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이미 다녀 왔겠다, 나는 대한민국 모든 남성들 처럼 자신감과 군대보다 더 하랴 하는 당당함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착륙후 모든것이 새로웠다. 여기저기 보이는 파란눈 아저씨들
배나온 사람들. 공항에서의 언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나름 토플도 높게 나왔고 미드도 많이 봐왔던 나는
영어 별거 없네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학교 개강후 모든것이 뒤바뀌었다. 룸메와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수업은 커녕 숙제도 못알아들어서 못해가기 일쑤
였다. (참고로 한국 대학교에서 생활하다가 군대 전역후 편입했다.) 그래도 처음 한달은 뭐 적응기간이라고 스스로 위로하
였다.
전세계에 한국사람이 없는곳은 없다는 말이 사실이였다. 여기도 한인 단체가 있었고 한국인 학생들의 커뮤니티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왠지 영어가 늘지 않을 것 같아, 발만 담그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항상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야. 1년만 지나봐, 다 괜찮아지고 다 말할 수 있어"
1년? 1년은 개뿔. 나의 영어는 3개월이 지나도 6개월이 지나도 10개월이 지나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수도 있다. 클럽활동을 하지 그랬냐.
했다. 해서 마구 떠들어도 보고 모르는사람한테 가서 말도 걸어보고. 그런데 돌아오는 거는 엄청난 속도의 말과
알아들을수 없는 영어들 그리고 내가 못알아 들으니까 언젠가 부터 무시하는 그런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점점더 알게 모르게 작아지기 시작했고 어느순간부터 하루에 1시간이상 영어를 쓰지 않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시간이면 많이 썼다고 쳐야 할것 같다. 그리고 영어 못하는 다른 한국인 들을 보면서 쟤들도 못하는데 뭐~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처음에 마음먹었던 쟤들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에서 쟤들도 못하는데.. 라는 마음가짐으로
변했다고 해야하나.
유학생중에 나같은 사람이 많을까? 요즘 나는 유학의 목적이 언어능력의 향상이 아니라 학업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
기 합리화라고 해야하나.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년에서 2년정도. 다 끝나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무시당하더라도 더 외국인한테 붙잡고 말을 해볼껄 하는 생각도 든다.
예비 유학생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부디. 독하게 마음먹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저 밑 글에 어떻게 얼굴에 철판을 까냐고 물어보신분, 까시길(?) 바란다.
건방져 보이고 유학 1년 반밖에 안한 놈이 이런 글 쓴다고 안좋게 볼수도 있다.
그래도 부탁 드린다. 제발 독하게 마음먹고 언어에도 힘쓰시길 바란다.
방구석에 기숙사에만 쳐박혀 있지 말고 나와서 여러 활동도 하고 자신감 있게 다니시길.
1년반 정도 남은 글쓴이도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려고 한다. 과연 얼마나 늘지는 의문이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