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해커스 독자 여러분! 한 달여의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났습니다. 이곳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교수의 여름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랜트 프로포절을 쓰고, 자료를 분석하고, 논문을 쓰고, 수업을 준비하고, 가정을 돌보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2회차 칼럼의 문을 엽니다. 미국 유학 생활에 대한 칼럼인데, 내용이 너무 ‘상식’적이어서 ‘식상’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생활 정보는 넘쳐날 뿐아니라 개인과 상황마다 적응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16년 전의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미국 유학을 떠나는 분이 있으리라고 믿고 적어봅니다.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Q. 미국 유학 생활을 앞두고 상식선에 염두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요? A. 다음 세 가지는 한국 생활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사항들입니다. 첫째,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분 확인을 위한 신분증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신분증은 운전면허증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발급한 국제운전면허로 다니다가 미국 주 정부가 발행하는 운전면허로 가능한 한 빨리 갈아타야 합니다. 국제운전면허를 인정해주지 않는 주도 있으니 유학 길에 오르기 전에 미리 확인이 필요합니다. 운전면허증은 미국 내에서 비행기를 탑승할 때 신분증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매번 한국 비자를 꺼내 들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또한, 소셜시큐리티 넘버(SSN)도 빨리 받는 것이 좋은데, ‘학교에서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발급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SSN를 받아두는 것이 졸업 후에 비자를 변경할 때와 신용점수를 쌓는 데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제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대도시로 유학을 가지 않는 한 (물론 대도시로 가도 자동차는 필요합니다만) 미국 생활에서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입니다. ‘좋은’ 자동차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잔 고장이 없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새 차는 아니더라도 연식과 마일리지가 비교적 짧은 차를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고장 난 차를 고치려면 반나절은 꼬박 까먹는 것이 보통입니다. 시간이 금인 우리 유학생들에게 반나절은 어마어마한 시간입니다. 수리 비용이 저렴한 Body Shop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믿을만한 곳인지 확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유학을 올 때 자주 들었던 충고가, “미국에 가서 세 친구를 사귀면 미국 살이가 덜 고생스러운데, 그 세 친구가 바로 변호사, 의사, 그리고 자동차 수리공이다“이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에서는 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자동차 수리공은 귀합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차 구입을 미루는 것도 고민해볼 만합니다. 제가 유학생활을 했던 텍사스의 칼리지스테이션은 차가 없이는 생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여름은 길고 더웠고 무엇보다도 대중교통이 좋지 못해서 마트에 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나라의 (특히 중국) 유학생들은 차 없는 생활을 잘했습니다. 학교에 등하교할 때는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장을 보러 갈 때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보면서 차가 있는 친구들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저도 가끔 라이드를 해주면서 이 친구들의 절약 정신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첫 학기나 일 년 정도는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값싸고 질이 ‘좋은’ 차를 구입하는 요령도 생기고 도시의 지리도 어느 정도 익기 때문에 차량 구입을 약간 미루는 것도 방안입니다. 물론 운전면허증은 미리 따 두어야 합니다.
셋째, 은행계좌를 열고 자신의 신용점수(Credit Score)를 관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은 철저히 신용사회입니다. 개인 수표를 일상으로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집을 사거나 차를 살 때, 혹은 아파트(월세)를 계약할 때도 좋지 못한 신용점수는, 돈을 빌리는 이자율을 높이거나 월세 계약을 못 하게 하는 정도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은행에 계좌를 열 때 한도가 낮더라도 신용카드도 하나 만듭니다. 이제부터는 아파트 월세든, 신용카드든, 전기 및 수도세 (Utility)든, 핸드폰 및 인터넷 사용 비용이든 제때 납부를 해야 자신의 신용점수를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630-690은 Average, 690-720은 Good, 그리고 720 이상은 Excellent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러면, 미국 생활이 한국 생활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A. 미국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은 사회입니다.
