋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고서 만날 아기에게 전달할 “고급” 정보입니다. 아이가 철이 들면서 부모의 이런 노력을 보면, 빗나가게 자랄 아이는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출산가방싸기 출산 가방을 싸는 것도 인터넷에 많은 자료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습니다. 출산 예정일보다 2-3주 앞 둔 시점에 작은 여행용 가방을 준비합니다. 산모와 태아를 위한 음악을 준비합니다. 산모는 출산에 들어가게 되면 음료를 섭취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입술을 축일만 한 보리차(그리고 빨대)를 준비합니다. 산모가 목이 마르다고 하면 병원에서는 얼음 알갱이가 든 컵을 건네 줍니다. 출산 전에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 출산할 때 모두 토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산모의 여벌 옷, 아이의 계절 옷 (특히 모자), 사진기, 남편의 간식과 물, 세면 도구, 핸드폰 충전기 등을 준비합니다. 남편은 긴 팔 옷을 준비해야 추운 병실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산모는 출산할 때 나오는 열 때문에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출산 임박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가능한 집에서 몸과 마음을 쉽니다. 출산 가방은 이미 차에 있습니다.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일정 간격으로 오게 되면 바로 병원에 가야합니다. 사는 곳 지리를 잘 모른다면 평소에 집에서 병원으로 가는 최단 거리 길 (갓길 포함)을 미리 익혀둡니다. 양수가 터지는 경우에 대비해서 자동차 시트에 방수 커버를 깔아두는 것도 좋습니다. 출산 후 집에는 세 식구가 들어 옵니다. “전쟁”이 시작되는 데, 이를 대비해서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도 제거합니다. 가끔 아이가 태어나면 집의 우체통 등에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풍선을 묶어 두는 데, 병원에서는 아이들의 유괴 사건이 발생할 수 있으니 하지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산모와 마지막 식사를 합니다. 출산 전 마지막 식사일 수 있으니 산모에게 고단백의 음식을 준비해 줍니다. 출산은 보통 20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산모는 배고픔과도 싸워야 합니다. 참고로, 미국 병원에서는 출산 전 산모에게 관장을 시키지 않습니다. 의사에게 물어보니 ‘낡은 관습’이라고 선은 그었습니다. 출산이 늦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의사에게 연락을 취해서 (출산이 임박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합니다) 의사의 의견을 묻습니다. 미국은 산모가 출산 예정일을 넘기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것 같습니다. 출산이 늦어지고 아이가 너무 커지면 산모와 태아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산모는 출산을 기다리면서 산책, 스트레칭, 그리고 요가볼을 이용해서 분만을 앞당기는 노력을 합니다. 이 마저도 효과가 없다면, 유도분만을 시행합니다. 유도분만에 대한 의학적인 부작용도 보고가 되고 있지만, 예정된 날에 병원에 입원해서 출산을 할 수 있어서 산모와 의료진 모두 “준비된” 상황에서 분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입원 후에 분만 촉진제(옥시토신)를 쓰면서 출산을 돕습니다.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병원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분만실이 위치한 곳으로 향합니다. 접수를 하면 남편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산모만 들여보냅니다. 산모가 영어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한국어 통역이 있다’면서 산모만 데리고 갑니다. 십여 분이 지나면 남편 이름이 불리우고 출산을 위한 병원비를 정산합니다. 출산만 하고 정산은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산모가 있는 분만실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산모는 이미 출산을 위해 옷도 갈아입고 여러 대의 모니터와 기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니터는 산모와 태아 그리고 바로 옆 병실의 산모와 태아의 모니터입니다. 옆 환자의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서로서로 돕고 있습니다. 일반 수액과 분만 촉진 수액도 산모의 손등에 꽃혀 있습니다. 병실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합니다. 준비한 음악으로 고요를 깹니다. 남편은 애써 산모를 진정시킵니다. 간간히 병실을 찾는 간호사는 산모에게 ‘미리 잠을 자 두라’고 충고합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산모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양수가 터지는 느낌을(gush) 받고,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됩니다. 