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미국 동부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된 신입생입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이번 학기 온라인으로 한국에서 할까 고민을 했지만 메일 주고 받는 것 조차 시차로 인해 힘들다는 것을 느껴 디퍼로 마음을 굳힌 후 지도교수님과 화상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면담하면서 현재 미국 학교의 재정 상황이 굉장히 안좋게 치닫고 있고, 향후 코로나의 상황이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대비해교수들의 임금 삭감, 박사생들의 펀딩 삭감 등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학생들에게도 인지도 높은 사립 학교임에도 이렇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디퍼를 할 수 있고 올해 합격통지에서 받았던 오퍼를 지금은 개런티한다고 말은 하더라도 실상은 개런티를 할 수 없으며 디퍼한 후 입학시 어떤 불이익이 있을 지 그건 현재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외적 상황을 들며 학교측에서 펀딩 삭감을 얘기할 수 있다고 해요.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듣는 박사생들의 등록금 면제를 이번 학기에는 진행하지만,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 봄 학기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라고도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이번에 받은 조건이 제일 좋은 조건이니 되도록 디퍼하지 않고 미국에서 시작하기를 권하셨습니다. 미국에 있어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해야겠지만 한국에 계속 머물 시 다음학기 등록금부터 위험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래도 디퍼하겠다면 존중하지만 제가 받은 펀딩 조건을 그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고 하셨고 한국에 있으면서 그래도 연구할 자료를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주 중에 비자 인터뷰가 잡혀 있어 비자를 받을 때까지 더 고민을 해보겠지만, 저는 그냥 미국에 들어가서 집을 얻어 박사를 디퍼하지 않고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솔직하게, 내부 상황을 잘 아는 분들만 해주실 수 있는 조언을 제게 해주셔서 감사했고, 좋은 조건일 때 시작해서 빨리 마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공유하는 것은 저와 같은 선택을 하시기를 말씀드리고자 함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저도 디퍼를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른 분들이 선택 내리시기 전에 조금이나마 고려하시고 결정 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습니다.
그간 박사 준비하느라 고생했고, 합격해서 이젠 박사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구나..했는데 이런 복병이 있었네요.
아무쪼록 하루 빨리 백신이 나와서 이러한 비상시국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이번에 미국 유학 시작하시는 분들의 건승을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