한국 생활과 다른 미국 생활을 상식 선에 세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감정 컨트롤에 대한 부분입니다. 한국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개인이 분노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이웃과의 대화에서, 그리고 심지어 직장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주목을 받고 이기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제 책에서 솔직하게 고백했지만, 저는 이런 한국의 정서대로 행동했다가 대학원 생활에서 큰 낭패를 본 일이 있습니다. 제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표현했다가 잠시 동안 친구들한테 ‘왕따’비슷한 것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웬만한 일에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경우가 있어도 웬만하면 관계를 끊는 경우(Burn The Bridge)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교수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화를 낼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지적인 논쟁이 가열될 수는 있지만 결국 학문의 범주 안에서의 논쟁이어야 합니다. 미국 생활에 적응하면 자연스럽게 감정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원봉사이든, 학생회 활동 등에 참여하게 되면 건강한 ‘동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틈틈이 신문과 영화, 음악을 통해서 미국의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병원을 이용하는 '건강'에 대한 부분입니다. 사람이 항상 건강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객지에 나와서 몸이 아픈 것 만큼 서러운 것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몸이 아프면 더 서러운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개인이 지불하는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에서 비교적 쉽게 부르는 앰뷸런스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1,000-3,000을 내야 합니다. 의료보험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앰뷸런스를 본다면 ‘정말 심각한 환자가 차 안에 있구나’하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유학생 때 아내와 저에 대한 보험료(Premium)로 거의 $300~400을 지불했습니다. 나중에 돈이 없어서 아내를 보험에서 제외하고 저만 가입을 했는데도 매달 $100을 냈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아프면 어쩌나’ 하면서 노심초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이 $1000정도이고 아파트 월세가 $500정도인데 그 정도의 보험료는 거의 ‘노상 강도’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매달 $400정도의 의료보험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보험이 있다고 해서 의사를 만날 때 비용(Co-Payment)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 의사를 한 번 보려면 무조건 $25-40을 내야합니다. 치료를 받고, X-ray를 찍고, 시술을 받는 것은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합니다. 약값도 물론 따로 내야 하는데 한국보다는 최소한 두 배 이상은 비쌉니다. 여담으로, 석사과정 중 제 한국 친구 중에 한 명은 급성 맹장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의료 보험이 있어서 괜찮겠지 싶었지만, 그 친구가 받아든 병원비는 $20,000를 넘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병원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친구는 학업을 포기할까도 고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전에 대한 부분입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도 없다고 합니다. 한강 공원에서 돗자리 하나만 깔고 편하게 주무시는 분들을 보면 ‘한국은 참 안전한 나라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미국도 ‘대부분’의 경우 안전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도 안전한 구석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총기 소지가 허용되고 있다 보니 서로서로 몸을 사립니다. 커피숍이나 마트에서 권총을 차고 기관총을 어깨에 맨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개인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미국 사회는 겉으로 평온하고 ‘문화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일수록 조심할 사항이 분명 있습니다. 밤거리를 조심해야 합니다. 어둠이 내리면 인간 내면의 악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밤에는 술집 주변에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유학 초기에 뭣모르고 친구들을 찾으러 밤에 선술집에 갔다가 몇 번 봉변을 당했습니다. 그 후로는 그런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평온한 모습의 미국 친구들, 밤이 내리고 술이 들어가면 늑대로 돌변하는 모습을 봅니다. 어딜가나 ‘술이 왠수’입니다.
자동차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나 마트 주차장에서 사고가 나면 사유지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자동차 보험사에 연락하는 게 전부입니다. 혹시 주차장에서 운전자가 없는 차를 살짝 받은 경우에도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두면서 ‘뺑소니’로 오인 받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문제가 커지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공용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가해자건 피해자건) 9-1-1을 눌러서 경찰을 부릅니다. 또한, 보험사에도 바로 연락을 취합니다. 경찰이나 보험사를 부르지 않고 차에서 내려서 (자초지종을 알지 못하고) ‘미안하다’를 연발하거나 (가해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합의를 시도하는 일은 추후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간혹, 나중에 피해자에게 더 많은 합의금을 달라는 독촉에 시달릴 수가 있습니다. 특히, 밤중에 자동차사고가 나면 (서로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침착하게 차 안에서 경찰과 보험사에 연락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경찰들은 신기할 정도로 빨리 나타납니다. 보통 신고한 지 3-5분 안에 나타납니다.
