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들이 다들 왜 이렇게 삐딱한지 이해하기 힘드네요.
저는 노땅 유학생이 예전에 미국인종주의에 대한 글과 한국침략과 관련된 일본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의
비판글을 올렸을때 응원했던 사람인데요. 그때 그 글과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습니다. 비록 역사학은 아니지만 저는 인문학 대학원생입니다.
우선 두 글을 읽고, 노땅 유학생님의 역사 수업에 대한 열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솔직히 그런 열정을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의문시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학부생이라고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수준이 높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판적인 생각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모르는 거 있으면 교수님께 찾아가서 질문도 하고 교수님의 반대되는 의견도 적극적으로 잘
표현하라고 했는데요. 한학기동안 교수님과 상담했던 시간들을 볼때 님이 교수님을 존경했다는게 느껴져요.
그 교수님이 유럽계 출신의 미국 교육을 받은 교수님인 걸로 아는데,
제가 미국 교육을 받으면서 얻은 결론은 교수님들이 앞에서 하는 행동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공과 사가 분명하다는 것. 나쁜 쪽으로 해석하면 뒤통수를 때린다는것.
특히 서양 교수들이 동양학생들에게 이렇게 하는 경우 인종차별의 의심을 벗어던지기 위해 취하는 방편인 경우도 있구요.
저도 예전에 순진해서 교수님들이 나한테 친절하게 대하고, 좋은 조언도 해줄길래
성적이 아주 좋게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전혀 나의 예상과 다른 성적이 나왔더군요.
특히 교수님들의 경우, 학부생을 대하는 거랑 대학원생을 대하는 거랑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생은 이제 막 전공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단계이고, 많이 공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가정하여,
교수들의 기대치가 낮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그 기대치가 낮을수록 학부생에게 그저 잘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에서 여러 교수님들을 봐왔지만, 공과 사가 분명한듯해도, 편애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바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노땅 유학생님은 너무 교수님들과의 관계를 일일이 집착하지 마세요.
예전에도 어떤 학부생이 교양 수업교수랑 친해지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막 울상인데,
사람들이 학부생은 교수랑 친해지는 건 어렵다고 특히 교양 수업교수는 더더욱 그렇다고
교수랑 학생의 관계는 직장상사와 직원의 관계랑 흡사하다고 조언해줍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라고 조언했어요. 그리고 교수들이 정치적이고 무서운 사람들이 많아요.
성적 자체도 결코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님은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지 마세요.
그 성적은 님의 실제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걸 수도 있어요.
스티브잡스나 에디슨 같은 사람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즉 성적은 절대 님의 전체 능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 수업에 한에서만 부분적인 능력을 평가받은 것이고,
이 평가도 절대적으로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노땅 유학생님의 좌절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낮은 성적으로 전체를 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믿길 바랍니다. 교수들마다 생각하는 기준, 평가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논문을 봐도 어떤 교수는 너무 잘 썼다고 칭찬해주지만, 어떤 교수는 너무 못썼다고 비난합니다.
즉, 님이 쓴 페이퍼나 과제에 대한 평가가 교수나 TA의 생각과 맞지 않아도 점수가 많이 내려갈 수 있다는거죠.
서로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도 점수를 인정해주는 교수가 있는 반면 그것도 인정해주지 않는 교수가 있습니다.
저도 TA 해봤고, 교수들을 봐왔지만, 점수를 매길때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노땅 유학생님은 그런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교수가 수정해주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냥 받아들이세요. 님의 전체 인생에서 이 하나의 성적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덧붙혀서 말하자면, 제가 예전의 님의 글을 토대로 볼때, 그 역사 교수님은 오리엔탈리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동양을 열등하게 보면서 서구는 우월하다는 서구중심적 마인드를 가진 교수들이 많아요.
그리고 교수들의 생각이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그 교수를 만나게 된다면 님도 그냥 평상시처럼 인사하구요.
되도록이면 그 교양 수업 교수와 가까이 지낼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만약 그 수업을 다시 듣고 싶다면(별로 권유하고 싶지 않지만),
교수한테 어떻게 다시 공부하면 좋을지(어떻게 점수를 얻을 수 있을지)
조언구하는것도 나쁘지 않을듯해요.
그리고 교수들한테 나 영어 못한다고 죄송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외국에서 이런 겸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교수가 너가 말한 것처럼 영어 못하니까 점수를 더 안줬을 수도 있는 겁니다.
요약하면, 첫째, 절대 성적에 연연해하지 말고 그 성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가두지 말라.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에 가치를 둬라.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되, 주어진 성적을 보고 좌절하지 말라.
둘째, 교수마다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절대 교수와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라.
교수는 수많은 학생을 대하기 때문에 교수의 업무적인 태도로 인해 학생이 상처받지 마라.
셋째, 자신의 열등감을 함부로 교수들에게 보여주지 마라. 겸손은 때에 따라 누구인지에 따라 보여주는게 낫다.
