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홍콩 유학생활기도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피드백 환영하니 많은 댓글 달아주세요! 연재 컬럼을 이 글로 처음 접하셨다면 #1부터 읽고 해당 글에도 피드백 남겨주세요! 모두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고요 :)
이전 해와 마찬가지로 Interim 여행 시즌이 돌아왔고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르단, 라오스, 스위스, 멕시코를 선택하였고 랜덤으로 진행되는 학교 측의 결정에 따라 남아공으로 가게 되었다. 남아공 역시 피지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어김없이 나를 또 부러워하였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첫발을 내딛은 3월, 나는 정말 너무나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피지와 남아공 둘 중에 하나 다시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 않고 피지를 선택하겠지만, 남아공은 피지와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남아공에서 우리는 이름만 들어본 다양한 고기들도 먹어보고 시골의 현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도 가르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문화 체험도 하였다. 남아공에 가서 정말 놀랐던 점은 우리가 평소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존재 여부에 전혀 신경조차 안 쓰는 계산기, 스티커, 선글라스 등의 자잘한 것들이 남아공 아이들에게는 사치품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갔던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그때까지 계산기는커녕 칭찬용 스티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계산기를 갖고 놀면서 너무나도 행복해하였고 스티커를 럭셔리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각자 얼굴에 여러 개씩 붙이고 낄낄거렸다. 심지어 안경도 처음 봤는지 불쌍한 얼굴을 하며 안경을 써보고 싶어 한 아이들도 있었다.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가봤고 아마 앞으로 갈 기회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아프리카는 나에게 기나긴 여운을 남겼고 나로 하여금 아무리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만들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아프리카 난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밥 깨끗이 다 먹자’라는 말의 유효성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 현지 여행은 한번쯤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은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직전년도에 비해 몇 배는 할 게 많았고 정말 힘든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의 선이수격인 Advanced Placement (AP) 과목들을 듣고 학기가 끝나면 AP 시험도 봐야 되고 SAT1, SAT2도 보기 시작해야 했다. 나는 AP Macroeconomics, AP Microeconomics, Honors Calculus, 중국어 레벨 5 등을 들었는데, 중국어도 내 수준보다 훨씬 높았고 수학이나 경제학도 AP나 Honors였기 때문에 수준이 매우 높아서 고생 꽤나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AP Chinese 와 AP Music Theory를 내가 따로 공부해서 보겠다며 시험 신청도 해놓았다. 그래도 제일 어려웠던 경제학 및 수학은 숙제가 별로 없었는데 영어 수업에서 숙제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있어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과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70%가 영어 수업에 사용되었다.
특히 당시에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Junior Research Paper (JRP)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이 JRP는 같은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한 달간 각자 한 가지 토픽으로 리서치를 하고 리서치한 정보를 토대로 10장 분량의 에세이를 쓰고 동일한 주제로 반 학생들과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하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며칠 동안 리서치한 정보를 바탕으로 아웃라인을 만들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반박을 다 조사하며 글이 본인의 논지에 적절하도록 에세이를 쓰되 최소 8개의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참고문헌으로 써야했다. JRP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Credit도 세 개나 되었고 평가도 매우 빡빡하여 에세이에 MLA 포맷이 조금이라도 안 되어 있거나 그런 사소한 것들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동 fail이었다. 따라서 2주~1달 동안 JRP에 올인 하다시피 해야 되었고 뭐 하나라도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해야 됐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다행히 나는 Credit 3개를 다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모든 과목의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벌써 밤이 되었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제대로 할 시간도 없었고 그래서 시험도 원하는 만큼 잘 보지 못했다. 보통 리서치를 요구하는 과제들은 끝도 없이 리서치를 해서 더 좋은 자료를 많이 구하고 창의력을 요구하는 과제들은 어떻게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중간에 새로 하고 또 생각하다 바꾸다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 가기 마련이었다. 기말고사로는 한 학기, 즉 6개월 동안 배운 모든 것을 토대로 시를 쓰든 동영상을 만들든 그림을 그리든 본인이 하고 싶은 유형으로 마음대로 제작 후 제출한 결과물을 평가받았는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하고 영상을 만들기로 결정한 후에는 직접 비디오를 만드느라 시간은 계속 흘렀다.
보통 내 나이대면 제일 쌩쌩하여 일주일간 밤을 새워도 끄떡없어야 한다는데, 나는 왠지 새 학년 들어서 더더욱 피곤해졌고 매일 밤 12시만 되어도 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세수를 하고 와도 책상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책상에 이마를 박아 혹이 난 적도 있고 컴퓨터를 하면서도 졸고 밥 먹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입으로는 밥을 씹고 있음에도 졸고, 심지어는 일어나서 공부하려해도 서서 졸다가 앞으로 고꾸라질뻔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3시간이라도 잔 후 새벽 4~5시쯤에 일어나서 남은 시험공부를 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어쩔 때는 수업을 땡땡이치고 부모님 메일로 아파서 결석할 것 같다는 메일을 과목 선생한테 보내고 그 시간에 혼자서 시험이 있는 과목의 공부를 하고 그 다음 날 따로 시험 보러 간 적도 있었다. 그만큼 과제나 시험을 최대한 잘 해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 외에도 여러 활동들을 하였는데, 학교의 수학&과학 센터에서 1년간 학교 후배들의 수학과 과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나는 이 tutoring 동아리에 지원하여 여러 지원자들을 제치고 튜터로 선발되었다. 학생들을 도와주고 가르치려는 열정과 내 수학, 과학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렵고 수준 높은 Honors 클래스를 들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갖고 찾아오면 잘 설명해 줄 수 있었고 어려운 문제들은 다른 튜터와 협심하여 성의껏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학생들을 멘토링하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나도 같이 배워감을 느꼈다. 나는 또한 수학 Modelling Competition에 참가하여 Honorable Mention이라는 영예도 얻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열리는 이 대회는 팀별로 다른 문제들이 주어지며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에 대한 정보를 리서치하여 그래프를 포함한 리포트를 써 내야 한다. 나와 팀원들은 며칠 동안 같이 연구하며 열심히 한 끝에 입상을 하였다. 또한 학교와 자매교류를 맺은 해외의 여러 학교들과의 결연을 통해 중국 상하이의 국제학교에서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성인연주자 60명 이상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 단원으로도 활동하며 한국의 예술의전당과 같은 홀에서도 정기적인 연주회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홍콩 정부의 지원하에 홍콩 시골의 아파트촌이나 공원에서 야외 연주회를 갖기도 하였다. 우리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어르신들, 어린 학생들 등 남녀노소를 보면서 기쁨을 준다는 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