말이 나왔으니, 경찰과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립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경찰이 본인의 차를 세우면 갓길이나 주변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하고 차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손은 자동차 핸들에 올려놓고 경찰이 올 때까지 다른 행동은 일절 하지 않습니다. 창문을 내리라고 하면 그때 내리고, 운전면허증과 자동차 보험증을 달라고 하면 그때 꺼냅니다. 경찰과 관련된 미국의 문화를 모르고, 경찰이 왔는데 자동차 콘솔박스에서 면허증을 꺼내다가 경찰에게 진압을 당하는 일은 잊혀 질만 하면 나오는 뉴스입니다. 미국에서 많은 경찰들이 총상을 입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경찰도 항상 초긴장 상태로 운전자를 마주합니다. 이런 것은 한국이 참 부럽습니다. Q. 미국에 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A.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렸지만, 자신의 삶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유학의 성패는 다음 두 가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취미, 그리고 체력입니다. 먼저 건전한 취미를 찾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닌 이상 365일 24시간 공부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제가 처음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마침 제 옆자리에는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선생님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제 미국에 와서 유학을 시작한다’고 저를 소개하자 대뜸 선생님은 제게 한 가지 충고할 게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어떤 말이든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하루는 푹 쉬세요. 하루가 안 되면 반나절이라도 쉬세요”였습니다. 제가 이유를 묻자, 선생님은 ‘공부는, 특히 유학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라고 하시면서 틈틈이 그리고 규칙적으로 머리를 식히지 않으면 쉽게 지치고 나가떨어져 Burn Out 되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저는 그 선생님의 문득 충고가 떠오릅니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 될 것 같은데 하는 유혹을 참고, 한 박자 쉬었다 가면 좋습니다. 하루 또는 반나절을 쉬라고 해서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해 드렸던 Deep Work를 쓴 Cal Newport는 일과 후의 스마트폰 사용을 우리 생산성과 건강한 삶을 파괴하는 ‘주적’으로 여깁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대신 틈나는 대로 여행을 떠나기를 권합니다. 제 책에서 소개해드렸지만, 미국은 캠핑의 천국입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돈만 있어도 미국 여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서는 (특히 전공과는 다른)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해보면서 자신의 현재의 삶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국 책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저는 이번에 ‘밀리의 서재’라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한국 책을 더욱 많이 읽고 있습니다.
둘째, 체력입니다. 학력이 체력이고, 체력이 학력입니다. 산더미 같은 숙제를 하고 리딩을 하려면 어느 정도 체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우리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요통이 ‘귀신처럼’ 따라옵니다. 앞서, 리듬 있는 삶에 저는 아침 운동을 넣기를 권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냉수 한 컵 마시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뛰길 바랍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조깅을 하면 무료함을 달랠 수가 있습니다. 많은 정보도 얻게 됩니다. 혼자 하는 운동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운동도 하기를 바랍니다. 학교 Recreation Center에 가면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들이 좋아하는 탁구와 배드민턴도 할 수 있습니다. 축구와 배구, 그리고 농구도 할 수 있습니다. 수영을 할 수 있다면 강추합니다. 저는 수영을 못 배운 게 여전히 아쉽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고 허리에도 좋은 운동이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추천됩니다. 저도 언젠가는 수영을 꼭 배우려고 합니다. Q. 유학 생활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있을까요? A. 만약 영어를 읽고, 듣고, 쓰고, 말하기에 완벽하지 않다면 영어의 이 네 가지 분야를 가능한 빨리 따라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을 넘어서 유학생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공에 따라서 영어의 활용도는 차이가 날 수는 있습니다만, 어느 분야이건 간에 유창한 영어 실력은 여러분을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게 합니다. 영어에 대한 준비는 지난 칼럼과 제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해드렸습니다만, 몇 가지는 간단하게 다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영어 말하기 실력 향상을 위해서 컨버세이션 파트너 (Conversation Partner)를 찾기를 바랍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무료로 영어 말하기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이 분(들)과 귀한 친분을 쌓을 수 있고 타향살이의 외로움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자 신문을 읽기를 바랍니다. 학생 할인을 받으면서 Wall Street Journal과 New York Times등을 집에서 구독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대부분의 언론이 진보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균형 잡인 생각을 위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Wall Street Journal를 읽기를 추천합니다. 또한 지역 신문들도 읽기를 추천하는데, 유학 생활을 하면서 지역의 현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어서 미국 친구들과의 대화에 도움을 줍니다. 다음으로, 여러 번 강조했지만, 영어책 독서를 추천합니다.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책이면 좋습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은 흥미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문맥으로 단어의 뜻을 유추하면서 일주일에 100페이지 정도 읽어나갑니다. 바로 ‘영어의 체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안입니다. (영어)독서를 통해서 영어 실력과 함께 인품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미국에 도착하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 친구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기를 추천합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이런 모임에 가고 싶어도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참석해서 미국살이와 문화에 대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기회를 갖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명 실수를 많이 하겠지만 실수 없이 배우기 힘든 게 바로 문화이고 언어입니다.
