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난지 약 34시간 반 만에 애들레이드에 다시 왔어요. 애들레이드는 직항편이 없어서 반드시 최소 한 번은 경유해야 하는데 두 번이나 경유를 하다보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ㅎ 시차적응은 할 필요 없지만 오랜 시간 공중에 떠 있다보니 두 발로 땅바닥을 딛고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무리가 오는 듯합니다.
24일 8시 20분 인천 출발 10시 50분 나리타 도착
20시 05분 나리타 출발 6시 50분 시드니 도착
25일 10시 시드니 출발 11시 35분 애들레이드 도착. 그리고 집에 오니 오후 2시 30분.
인천공항에서 여권 사증란에 "비자" 가 없다는 이유로 잠시 실랑이가 있었는데, VEVO시스템 덕분에 비자 종이딱지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지난 번에도 잘 다녀왔다고 몇 번이나 설명을 하여 간신히 통과하였습니다. 막상 호주에서는 여권만 들이밀자 "뭐하러 왔니?" 혹은 "너 어디서 살거니?" 이런 것도 묻지 않고 바로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말이죠.
좋았던 점은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는 동안 짐을 알아서 옮겨주어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장시간 비행인 시드니행 비행기에서 운이 좋아 비즈니스석에 앉아서 오게 된 것이지요. 좌석은 편했지만 옆에 누가 앉느냐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며 오게 되었습니다. 에효~
이 자리를 빌어서 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4일 한국에 갔을 때, 신종플루의 위험성 때문에 집에 바로 가지 않고 친구 집에서 8일 동안 머물렀는데요. 엄마 건강이 좋지 않으시고, 일을 하시는 곳도 이런 것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어서 저는 별 일이 없더라도 혹시라도 모르니 조심하는 차원에서 친구 집에서 머물렀는데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고 와서 지내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지요. 이번에 출국을 할 때도 아침 비행기라서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일부러 전날 집으로 와서 새벽에 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더군요.
오늘의 이야기는 길지 않은 몇 시간 동안의 나리타공항 탈출기입니다.
출국 전 이틀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탈진 직전이었기에 공항에서 9시간 동안 데굴거리며 놀고 있을까 했는데, 음식도 사먹어야겠고 MP3도 시드니에서 잃어버리고 온 뒤라 할 일이 전혀 없어 아주 심심할 것 같아 공항을 빠져나가기로 합니다. 혹시 몰라서 예전에 남은 엔화를 긁어오기를 잘 했지요.
기내식이라고 이런 것을 주기는 했는데 간에 기별이 가다 말았어요.
태워준 친구와 아침이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예기치 않은 실랑이에 시간이 없어 그냥 헤어진 탓에..
경유시 입국수속을 하게 되면 공항세를 내야하는데 당일 환승에는 나갔다 와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는데 정답은 후자인 듯합니다.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따로 돈을 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요.
나리타공항은 첫 방문이 아니어서 익숙한 발걸음으로 나가서 열차표를 사러 갔습니다. 그런데.. 행선지를 정하지 않았는데 도쿄 여행을 한 듯한 한국인 아가씨들이 신주쿠행 표를 사길래 저도 그냥 신주쿠로 가기로 합니다. 아가씨들을 쫓아간 것은 아니고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어서 신주쿠에서 시부야, 하라주쿠 근방이나 돌아보기로 한 거죠. 요코하마에 가고 싶었는데 거리가 좀 부담이 되어서 말이죠.
11시 48분 이케부쿠로, 오후나행 열차를 탑니다.
이 열차는 도쿄역까지 함께 갔다가 분리가 되므로 잘못 타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지요.
자기 표에 쓰인 좌석을 정확히 찾아서 앉아서 가야 합니다.
영수증 쪼가리같은 호주의 열차표와 비교하면 많이 고급인 일본의 열차표지요.
여기도 보통열차구간은 우리나라 종이승차권보다 구리구리한 녀석을 주기는 합니다만..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면 늘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데요.
도쿄역까지만도 2980엔이나 하니 비싼 열차이지만
단기체류 외국인의 경우는 위의 티켓 그림에서 보이듯이 1500엔에 살 수 있습니다.
이 열차의 단점이라면 장거리 열차가 아니어서인지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외국인용으로만 판매하는 나리타익스프레스 + 스이카라는 교통카드 세트입니다.
일본 관광청의 요코소 저팬 브랜드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흠..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으니 누군지 모르겠군요. ㅋ
귀여운 승무원에게서 맥주를 한 캔 사서 마십니다.
제 취향으로는 일본 맥주 중에서는 삿포로의 에비스가 무난한 듯 싶어요.
그러나 산토리밖에 없어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예 텅텅 빈 채로 운행되는 칸도 있군요.
드디어 신주쿠역에 도착합니다.
이 열차는 제가 타고 온 것은 아니고, 반대편의 나리타공항행 열차인데요.
공사관계로 잠시 열차가 지연이 되는 것도 이미 시간표에 반영하여 정시도착을 하지요.
천재지변 이외에는 거의 시간이 들어맞는 일본의 열차입니다.
생각없이 신남쪽 출구로 갑니다.
지도나 책자는 전혀 없고 그냥 감으로 이동을 하는거죠.
그나마 서쪽 출구 지리를 아는 편인데..
우산도 없는데 비는 오락가락하더군요.
그 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는데요.
비타민워터 무료판촉행사였습니다.
얼른 틈에 끼어 하나를 받아서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은 일본인들이 저에게 길을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호주에서 만나는 일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일본인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하지만
저는 "전통적인" 한국인의 모습은 아닌지라 처음 보면 차이점을 찾지 못하나 봅니다.
그래서 길가다 보면 물건을 잘 주고 역시 잘 받아 옵니다. ㅎㅎ
"아사히 수퍼드라이" 주점인데요.
맥주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인가 보군요.
우리나라도 하이트 등의 맥주 브랜드를 앞세운 체인점이 있지요.
일본의 호객행위는 아주 유명한데요.
비 오는 날에도 외국인까지 나와서 하고 있군요.
잠시 그쳤던 비는 제가 길을 걸어다니자 내리기 시작해서 지하도로 피신하기로 합니다.
아.. 비는 밤에만 오고 낮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따끈한 국물이 마시고 싶어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기로 합니다.
사실 이 곳은 전에도 와 본 적이 있는 곳이지요.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는 아는 곳을 가고 싶더군요.
덕분에 길을 찾느라 잠시 헤매기는 했지만요.
짬뽕과 교자세트를 특별할인 중에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이것을 주문합니다.
나가사키 짬뽕은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의 짬뽕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실제로 나가사키에서 먹었을 때는 맛이 좀 강해서 제 친구는 못 먹겠다고 하더군요.
저야 일단 시킨 음식은 다 먹고 나서 욕을 하든가 말든가 하는 편이라서..
이곳은 어느 정도 맛이 부드러워 그냥 괜찮은 듯합니다.
사진 개수의 제한으로 남은 이야기는 다음 번에 이어서 써야겠네요.
역시 호주인지라 사진업로드에서부터 시간의 압박이 찾아옵니다.
사진 사이즈를 줄이는 것도 그 덕분인데요.
클릭 후 1초에 끝나는 한국이 벌써부터 그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