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 느끼는 우울감,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
안상남 교수 | 2020.11.19 | 조회 92



유학 중 느끼는 우울감,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



< 유학 중 정신 건강 >

유학 중 ‘건강’에 대한 칼럼을 쓰려다 보니 주제가 너무 방대해서 이번에는 ‘정신건강’만 다루고자 합니다.

“건강”이라고 하면 언뜻 ‘질병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몸에 열도 나지 않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고, 혹시 암이라는 무시무시한 병마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건강하다”고 자신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건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아프면 그렇습니다. 오늘은 마음의 병, 마음의 감기인 유학 중 우울증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유학 우울증’이라고 하면, 얘기가 너무 심각해질 수 있으니 ‘유학 우울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예외 없이 우울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우울감은 잠시 찾아오는 ‘감기’이지만,이를 방치하면 폐렴과 같은 우울증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학은 언어,문화, 국경을 넘는 ‘이사’

이렇게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우울감은 유학생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유학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고, 유학생활을 하는 단계마다 찾아오는 긴장감, 상실감, 혹은 패배감이 우리 유학생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요. 어느 글에서 읽었는데, 스트레스의 강도는 배우자의 사망, 실직, 그리고 이사 순이었다고 합니다. 유학은 ‘지역적인 이사’ 수준을 넘어서 ‘언어, 문화, 국경을 넘는 이사’입니다. 스트레스의 강도는 엄청나지요. 저 역시 이 모든 과정에서 같은 이유로 쉽지 않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미국의 고등학생들도 비슷한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우울증을 겪고 많은 경우 자살에 이르는 비극적인 결말을 봅니다. 이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는 매우 큰 문제입니다. 대학마다 치솟는 신입생들의 우울증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부족한 학교 카운셀러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우울감의 원인과, 진단, 치료,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우울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비의료인의 관점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보건대학원의 교수로 그리고 우울증에 대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몇 편 출판한 경험이 바탕이 된 글입니다.


유학 우울감 진단

유학생들에게 좀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유학 우울감’과 맞서 싸우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을 위한 여러 가지 진단법이 있지만 간단하면서 임상에서도 사용되는 PHQ2 또는 9 (patient health questionnaires)을 소개합니다. 두 개의 짧은 질문으로 이뤄진 PHQ2는 이렇게 묻습니다.

1) 지난 한 달 동안 당신은 기분이 쳐지거나 우울해지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껴져서 자주 괴로웠습니까? (예/아니오)
2) 지난 한 달 동안 당신은 일상생활에 흥미나 즐거움이 거의 없어 자주 괴로웠습니까? (예/아니오)

임상에서는 두 질문 중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했다면 우울증으로 판단(의심)됩니다.만약 “예”라는 대답이 나오면 PHQ9 의 나머지 7개 문항을 통해 ‘확진’을 해봅니다. PHQ9의 총 27점 만점에서 5, 10, 15, 20을 얻는다면 각각, mild, moderate, moderately severe, severe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봅니다. 보통, 10점 이상인, moderate 우울증으로 판단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또 다른 신뢰할만한 진단법으로 CES-D (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ale)가 있습니다. 60점 만점에서 16점 이상을 얻으면 우울증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유학 우울감의 원인

유학생들의 우울감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사’혹은 transition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졸업 논문을 마무리할 때도 스트레스는 크지만, 유학 첫 학기에 스트레스는 정점에 도달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유학 첫 학기 때 수강했던 통계학 수업에서 개념을 잡지 못했고, 수업마다 넘쳐났던 리딩과 페이퍼 작성으로 밤마다 악몽을 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학기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이렇게 유학 생활을 접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 저는 심각한 우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학 우울감'은 여러 가지 결핍(부족)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먼저, 자신감 부족입니다. 학원에서 배운 영어와 실제 미국 대학(원)에서 사용하는 영어의 질과 양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영어 글쓰기가 ‘감히 넘기 어려운 벽’으로 다가옵니다. 둘째, 수면 부족입니다. 수면 부족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겠지만, 유학생들은 공부의 절대량에 반비례해서 (수면의 질은 차치하고서라도) 수면의 절대량이 부족합니다. 셋째, 운동 부족입니다. 잠잘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운동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적인 피로도 가중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부족입니다. 한국에서 당연히 누렸던, 건강하고 힘이 되는 관계가 한 순간에 단절되면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는 순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결혼을 하고 유학을 떠나는 경우는 훨씬 낫지만, 이 경우에는 배우자의 우울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유학 우울감 치료

