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미술사 유학 준비생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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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도 | 2005.10.01 | 조회 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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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계신 분이 답변 잘 해주셨지만.. 저도 그냥 아는 선에서 조금 보충할까 합니다.
그냥 현재 미술사학도로서 현실을 말씀 드리죠...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입니다.
>
>뒤늦게(대략 1년 전) 미술 분야에 꽂혀버려 취미로 그림감상, 미술관련 서적을
>
>찝쩍이면서 서울대 미술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잠시 준비하다가 요즘 외국 유학으로
>
>180도 방향을 바꿨습니다.
아마도 밑에 분 말씀처럼 서양미술이나 현대미술을 전공하려고 계획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국내 대학원도 학부 때 비전공자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데, 계기는 거의 글쓴님처럼..
작품 보기를 취미 삼아 하다가 흥미가 생겨서 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 여러 기관의 교양
강좌를 들으며 훌륭한 정도의 지식을 쌓아두신 경우도 많죠.
그런데.. 미술사는 절대로 그림감상과 취미 혹은 교양 정도로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닙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대학원 입시를 치루기에는 문제 없지만, 실제로 대학원을 다니게 되면
기대한 바와 달라 많이 실망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대학원만 들어와 보셔도 아시겠지만..
수업의 내용은 발제 및 발표, 각종 언어로 된 아티클을 읽고 서평 쓰기 등.. 과제들로
점철되어 있는데요. 결코 학부 수업처럼 강의를 듣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실 겁
니다. 수업을 정상적으로 듣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영어와, 불어 등의 기타 외국어에
무리가 없어야 하고(이건 서양쪽이고 동양쪽의 경우 영어 및 일어, 중국어 한문등이 필수
죠. 이것은 미국의 대학들에서도 모두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매 학기 소논문 수준 이상의 글을 쓰고 발표를 하는 입장에서 논문을 쓰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도 필수적입니다. 즉, 서양미술 하기에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아마도 이것은 글쓴님께서도 이해하시고 유학을 생각하셨겠지만)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실로 너무 고되서 학문을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과
흥미를 마구 깎아먹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대학원 다니는 사람이 많고, 또 그 중에 인문학 전공인 사람들도 많지만
이렇게 고생 죽도록 하는 과는 흔치 않습니다.. (친구들도 미술사학과가 정말 악명 높다고 말합니다)졸업도 남들의 두배는 걸립니다. 이건 국내만의 사정은 아닙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yale university의 미술사 통계를 보시면 박사를 취득하기 위해 걸리는 평균 기간은 8년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비서구권 학생들의 경우는 어떨지...-_-;;
>저는 학부는 고려대학교에서 인문학쪽 전공했고(평균학점은 B) 지금은 대기업에서 미술과
>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외고를 졸업했지만
>
>중3때 외고 입시 준비할 때의 영어실력으로 10년을 우려먹고 있는 상황입니다...-_-+
>
>제 꿈은 미국에서 미술사나 예술경영 쪽에 박사학위를 받고
>
>미국에서 큐레이터 일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미술계를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글쓴님께서 인문학 전공이시라니, 인문학적 base는 어느
정도 갖추셨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건 나중에 아시겠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보기엔 마인드 자체가 인문인이 아니면 버텨내기 힘든 바닥입니다.
어쨌든, 일반적인 인식처럼 미술사가 돈 많은 집안 애들 호사 생활 하라고 있는 과는 아닙니다. 직접 다녀보지 않고서야 제가 아무리 이야기 한들 글쓴님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점에서 저는 글쓴님이 국내 대학원을 다녀 보신 후 결정 하시
는 것이 제일 바람직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선은 이 학문이 어느정도 자신에게 맞는지
확신 없이 시작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지금 가지고 계신 열정 충분히
높이 삽니다(사실 저도 대학원 들어오기 전에 글쓴님과 비슷해서) 하지만 대학원의 세계는
정말 다릅니다. 그것을 극복 가능하다면 더욱 긍정적이 되겠죠) 돈은 많이 드는데 정말 뽑히는 건 거의 없는 동네거든요..