공부와 관련해서 잠시 언급을 하자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학과 교수님을 찾아뵙기를 추천합니다. 학과장님 뿐만 아니라, 자신이 수강하게 될 수업의 교수님들께 미리 메일을 드려서 찾아뵙습니다. 물론 그전에 각 과목의 Syllabus를 받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수님들과 만난 자리에서 Syllabus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을 묻고 수업에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묻습니다. 유학생활을 처음 시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다른 유용한 팁도 달라고 여쭤봅니다. 도움을 청하는 학생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교수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교수님들은 ‘자신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교수라는 직업이 ‘지식 서비스’라는 말씀이지요. 그분들을 선의로 ‘이용’하면 됩니다. 또한, 펀드가 없이 유학길에 올랐을 경우, 펀드의 상황도 여쭤보면 좋습니다. ‘저는 펀드가 필요합니다. 제게는 이러이러한 스킬이 있는데,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나중에라도 말씀해주세요’라고 간단히 말을 해 놓으면 됩니다. 우리의 수업 태도와 성취도를 보면서 교수님께서는 첫 학기가 끝나고 펀드가 생기면 GA나 TA자리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기회는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오기 마련입니다. Q. 미국의 비싼 하우징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A. 유학에 오른 후 하우징에 대한 고민과 질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파트를 구해서 혼자 살 것인지, 룸메이트를 구할 것인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것인지, 옵션이 다양해서 우리의 고민도 깊어갑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대학원 유학에 오른 경우라서 크게 고민할 것은 없었습니다. 깨끗하고 저렴한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서 한인 교회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미국에 처음 오는 유학생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신용 점수가 없기 때문에 대개는 아파트 계약을 위해서는 현지에 있는 일종의 ‘임대차 보증인’이 필요합니다. 유학을 오는 처음 순간부터 주위에 신세를 질 일이 생기는 겁니다.
싱글로 유학을 올 경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금전적인 여유 등을 고려해서 하우징을 찾습니다. 보통 혼자 사는 것을 가장 선호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아파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룸메이트를 찾게 됩니다. 저는 룸메이트를 찾아본 경험이 없어서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학교에 저렴한 기숙사가 있고, 싱글이라면 (결혼한 분들도) 기숙사를 추천합니다. 안전도와 시설에 대해서 미리 알아봐야겠지요. 첫해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도시가 익숙해지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생기면 집을 하나 렌트 (House Rent)해서 살기도 합니다. 룸메이트가 3-4명이라면 비용을 분할해서 살 만합니다. Q. 미국에서 공부하며, 생활비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저도 유학을 떠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직장 생활 삼년 반을 일하면서 꼬박 모은 돈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집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지고 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을 해야 했습니다. 결혼까지 하고 갔던 터라 생활비에 대한 염려는 끊임없었지요. 재정적인 어려움은 석사, 박사, 그리고 포스닥 생활을 마치는 7년반 동안 이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제 아내가 많이 고생을 했습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푼돈을 벌고, 아내는 주변 유학생들의 아이를 돌보면서 생활비에 도움을 주었지요. 길고도 긴 겨울밤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미국살이 생활비에 대해서 몇 마디 의견을 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활하고 공부했던 텍사스의 칼리지스테이션과 미국 맨해튼의 생활비는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먼저, 매달 쓸 수 있는 생활비 (Budget)를 책정하고 가계부를 작성하십시오. 쓸 돈도 없는데 무슨 가계부냐 하겠지만,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내 소비 패턴을 알게 되고 필요 없는 지출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생깁니다. 미국 생활 시작을 위해 목돈이 들어가는 첫 몇 달을 지나고 본격적으로 가계부를 적어봅니다. 씀씀이를 항목별로 나누고 기록하다 보면 대충 감이 옵니다.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 더 아낄 수 있는지도 알게됩니다. 많은 유학생들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싸고, 외식을 줄이며, 학교 통학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커피 역시 싸가지고 다니지요. 결혼을 하고 유학을 오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나는 적게 쓰더라도 배우자가 쓰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면 Budget은 이미 한도를 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우자의 씀씀이까지 신경 쓰고 말을 거들다 보면 쉽게 말다툼으로 이어지지요. 가정이 흔들리면 유학생활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참, 지혜롭게 행동해야할 부분입니다.
