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린입니다.
오늘 만큼은 존댓말과 시험 얘기를 내려놓고 그냥 나의 개인적인 얘기를 하려고 해요.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갖는 영화 보는 시간에 소울을 봤다. 평이 좋다는 얘기만 지나가면서 들었었는데 오늘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보게 됬는데 정말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재즈 내용도 나오고 그냥 기분 좋아지는 영화구나 생각했는데 점점 아이들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줄거리] (스포 주의)
중학교 밴드 선생님으로 생활하고 있는 조 가드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처음부터 밴드 선생님을 원했던게 아니라 재즈 뮤지션을 정말 하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던 와중 유명한 밴드의 오디션을 보게 됬고 결국에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맨홀에 빠져서 사후 세계에 도착한다. 어떻게든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던 조의 영혼은 컨베이어벨트 밖 알 수 없는 세계로 떨어진다. 탄생을 앞둔 아기 영혼들이 멘토 영혼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성격과 재능을 찾아가는, 이른바 Great Before ‘태어나기 전 세상’이다.
그 곳에서 멘토인 척 위장하고 배정받은 영혼이 22번이다. 22번은 지구에서의 많은 유명하고 뛰어난 사람들을 멘토로 배정 받았었지만 불씨를 찾지 못하고 지구로 태어날 수 있는 통행권이 안 만들어 져서 영혼으로 계속 남아있던 존재였다.
너무 지구로 돌아가고 싶었던 조 가드너는 자기 몸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서 감행하는데 착오로 22번이 조 가드너의 몸으로 그리고 조는 그 옆에 있던 고양이의 몸으로 들어간다.
조의 몸에서 있는 동안 22번은 지구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경험하고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이렇게 태어나는 것은 즐거운데 나는 왜 태어날 수 없었을까. 나는 태어날 자격이 없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게 지구의 삶에서 조금씩 적응 하던 동안 그 둘은 규칙을 어긴 벌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구 여행을 통해 22는 통행권을 받게되지만 조는 그 불꽃은 자신의 몸에서 경험한 것들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주장하고 22는 목적이 없는 자신은 지구에 갈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통행권을 조에게 준다.
조는 자신의 몸을 되찾고 꿈에 그리던 재즈 공연을 하게된다. 인생의 목적을 이룬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끝나고 얼마후 회의감이 들면서 삶의 목적이 뭔가 대단한 이유가 없어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된다.
망령이 된 22번을 구하면서 대단한 이유가 없어도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영화 내내 불꽃은 인생의 목적을 찾으면 얻는 것이라고 믿어왔는데 사실은 삶을 살 준비가 됬을 때 얻는 것이었다.
그렇게 22번은 일상이라는 살고싶은 이유를 찾게되서 지구로 가고 조 또한 몸으로 돌아가게된다.
조가 매 순간순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짐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리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이들만 타깃이 아닌 것이 느껴졌고 성인, 그리고 청소년들이 보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을 뛰게하는 매일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는 꿈과 목표의 소중함이라는 뻔한 결론을 예상하며 영화를 계속 봤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일때 영화의 결론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가슴을 뛰게하는 꿈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은 인생일까? 그리고 내가 너무 굳게 믿는 목표를 위해서 달리다가 우리 주위에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조는 후자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자신의 현실인 중학교 밴드 교사를 불행하게 생각하며 “내가 재즈 밴드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인생의 모든 염원이 이루어지면서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경주마 처럼 그것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그 와중에 지나친 인연과 소소한 행복감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결국 재즈 밴드에서 공연을 했지만 그것이 그렇게 큰 행복감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특히 22가 망령으로 변하고 그 안으로 조가 들어갔을 때 22가 계속 반복적으로 말하던 ‘나는 부족해’ ‘너는 목적이 없어’가 나를 울렸다. 22의 작고 움크린 자신없는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다. 끝임없이 나의 결과를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 수도 없이 나를 낮게 깔고 내 자신을 갉아 먹던 나와 너무 비슷했다. 나의 목표를 위해서 나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고 그 목표에 확신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내가 그 목표를 달성 할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사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던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 비슷한 목표 (대학, 시험 점수, 학점, 교환학생, 취업 )들을 쫗아갈때 길을 잃을 때도 많은데 그럴때 마다 내가 이럴 자격이 있는지, 너무 뛰어난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세삼 조와 22가 삶의 목적을 찾아야한다고 말할 때 나도 무의식 적으로 동의하고, 나의 목적은 “대학을 가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2가 자기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것이 자신의 삶의 목표라고 했을 때도 조와 같이 ‘그게 뭐야. 저런건 목적이 아니지’라고 머리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나는 삶의 목표가 없으면 어느정도는 가치가 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이미 내제되어있었던 것이다. 항상 무언가를 향해서 달려야하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 써야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의 메세지가 너무 소중하고 마음을 울리는 것 말고 더 좋은 점은 연출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 하였을때 처음에는 너무 애들 영화처럼 다가오는 건 아닌지 걱정을 조금 했었는데 위에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 애들 만화보다는 더 나이가 있는 대중에게도 다가가리 쉬운 그림체를 자랑한다. 또한 조 가드너의 주 관심사인 재즈 음악이 계속 나오는데 음악 선정이 영화의 예술성에 더한다.
영화 전체적으로 계속 나오는 가장 큰 의미는 삶은 그 자체로도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 일하는 우리의 인생에서 너무 쉽게 까먹는 점인 것 같다. 소울을 보면서라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