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미국 테뉴어 실상…美, 하루12시간 연구해도 80%는 탈락
미국 등 선진국 상위권 대학에서 교수들이 테뉴어(정년보장)를 받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92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테뉴어를 딴 정운오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말도 못 하게 힘들다. 연구실에 침대를 두고 살아야 한다"며 "강의 부담은 거의 없지만 '테뉴어를 받은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그만큼 독하다는 의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구 외에는 아무것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버드 등 미국 아이비리그 테뉴어 심사 탈락률은 평균 80~90%에 달한다. 일주일에 80~90시간 연구를 해도 10명 중 1명 정도만 심사를 통과한다는 얘기다. 경력 순으로 정교수로 승진하고, '정교수=정년보장'이라는 공식이 철저히(?) 지켜지는 국내 대학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서울대 공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로버트 매케이 교수는 '우수 외국인 교수 유치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은 테뉴어 심사가 엄격하지 않아 외국인 교수들에게 매력적"이라고까지 말했다.
미국에는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면서 테뉴어 심사를 함께 받도록 한 대학이 많다. 승진과 테뉴어 심사는 '승진ㆍ테뉴어 심사위원회(Promotion & Tenure Committee)'에서 관장하는데, 이 위원회가 학과, 단과대학, 대학본부마다 설치돼 있어 교수들은 세 차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평가 요소는 크게 △논문 양과 질(영향력) △외부 평가로 나뉜다. 논문은 편수 자체보다 학문 분야별로 세계적인 '톱10' 저널이나 학술지에 얼마나 게재됐느냐가 핵심이다.
외부 평가에선 분야별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대학 최고 석학들이 매정할 정도로 엄격한 평가를 내린다. 보통 5명이 외부 심사위원으로 배정되는데, 이들 중 2명 정도가 "우리 대학 같으면 테뉴어를 안 주겠다"고 평가하면 결과는 뻔하다.
'불합격 판정'에 불복한 교수가 대학본부에 새로운 자료를 첨부해 재심사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테뉴어 시계(Tenure Clock)'라고 불리는 심사 기간에 최종 탈락하면 기회는 다시 없다.
본 심사가 까다롭고 두 번 기회가 없는 만큼 대학은 조교수를 대상으로 매년, 그리고 2~3년에 또 한 번 자체 평가를 한다. 이때는 학과장이나 학장이 개별 교수 연구 성과를 보고, '독려' 또는 '경고'를 해 교수를 채찍질한다.
반면 국내 대학들은 별다른 중간 평가 없이 단과대학별로 승진 대상자를 추천해 본부에 올리고 대부분이 통과된다. 골프도 치고 여가를 즐기면서도 가능한 '원만한' 심사제도 덕분이다.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