유학 우울감에 대한 치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생각해볼 치료는 심리치료(psychotherapy)입니다. Talk therapy라고도 불리는 이 치료는 임상심리학자 (clinical psychologist)와의 대화를 통해 병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유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의료보험으로 심리치료가 커버가 되니 유학 우울감이 있다면 한 번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치료를 통해서 75%의 환자가 증상이 호전된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합니다. 이는 (심리치료+약물치료) 가장 적극적인 치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항우울제(antidepressant)를 처방 받아서 복용하는 것입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환자의 경우 반드시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정신 건강을 얘기할 때 사회적인 ‘낙인’효과에 (stigma)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우울증을 앓고 있고,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편견)을 느끼면서 치료를 미루거나 피하는 것이지요.이에 따라,꼭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도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가는 경우를 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약물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치료해야 합니다.

모든 약이 그렇듯 우울증 치료제도 양날의 검과 같이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몇몇 항우울제의 경우, 의사의 권고 없이 약을 갑자기 끊었을 경우, 자살충동 (suicidal ideation)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다른 방안들을 (coping methods) 고려하지 않고 약물에만 의존하는 경우 우울증의 완전한 치료가 저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몇 가지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우울감 예방방법입니다. 우선, 내 증상을 주위에 알려야 합니다. 위에 말씀 드린 사회적인 낙인을 넘어서야 합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데, 낙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족, 친구, 룸메이트, 지도 교수님께 알리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환경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인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결핍을 넘어서는 우울감 대처

또한 위에서 말한 결핍을 채우면서 평소 적극적으로 우울감과 싸울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감 부족은 보다 많은 준비를 통해 극복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영어 발표에 자신감이 없어서 우울감이 든다면, 앞서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대로, 방법을 알고 철저히 준비만 하면 자연스럽고 여유 있는 발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수업을 쫓아가기 어렵다면 예습에 더욱 시간을 할애하고 수업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는 교수님들의 office hour를 적극 활용해서 풀어갑니다. 수업성취도가 높은 친구가 있다면 know-how를 적극적으로 묻습니다.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높은 학점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공부하러 유학을 왔고,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맞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고, 건강까지 해친다면 과감히 B학점을 목표로 삼으면 됩니다. 항상 A학점만 받던 제 학생(미국 학생) 중 한 명은 한 과목에서 B가 나오자 개인 면담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참고로, 미국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기를 원한다면 좋은 학점보다도 좋은 논문을 갖고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압력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유학 우울감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둘째, 수면 부족을 적극적으로 대처합니다 .수면의 절대양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유학생의 현실에서는 낮잠을 잘 활용합니다. 틈나는 대로 낮잠을 자지만, 특히 “power nap”은 효과가 검증된 낮잠입니다.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에 10-30분간 잠을 청합니다. 제 포스닥 과정의 지도교수님은 밤잠을 거의 주무시지 않으셨지만 이런 power nap을 통해서 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하셨습니다. Power nap의 경우, 너무 짧으면 효과가 없고, 너무 길면 오히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밤잠을 설치게 할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 저서에서도 밝혔지만, 사람은 시간이 부족해지면 ‘초인적인 힘’이 생겨서 매우 ‘효율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Power nap도 유학 생활의 효율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운동은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 합니다. 이전 칼럼에서 말씀 드린 아침 조깅은 참 좋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냉수 한 컵 마시고 좋아하는 팟케스트를 들으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봅니다.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면 학교 스포츠 클럽에 가입해서 정기적으로 땀을 내면서 운동을 합니다. 피로는 풀리고 생산성은 향상됩니다. 저는 유학 중에 탁구와 테니스를 치면서 스트레스와 체력을 관리했습니다. 혼자 하는 스포츠보다는 여럿이 하는 운동이 더욱 좋습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자연히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넷째, 인간 관계를 맺으세요. 유학 중 공부 말고 연애를 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결혼을 하고 유학을 떠났으면, 학업 이외의 시간에 가정에 충실하고, 싱글로 유학을 떠났으면, 청년들끼리 건전한 관계를 맺고 건강한 습관을 통해 유학 우울감을 이길 수 있습니다. 신앙 공동체에 속한다면 인간관계를 맺기가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영적 건강을 통해서 정신 및 신체 건강까지 향상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긴장도 풀리고 마음의 여유도 생깁니다. 물론 적절한 시간 배분이 중요하겠지요.