무통 주사인 Epidural은 링겔 주사를 하나 반을 맞고 자궁 문이 3-4cm는 열려야 맞을 수 있습니다. 링겔 주사를 충분히 맞아야 하는 이유는 Epidural의 부작용인 혈압 급강하를 막기위해서 입니다. 또한, Epidural을 맞을 경우, 오한이 찾아오고 누워있는 쪽 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남편은 계속 산모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자세를 자주 바꿔주어야 합니다. ‘이빨이 덜덜 떨리는’ 정도의 고통이 찾아오면 간호사는 일종의 마약 성분인 Stadol을 1mg 투여합니다. 통증 완화에는 확실히 효과 있습니다. 산모는 덕분에 잠이 듭니다. 참고로, 의료진은 산모에게 통증의 강도를 0-10 범위에서 계속 묻습니다. Stadol이나 Epidural의 효과를 알아보고 진통을 적절하게 조절하려는 의도에서 그렇습니다. 또한, 중간에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데, 병실이 워낙 춥고 산모도 통증, 링겔주사, 그리고 여러 기계장치 때문에 거동이 불편합니다. 괜히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오한이 올 수 있으니 침대에서 용변을 볼 수 있는 Bed Pen을 요청하면 좋습니다. Epidural을 맞고 나면 하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오줌 주머니를 설치합니다. Epidural을 맞습니다. 무통 주사에 대한 부작용도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굳이 맞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출산의 고통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타이밍을 놓치면 주사를 맞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산모와 남편은 주사를 맞을 지 미리 결정하고 분만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주사를 맞을 때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맞아야 하며 절대로 움직이면 안됩니다. 보통 산모의 통증이 7-8 정도가 되었을 때 주사를 맞게 되는데 허리를 세우고 앉는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산모의 몸무게 등을 고려해서 약물의 정도를 정합니다. 그리고 작은 버튼을 하나 주는 데, 이를 누르면 주사액이 조금 더 나오면서 통증을 좀 더 줄여줍니다. Epidural을 맞고 30분 정도가 흐르면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집니다. 자궁 수축 모니터는 널뛰기를 하고 있는데, 산모는 쌔근쌔근 잠이 듭니다. 아침이 밝고 드디어 분만할 시간입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방문합니다. 주치의가 방문하면 좋지만, 경우에 따라 협진을 하는 다른 의사가 아이를 받기도 합니다. 자궁문이 9cm가 열리면서 출산이 임박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몇 시간 후 자궁문이 10cm가 열리고 산모의 푸쉬가 시작됩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출산하는 병원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락을 받고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서 달려옵니다. 의사는 전화로 간호사가 먼저 산모의 푸쉬를 도와주라고 합니다. 분만실에서 산모는 간호사 그리고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서 푸쉬를 시작합니다. 잠시 후 의사가 나타납니다. 아기의 머리가 보이고 남편은 감격합니다. 산모가 푸쉬를 시작하고 또 몇 시간이 흐른 뒤 아기가 우렁찬 울음을 울면서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Epidural을 맞게 되면 하체가 마비되어서 분만할 때 힘이 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라마즈 호흡법 등을 미리 숙지하고 분만에 임하는 게 좋습니다. 연락을 받은 간호사들이 분만실로 몰려옵니다. 일사분란하게 일을 수행합니다. 의사를 도와 산모를 치료하고, 아이의 태지를 닦아 주고, 아기, 산모, 아빠의 손목에 같은 번호가 적힌 손목줄을 달아 줍니다. 아이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입니다. 아기의 키, 몸무게, 머리 둘레를 재고, 입과 코에 남아 있는 이물질도 제거해 줍니다. 아기의 손과 발의 도장도 찍어줍니다. 우렁차게 울던 아기도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울음을 그칩니다. 보이지도 않는 퉁퉁 부은 눈으로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봅니다. 아기는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두 시간 동안 엄마와 아기는 Skin-to-Skin의 시간을 갖습니다. 엄마는 초유가 나오지 않는 젖도 물려 봅니다. 아빠는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습니다.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건강한 출산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Skin-to-Skin이 시간이 끝나면 세 명이 같이 회복실로 향합니다. 