미국에서 쇼핑은 어떻게 할까. 우리는 소비 지향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은 물건을 대량 생산하고 소비자가 구입을 해줘야 경제가 돌아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에 가서 TV를 켜면 깜짝 놀랍니다. 한 채널만 건너면 TV홈쇼핑 채널이 나옵니다. 미국에 오면 TV홈쇼핑보다는 인터넷 쇼핑이 더욱 쉽게 느껴집니다. 바로 아마존등을 통한 인터넷 쇼핑입니다. 학업과 객지 생활로 우울하고 외로운 우리 유학생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쇼핑중독’입니다. 물건을 사고 제품이 배달될 때까지 하루가 무척 깁니다.
돈이 충분한 유학생을 제외하고 ‘한정된 재화’만을 보유한 일반 유학생들의 경우 조금은 다른 소비 패턴이 필요합니다. 저는 중고 장터를 이용하기를 추천합니다. 유학을 가면 학생회나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중고장터가 있습니다. 동료 유학생들이 파는 물건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믿을만합니다. 미국에는 주말이 되면 동네마다 야드세일 또는 거라지세일을 합니다. ‘미국 사람들, 뭐 이런 것들도 파는가’할 정도의 물건도 팔지만 발품을 팔다 보면 좋은 물건도 심심치 않게 건질 수 있습니다. 안전한 동네에서는 Craiglist도 이용할 만 합니다. 미국 사람들의 물건을 사러 갈 때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같이 가는 것이 안전에 좋고, 월마트 주차장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서 저는 할 말이 많습니다. 이미 책에서도 밝혔지만, 어쩔 수 없이 지게 된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용카드는 유학생들에게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신용 점수도 올리고 마일리지를 모아 한국행 비행기 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사용은 유학 생활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유학생들도 많이 봤습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면 하루하루 사는 게 고역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을 자신의 Budget 안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다음 달에 완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결제할 수 없다면 소비하지 않는 것이 미래의 행복을 볼모로 잡지 않는 행동입니다. 이는 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씀입니다. Q. 마지막으로 유학 생활과 관련해서 해주시고 싶은 말씀은요? A. 유학생활 (인생을 통틀어서)의 성패는 또한 시간 활용에도 달려 있습니다. ‘시간이 돈이다’는 격언은 틀림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동급은 아닙니다.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가끔 나이 든 억만장자를 보면서 ‘그들의 재화는 부럽지만 나이듬은 전혀 부럽지 않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유학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의 때는 어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시간입니다. 불확실성은 있지만 반대로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등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미 얇아진 지갑은 내일 아침에 더 채워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지갑’은 해가 뜨고 하루가 시작되면 빳빳한 24시간이라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억만장자나 가난한 유학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적어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냅니다. 저는 학교에서 노화와 보건 (Aging & Public Health)이라는 수업을 진행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학생들과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이십 대 중반의 학생들에게 죽음은 멀리 있는 일로 여겨지지만,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학생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습니다. 죽음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에 더욱 잘 살고자 합니다.
유학을 결심한 여러분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용기에 걸맞는 결과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와 이를 이룰 주도면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계획은 실패하기 위해서 존재한다’지만 계획이 있는 인생과 없는 인생은 그 질과 결과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더운 여름 Stay Cool & Productive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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