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학문에 뜻을 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3년동안은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 이후로는 유학생활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1) 3년째가 지나던 날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자식된 도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면서 내가 부모님 곁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맘이 많이 흔들립니다. 원래 계획은 미국에 아예 정착해서 교수가 되든 연구원이 되든 하는 것이었는데
다시 부모님 곁을 지키려 한국으로 가자니 제가 속해있는 학문 분야는 한국에서는
다뤄지지도 않고 너무 순수학문이라 교수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직장을 구할 수 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교수될 기회는 미국보다 훨씬 안좋구요.
2) 설상가상으로 제가 체력에 한계가 오기 시작하면서 제가 속한 학문에서의 연구-체력 소모 심함-을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도 갑자기 생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3) 그리고 제가 올해부터는 미국 학교로부터 받던 월급의 금액도 크게 줄어서 오히려 부모님이 저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주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재능이 있었으면 연구비 쯤은 따냈을 텐데 월급이 줄어 생활에 지장이 오니 더 이상 제가 속한 학문분야에서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4) 그리고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직장을 그만뒀던 이유는 제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차별이 심했기 때문였는데 저랑 같이 계약직이었던 직급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더라구요. 저도 그냥 직장 계속 다녔으면 안정적으로 돈 벌 수 있었는데.. 충격이 컸습니다. 제가 유학가고 싶을 때는 회사에 있기 싫다가, 정작 지금은 회사를 계속 다녔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3년동안 정말 한결같이 나는 교수될거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고 다녔던 제가 한 순간에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할 수 없이 한국에서의 다른 취업 루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제가 이제까지 너무 순수학문에 매달린 나머지, 취업을 위한 능력은 없습니다. 예를들어 영어를 어정쩡하게 잘 하긴 하지만 영어학원에서 강사할 정도는 아니고, 통계쪽으로 취업을 할 생각도 해봤는데 이걸 하려고 해도 앞으로 제가 배워야 할 시간과 돈이 더욱 많이 듭니다.
이제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제 인생이 망한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고 여러 강연도 보며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도저히 현실적으로 제 가난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이렇게 나이만 먹고 취업은 못하고 돈도 없고 결혼도 못하고 부모님이 아프셔도 내가 자식된 도리로 좋은 병원, 좋은 약 하나 못지어 드리게 될 것이라는 점 입니다. 제가 이제까지 돈 못모은것을 고려하면 월 500은 벌어야 부모님께도 효도하고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제 상황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중소기업같은데 들어가서 뼈 빠지게 일하고 돈도 100만원대로 받는 그런 일 밖에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현실적으로요. 그런 제가 대체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조언 해 주실 분 있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은 이 글을 읽고 미리 저처럼 되는 것을 방지하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아요.
나이 많이 먹은 상태에서 교수 딱 하나만 바라보고 유학오는 것이 이런 참변을 가져다 주네요.
다른 분들도 혹시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유학 갈 생각이시면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것을 봐주시면 어떨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