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여기랑 메디컬 쪽 두곳을 자주 보는데,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글들 중에 나이를 제목에 언급하면서 "내나이 **인데 해도 되겠느냐?" 이런 글이 있다.
결론부터 말해서,
질문과 답의 핀트가 서로 안 맞는 것 같다.
항상.
질문자는 나이를 언급하면서 "이 정도 나이에도 졸업 하면 (딱 상위 50% 쯤의 성적으로 졸업한다고 가정시) 그래도 젊은 애들이랑 경쟁해서 살만하겠느냐" 이런 의미를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것 같고
답하는 쪽은 "인생 **년인데 안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즉 수명 중 이제까지 산 나이는 반도 안 되니깐 아직 당신 나이는 전체로 봐서 젊은거요, 젊은 마인드로 뭐든지 도전 고고씽~ 이러고 있는데
질문자가 산수 못할리도 없고, 나이를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얘기 좀 들어주세요~ 할때는 상대평가에서 할만 하겠느냐 이런 의미인데
리플들은 20대 초반, 아님 10대들이 주로 다는 건지 "인생 한번뿐이니~~" 이러면서 비관적인 다른 리플들을 밀어낸다.
인생 한번인거 누가 모름??
long story short, 법대를 늦은 나이에 가는 건
젊은 나이 동기들에 비해
먼저 체력 + 정신력 (의지력, 책임감 같은 건 나이에 비례할 수 있으나, 적응력, 유연성 등 다른 면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신력에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음) + 학습 능력 면에서 많~이! 불리하다.
+ 기회 비용. 비싼 학비는 다같이 내는 것이지만, 노땅이 그냥 현재 직업에서 만족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걸 3년간 포기하고 & 커리어 단절 위험까지 안고 이걸 새로 시작하는 비용.
노땅이 금년 혹은 내년에 들어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나왔는데, 그때도 최근처럼 경기가 정말 밑바닥을 친다면 그땐 *된다.
미국이 나이를 한국보다야 안 따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국 회사들이라고 washed out하면서도 덜 순진한 노땅들을 한국 회사보다 반길리는 없잖아?
같은 값이면 젊고 체력좋고 경험없는 풋풋한 신인들 고생 디립다 시키면서 착취하는게 편하지
알거 다 아는 경험 좀 있고 (즉 막 부려먹기 약간 어려운) 그러면서도 덜 빠릿~한 노땅이 편할리 없다.
그리고 + 외국 출신 (국적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마인드, 네트워크/코넥션이 미국에 별로 없는)이라는 불리한 점도 있다.
비자가 걸리면 상황은 더욱 어두움. 비자 스폰서해줄 만한 회사들은 왠만큼 대형이고 지원자가 넘칠텐데,
이런 회사들에서 구애받을 정도로 뭔가 갖춘게 있는 candidate가 될 수 있을까?
하면 된다 군바리 정신으로 운까지 따라준다면 다 할...수도 있겠지만,
제네럴 확률로만 봐서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즉, 익명 게시판에서야 무책임하게 "인생 한번뿐인데~"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 가족, 진짜 친한 친구가 그런 소릴 하면 먼저 말릴 것 같지 않은가?
인생이 모두 case by case이긴 하지만,
의외로 예외는 별로 없고, 범인들의 인생은 확률 통계를 즉 대세를 따르게 된다.
위의 상황만큼 우수한 인재가 아닌 90% 정도의 경우
결국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코리아타운을 맴도는 수준의 변호사가 된다고 치면,
입학 전의 상황과 비교해서 3년 이라는 시간 + 막대한 학비 + 기타 희생 (하다못해 가족의 희생. 로스쿨이나 메디칼 학생 뒷바라지 꽤 스트레스 받는다. 프라이드로 일부 보상이 된다 쳐도)을 투자한 졸업 후의 상황이
재수없으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름 뒤에 붙는 JD 타이틀빼고.
노땅들이 커리어 전환용 로스쿨을 생각할때는 무슨 이유든지 간에 현재 상황이 불만족스러워서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불만족이라서 다른 신천지 = 로스쿨로 옮겨왔는데, 거기서 죽도록 고생하고 나서 겨우 JD 달았는데 그때 상황이 입학전의 불만족 상황과 다를 것도 없거나 악화되었다면-_- (불경기라면 충분히 가능한 소리)
한마디로 3년간 삽질한게 될지도 모르잖아??!!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지!
로스쿨, 비즈니스 스쿨은 실용학문 학교로서, 즉 제1목적은 졸업 후 외부에서 취업이다.
(로스쿨에서 교수 되고 싶어서 로스쿨 왔어요~ 이런 희귀종자들은 좀 가시고)
PhD 따겠다고 논문 쓰고 철학 타령하는 그런 한가한 데가 아니란 의미.
로, 메디칼, 비즈니스 들어올때 법학이나 상학을 순수하게 추구하려고 오는 건 아니잖아?
물론 돈이나 시간의 제약이 없고, 설명 불가능할 만큼 강력한 & 모든 장애물을 뚫을 수 있는 passion이 생겨버려서 안하면 죽어버리거나 두고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면,
그럼 그땐 유일한 약이 직접 하는 거니깐 (연예인이 너무너무 되고 싶은 어린이처럼) 결국 어드미션 모드로 들어가게되겠지만,
적당히 어영부영하게 원하는 정도고,
혹은 현재 상황에 대해 막연한 불안, 좌절, 짜증
이런 동기로서 곁눈질하는거라면
솔직히 말리고 싶다.
늙었든 젊었든지간에
일단 엘샛을 엄청 잘보고 기타 요소들을 완벽하게 만들어가지고 반드시 톱 ** 학교에 들어가서,
거기서도 치열하게 경쟁해서 (한국 사법고시 뺨칠만큼. 사법고시는 그래도 한국에서 공부해서 한국말로 본다. 미국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외국과 외국어라는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다) 상위권 성적에 머물고
성적 뿐만이 아니라 다른 매력 요소가 있어서
졸업 후 서로 모셔가고 비자 스폰서 받아줄 만큼의 candidate
이렇게 되겠다는 진짜(!) 군바리 엑기스 정신이 없으면
그냥 시작하지 말기를.
칼을 뽑을 것이냐 말것이냐 잘~~~ 생각하고,
일단 뽑았으면 뭐든지 해치우겠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자신 없으면 뽑지 않아도 전혀 괜찮다. 쓸데없이 뽑아서 휘둘러도 되는 칼이 아니니깐.
실제 경험자 노땅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