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UN이 지정한 물부족국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만 사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물이 부족한 지 모르고 살지요. 수도요금도 꽤 저렴한 편이고, 수질도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겠군요. ㅋ)
그러면 호주는 어떨까요?
아주 심각한 물부족 국가 입니다.
아니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가 왜 물이 부족할까 싶지만, 더군다나 호주에서 물놀이는 빠질 수 없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그것은 호주가 당면한 하나의 과제입니다.
색칠된 부분이 물부족이 심한 동네입니다. 그나마 해안가에 도시들이 만들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이유가 물 때문이라는데요.
물부족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의 하나가 썬샤인 스테이트 퀸즐랜드 주인데요, 제가 있을 당시 항상 Water Restrictions level 5를 넘나드는 상황이었지요. 작년 이 무렵에는 계속 비가 와서 가뭄이 해갈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브리즈번에서 필요로 하는 물을 공급하는 댐이 바보같이 지어지는 바람에 물이 와도 물이 모이지 않는다네요. 거기에 강한 햇빛 때문에 증발량이 많고, 토양이 빗물이 땅속에 스며버린다고 하는군요. ㅋ
태양이 너무 빛나서 물이 부족하다는 카툰이군요.
도시에서는 일단 건물의 외벽을 청소하는 일은 금지가 되고, 목욕은 당연히 금지이고 샤워는 4분 이내에 하라는 광고를 여기 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잔디밭에 물주는 것도 안 되고, 수도꼭지 틀어놓고 세차하는 것 역시 안 됩니다. 어지간해서는 분수대 같은 것은 찾기 힘들지요.
4분짜리 샤워 타이머의 광고 배너.
그리고 그 제품이 이렇고..
퀸즐랜드 주 정부의 사이트에서 사용을 권하고 있습니다.
요것은 물 제한 등급 5 (Water Restrictions Level 5)에 대한 안내지요.
이것은 남성용 소변기이지요.
물로 씻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약품을 통해 변기를 씻어냅니다.
호주의 많은 공공 화장실에서는 이러한 절수형 제품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도시 뿐만이 아닌 농장 지대에서 심하다고 하는데요. 물이 귀하다보니 물값이 올라서 농장주인들이 농사를 위해 물을 대느라 수익이 남지 않아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덕분에 농작물 가격도 오르고 물가가 오른다는 악순환도 발생을 하지요. 오죽하면 주정부에 물에 대한 주무 부서(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and Water)가 따로 있을 정도지요. 퀸즐랜드 주정부 링크를 해두었으니 궁금하시면 클릭을 해보시고..
이런 이유에서인지 호주에서 집을 렌트할 때 수도세는 원 주인이 내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렌트를 하여 사는 사람은 전기와 가스료만 내면 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수도세는 누진세가 적용되어 많이 사용하게 되면 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내보지 않아서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다른 사람이 렌트한 집에 쉐어를 구할 때 수도세는 안 내도 된다는 말은 원래 안 내도 되는 것이니 생색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하루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머니뻘 되는 마리 선생님,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무스타파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잠꾸러기 : 여기는 물부족 현상이 심한 것 같네요.
마리 선생님 : 그래.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도 물부족 현상이 심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니?
무스타파 : 우리 나라에서는 담수화 설비를 이용하여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고 있어요.
잠꾸러기 : 호주는 바다가 사방에 있는데도 왜 이런 일을 하지 않나요?
마리 선생님 : 글쎄. 무엇보다 담수화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고, 필요량을 감당할 만한 설비를 갖추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구나.
잠꾸러기 :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은 없나요?
마리 선생님 :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 최근 들어 급격한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구가 늘어난 것이 1차적인 원인이고, 몇 년째 계속된 가뭄도 무시할 수 없지. 환경 파괴에 대한 불이익을 이런 식으로 받는 거란다.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거주하는 사람들이 물을 아껴서 써야지.
(대화 후 선생님이 가고 나서..)
무스타파 : 난 물을 막 쓸거야. 어차피 난 공부하다가 사우디로 돌아가거든.
잠꾸러기 : ㅋ
번사이드의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 SA의 한 도시라는데 저는 잘 모르는 곳입니다. ㅎㅎ
이것은 와닿는 광고네요. ㅋ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호주에서는 수돗물을 그냥 마십니다. 한국인들은 간이 정수기를 사서 쓰기도 합니다만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시는 것이 이 곳의 방식입니다. 맛은 어떠냐면.. 우리보다 소독약 냄새는 덜 나는 것 같네요. 사실 처음 마실 때 조금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그냥 마시며 잘 살았고, 아직까지 별 부작용은 없는 듯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암과 호주" 입니다. 여기서 암은 cancer 입니다. 호주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은 암 중의 하나인 피부암, 그리고 다른 암과 관련된 이야기를 짤막하게 써보겠습니다. 예고를 하는 이유는 제가 무엇을 쓰려고 생각했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헤매기 때문입니다.ㅎ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