이번 일로 인생을 배웠다 생각하고, 님이 가진 열정을 이번 기회로 버리지 말고,
다시 전진하길 바랍니다. 노땅 유학생님 힘내세요.
> > 2011-12-31 04:06:58, '' 님이 쓰신 글입니다. ↓
나는 역사교수님을 아주 많이 존경했다. 물론 전공도 아니고 교양과목 교수님이지만 사실 나와 전혀 무관한 미국역사이긴 해도 신기하게도 강의가 무척 재미있게 느끼도록 가르쳐주셨다. 미국 3위권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며, 굉장히 가르치는데 있어서 재능이 있는 분이다. 50분 수업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지식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 교수님의 수업을 좋아한다.
미국 역사를 배우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부분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교수님께 이메일로 질문도 드렸을 뿐 아니라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가서 질문도 하러 갔었다. 교수님은 사실 딱딱한 인상에 강의시간에 떠들면 굉장히 화내시기 때문에 좀 무섭다는 편이 옳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 달리 질문하러 갈 때마다 정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고, 오히려 이 과목 TA가 답변하는데 무척 인색한 반면에 말이다. 학자로서 훌륭할 뿐 아니라 인성도 좋은 분이라고 느꼈었다. 가끔 내가 미국 역사에 대해서 뭘 안다고 주제넘게 교수님의 의견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때 조차 흔쾌히 수용하시기 조차 하셨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너무 이상하게도 학교일에 관한 개인적 문제를 이 교수님께 상의드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그때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교수님이 학교에서 오래 계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교수님의 답변은 별로 문제해결에 도움은 못되었지만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시는구나 하고 느꼈었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 궁금해졌다. 교수님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연 말을 잘 못하는 한 학생으로 보시는 걸까, 아니면 본인 나라에 유학온 영어못하는 한 아시안 학생으로서 대하시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저같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않는 아시안 학생을 이해하고, 격려해주고,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교수님이 답장으로 내 학업에 행운까지 덤으로 빌어주셨다. 그러나 결국 후자로 나를 대한다는 생각에 이런 친절도 어쩌면 백인우월주의에서 오는 하나의 동정, 시혜적 성격의 긍정적인 인종차별의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드디어 과목 성적이 나왔다. 시험뿐 아니라 페이퍼까지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좋지않은 등급이었다. 지각 한차례 한 것 말고는 지각도 결석도, 강의시간에 졸았던 적도 결코 없었고 정말 열심히 했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슬픔이 북받쳐 올랐다. 왜냐하면 나는 이 과목을 가장 좋아했었고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내가 많이 존경하는 교수님께 인정받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었는지도 모른다. 여느 한국유학생들처럼 A같은 건 절대 바라지는 않는 내가 받은 것 중 가장 나쁜 등급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이 과목에서 이 정도는 아니라고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등급에 의해 열등한 학생으로 정의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이 과목은 TA가 모든 것을 평하고 등급을 정한다. 전혀 교수님이 성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TA가 중간고사에 성적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했기에 부연 설명과 더불어 조정해주면 안되냐고 했더니 교수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걸 기억하고 나는 교수님께 성적이 바로 나옴과 동시에 이메일로 답안지와 페이퍼를 리뷰해주시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10분안에 답메일이 왔다. 단칼에 그 등급은 나의 옳은 등급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첨언하셨다. 이 과목은 무척 어려운 과목이고 그 정도면 잘 한 것이라고, 내가 한 것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내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알고 있다며 이게 아마 후일에 도움이 될거라고.. 차라리 간단하게 점수를 올려줄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말이 훨씬 따뜻하게 들렸을지 모른다. 잔인한 점수를 주시고는, 내게 그런 말을 하신 의도가 결국 내 주제에 그 점수도 과한 것이라는 얘기인건지.. 교양과목에서 왜 이렇게 혹독한 점수를 주시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비록 영어실력은 부족하겠지만 내 논리나 지식부분에 있어서 다른 학생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백인 우월주의 또는 자신의 우월주의의 하나의 표상인건가. 내가 그 분 마음속에 들어가본 적 없어서 잘 못 짚은건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나 역시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인 것 같다.
경제적 수탈에 의한 인종차별을 주장하던 나의 의견을 정면 반박하셨던 교수님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백인우월주의에서 나온다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닿았다. 핍박이나 학대를 통한 인종차별도 있겠지만, 동정이나 시혜적 성격의 인종차별도 충분히 그들에게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것이... 그리고 인류역사에서 몇백여년간 이어져온 인종차별이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인류역사에서 사라질 일은 없겠구나 싶은 것이 씁쓸해졌다. 그리고 나는 성적이 나오기 전 계획대로 연하장을 그 교수님께 드릴 것이고, 여전히 학자로서는 교수님을 존경하겠지만, 이제 그 교수님을 예전처럼 인간적으로 존경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