다섯째, 우울감이 몇 일 동안 지속된다면 하얀 종이를 하나 꺼내듭니다. 그리고 나를 걱정스럽게 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적어봅니다. 나의 우울감의 원인이 인간관계 문제일 수도 있고, 학점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유학생들은 많은 경우, 풀리지 않는 논문과 실험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갑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유학생들의 단골메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걱정 중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날 만한 걱정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고 합니다. 필요 없는 걱정은 과감히 지웁니다. 이렇게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필요 없는 걱정을 지워나갑니다. 대신 오늘 하루 중에서 이룬 작은 성취가 있다면 또한 리스트를 작성해 봅니다. 매우 작은 것도 좋습니다. ‘미뤘던 세차를 했다’ 정도도 훌륭한 성취입니다.

여섯 째, 걱정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하게, ‘일의 단위를 작게 쪼개는 습관’도 유학 우울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에 박사 논문 한 챕터를 마무리한다”는 큰 목표가 있다고 합시다. 가장 먼저, 한 숨부터 나옵니다. 데이터도 없는 것 같고, Literature Review도 부족하고, 다른 숙제도 있고… 이런 경우 우리는 쉽게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크게 보이는 일은 당연히 부담감으로 다가옵니다. 대신, “논문 한 챕터”를 작게 쪼개서, Introduction, Methods, Results, Discussion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네 가지 섹션도 많습니다. 각 섹션도 더욱 작게 쪼갭니다. Introduction의 경우, 해결하고 싶은 문제 (예를 들어 소아 비만), 현재 이뤄지는 노력(알고 있는 사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와 새로운 시도 제안(알지 못하는 사실), 논문의 목표 (알고 있는 사실과 알지 못하는 사실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의 네 문단(paragraph)으로 다시 쪼갭니다. 이제 ‘하루에 한 문단만 쓴다’고 생각합니다. 이 계획을 따른다면 일 주일 후에는 서론의 draft정도는 나옵니다. 논문 쓸 걱정으로 손을 놓고 있다 보면 일주일이 금방 가버리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스트레스 지수는 당연히 낮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권합니다. 제 말의 결론은 항상 여행일 만큼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사람 포함)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서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황 안에 갇혀 있으면 우리가 가진 감사의 조건을 망각하지만, 떠나보면 우리는 알게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복을 받고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말입니다. 유학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Campground”라고 구글맵으로 검색을 합니다. 평이 가장 좋은 곳으로 예약을 합니다. 이왕이면 State Park이 좋습니다. 하룻밤에 $20-$30로 저렴하고 자연 환경도 뛰어납니다. 물론 안전합니다. 친구에게 텐트를 하나 빌려서 떠나봅니다. 아니면 월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고릅니다. 날이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좋고, 추우면 벌레가 없어서 좋습니다. 고요한 곳에서 풀리지 않는 연구도 생각해 봅니다. 아이디어 싸움인 학위 논문에서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 번만 캠핑을 가보면 유학생활이 바뀝니다.

이렇게 결핍을 적극적으로 채우려는 노력을 통해 우리 모두 유학 우울감을 넘어서면 좋겠습니다.

다음 회에서는 미국 대학의 Freedom of Speech에 대한 칼럼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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