회복실에 오면 아이는 간단한 검사와 목욕을 위해 간호사들이 데려 갑니다. 남편은 이마저도 불안한지 아이를 목욕시키는 Nurse Station 유리창 앞에 붙어서 간호사들의 모든 행동을 주시합니다. 여러 명의 신생아들이 합창을 하듯 울어댑니다. 일일이 신경 쓰는 간호사는 없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남편은 병원에 있는 동안 아이를 데리고 있기로 합니다. 산모와 남편이 원하는 경우 간호사들이 아기를 데려가서 재우고 시간에 맞춰서 분유도(액상) 먹입니다. 아기를 산모와 남편이 데리고 있는 경우도 이 비용은 고스란히 청구되니 필요한 경우 이용합니다. 미국에서는 출산한 산모라도 병원에 오래 입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자연분만의 경우 1박2일에서 2박3일, 제왕절개의 경우 3박4일 입원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이 기간 동안, 산모는 항생제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회복을 하고, 아기는 청력검사 같은 여러가지 검사를 받으면서 퇴원을 준비합니다. 출산 후, 아기를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은지 아기의 낙상을 방지하는 서약서에도 서명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소아과 의사가 방문해서 아기의 상태를 살피고 2주 후 소아과 방문 예약을 도와줍니다. 이 기간 동안 식사는 산모에게만 제공됩니다. 따라서 남편은 집에서 따로 음식을 준비해와서 먹어야 합니다. 미국 병원의 경우 미역국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미역국을 집에서 가져다가 먹습니다. 많은 경우, 지인들이 돌아가면서 산모와 남편이 먹을 음식을 병원으로 날라다 줍니다. 타국에 살면서 이런 도움을 받으면 참 감사합니다. 퇴원을 준비하면서 병원에서 얻어갈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첫 아이일 경우) 모유 수유에(Nursing) 대한 방법을 경험이 많은 간호사들에게 익힙니다. 모유 수유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아서 산모와 아이 모두 고생합니다. 분유를 먹이기로 결정을 해도 초유는 먹이는 게 좋으므로 간호사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모유 수유와 관련해서 오바마케어 덕분에 산모들은 $200에 가까운 유축기(Breast Pump)무료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에 미리 연락을 하면 출산을 몇 주 앞두고 유축기가 집으로 배달됩니다. 또한, 공짜 서비스 품목입니다. 분유부터 시작해서, 아기 포대기, 모자, 타올, 기저귀, 공갈 젖꼭지 등이 퇴원하는 산모와 아이에게 제공됩니다. 퇴원을 하자마자 모두 필요한 품목입니다. 많은 주에서는 새로 출산한 가정에 동화책을 한 달에 한 권씩 무료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으니 병원에서 미리 신청합니다. 공짜 서비스 품목은 병원에서만 받는 것은 아닙니다. Walmart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분유회사, 그리고 유명한 Target Baby Registry를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젖병, 기저귀, 비누, 로션, 분유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돈이 부족한 유학생들에게는 큰 선물입니다. 퇴원 병원을 나서는 심정은 두려움 반 설렘 반 입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 지 하는 두려움과 이 아이와 함께 만들어 갈 행복에 대한 기대가 섞인 설렘입니다. 남편은 병원 입구에 차량을 대기시킵니다. 아이가 앉을 카시트도 다시 한 번 살펴봅니다. 참고로 최소 두 살까지는 (대략 24파운드) 카시트를 뒤보기로 설치해야 합니다. 차 위에는 고생한 아내에게 줄 꽃다발과 풍선을 놓습니다. 휠체어에서 아이를 앉고 의료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섭니다. 여러 곳에서 축하한다는 눈짓과 몸짓이 날아듭니다. 운전을 과격하게 하는 남편도 이날 만큼은 조심조심 악셀을 밟으며 집으로 향합니다. 정말 새로운 출발입니다. 글을 맺으면서 개인적으로 분만실에 간 두 번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제 아이를 받으면서, 그리고 포스닥을 할 때 통역을 하러 가기 위해서입니다. 영어가 서툰 가정을 위해서 밤을 세워가며 분만실에서 통역을 한 일이 제게는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버릴 경험은 없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꼽으라면 출산과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도 출산과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있건 미국에서 유학을 하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미국에서 갓난아이 육아’에 대한 칼럼을 싣겠습니다. 알고 싶은 다른 주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다음 칼럼에서 다뤄보겠습니다. 멤피스에서, 안상남 드림 미국 주립대 교수가 알려주는 유학 준비ㆍ생활 정보가 더 궁금하다면? ☞ https://bit.ly/3f7Ggq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