글쓴님께서 아직 미술사를 정식으로 공부해 보신 적이 없고 직장을 다니신지도 꽤 오래
되셨다고 하니.. 이 상태에서 유학 준비를 강행하시겠다고 한다면 미술사보다는 예술 경영
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마치 약장수 같군요^^) 확실하진 않지만, 예술경영의 커리큘럼이
미술사의 것보다 훨씬 실무적인 쪽으로 다양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술경영의 경우 확
실한 의도가 있는 전공이니만큼 글쓴님의 목표와도 더 잘 맞는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렇지만, 미국에서 잡을 잡는 것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워낙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적은데다가, 전공자들은 많기 때문이지요. 그건 국내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
사정일 겁니다. 오히려 국내의 경우는 관련 일자리들이 인맥으로 많이 연결되는 만큼 국내
대학원을 나오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미술관의 경우 유학파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긴 하지요. 그런데 결국 이도 빽의 문제인 거 같더군요..^^)
심지어 잡을 잡는다고 해도 워낙 대접이 허접하다보니 돈 버는 계획은 저 해저 삼만리 바닥에
다 묻어두시구요.. 정말 순수히.. 좋아서.. 그리고 글쓴님의 말씀처럼 한국미술계를 위해
희생할 각오만 생각하심이 좋을 것입니다.
>1. 미국에서 Art history나 Archaeology(고고학) 분야의 유명한 대학원의 ranking, 혹은
> 평판이 좋은 대학원들...각 대학원마다 신입생 뽑는 기준들...공부하는 환경 등등
>
>2. 미국에서 art history나 archaeology를 전공했을 때의 현지 취업 전망.
>
>3. 비전공자에다가 영어 공부했던 기억도 까마득하고 직장까지 다니는데다 나이까지 많은
> 제가 어떻게 하면 대학원에 합격할 수 있는지 전략이나 비중있게 준비해야하는 것들.
> (질문이 갱장히...포괄적이죠?...^^;)
>
>이상입니다.
>
랭킹이 딱히 나와있는 데는 없고, 미술사의 경우엔 대체로 유명한 대학이 미술사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현대미술의 경우 suny 계열의 학교 및, 몇몇의 주립대들, 또한 cuny쪽도 좋은
교수들이 있다고 하더군요.(제가 현대 전공이 아니라 잘 모릅니다만..) 아마도 그 쪽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참고 자료에 자주 언급되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와 맞으면
그 학교가 좋은 학교가 되겠지요.( 아 참 만약에 현대쪽을 하실 거라면 세부 전공 분야는
어느쪽으로 하실 건지 정하셨나요?)
비전공자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지금 글쓴님께서는 20대 후반이라고 걱정하시지만..
아직 30대도 아니잖습니까.^^ 그럼 아직 늦지 않으신 겁니다.
우선 기본적인 사항들.. GRE, TOEFL 등 준비해 두셔야 하는 건 아실거고..
미국에서도 인문학, 그 중 미술사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영어를 필요로 하므로 관련된 점
수도 좋아야 하고 또한 실제 실력도 좋아야 합니다. 한국어로도 수업이 어려운데 영어로
하는 인문학 수업.. 웬만한 영어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미술사 대학원에서는 20페이지 정도의 writing sample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 혹은 연구할 분야나 연구해 온 분야에 대한 글을 써서 보
내는 것이고(논문이 있다면 그 논문의 요약본 정도의 의미로) 실제로 입학 사정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일반적인 입학 지원과 비슷합니다.
>저는 나이가 많고 지금 직장도 남들이 보기엔 딱히 흠잡을 없기 때문에(모두들
>
>부러워하지만 저는 싫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많이 말립니다. 그래서 갈등도 더 많고요.
>
>그냥 국내 대학원을 갈까 고민도 많이 하고 있지만 학문 환경이 좀 더 나은 곳에서
>
>공부하고 싶더라구요.(제가 국내 대학원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랍니다)
>
>미술을 공부하겠다는 제 자신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지금보다 한단계
>
>발돋음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뜯어 말려도 함 해볼랍니다.
>
>좋은 정보 부탁드려요~~~~
>
>감사합니다.
열정이 높으시다니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한가지 불안한 것은 글쓴님의 현재 상황이 '남들이 부러워 할' 상황이라는 건데요..
아마 그렇다면 pay도 좋고 어쨌든 좋은 환경의 직장에 다니시나 보군요.
주변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 90%이고 나머지는 글쓴님의 강력한 학문적 열정
과 의지, 그리고 그 중에 느끼는 보람으로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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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비관적으로 말한 것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한 현실입니다. 왜 미술사학과가 그렇게 먹고 노는 과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의 상황은 학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정말 혹독하다
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저도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대학원에 들어와서, 많이 좌절하고, 많이 기뻐하고 했던지라
결코 글쓴님을 뜯어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글쓴님의 의지가 강하시다면 한 번 도전해 보
시길 권하고 싶구요. 또 그만큼 보람도 있는 곳이랍니다. ^^
단지.. 여러 부분에서 지금 글쓴님께서 유학을 가기에 기반이 좀 약한 듯 하니..
국내 대학원에 1년 이라도 다니시다가 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지만..
그것 전적으로 글쓴님의 선택이겠지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부디 불쾌함 없이 그냥 담담히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