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업로드도 버벅대고 두번째는 엑박에 애로사항이 많네요
열받은 김에 하나 더 올려 버리려고요.ㅠㅠ
Annus Mirabilis | 03. The whole nine yards
여러분 쇼핑 좋아하세요? (정통 어륀지 발음을 고수하는 누구씨는 소ㅑ~핑이라고 하려나요ㅋㅋ)
형형색색 신상들이 늘어선 백화점 매장을 지나가면 특히 여자분들은 지름신이 절로 오실 거에요-ㅠ-
관광도시로 명품 매장 많고 쇼핑몰도 많은 벤쿠버지만! 근검 절약 캐나다 답게 중고 거래도 역시 활발하답니다.
구매는 필요한 것만, 중고라도 개의치 않고 깨끗하고 튼튼한 제품이면 만사 OK 정신!
캐나다 중고 거래 하면 또 크레이그 아저씨네 리스트 Craigslist.ca가 있죠.
그런데 요즘 사건사고 많은 크레이그리스트..
일자리를 줄 테니 보증금을 입금해라 하고 튀어버린 사기꾼 뉴스. 정말 어이가 없죠? 없는 사람 등골을 빼다니!!
그래요, 저도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사건은 대략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 절친한 지인 중 한 분이 다운타운 이사 오실 때 Craigslist에서 집을 보고 리빙룸 렌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니저에게 집을 계약했다는 호스트는 제 지인 A와 일본인 B에게 각각 리빙룸과 룸을 주고 일본에 가버렸어요;
저는 아무래도 멀리 있는 사람하고 거래하는 건 위험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집이 맘에 든다고 속 편하게 있다가
호스트가 돈이 급하다는 독촉에 몇 달치 집세를 먼저 줬는데 알고보니 매니저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네요!
그리곤 일본으로 간 호스트 잠수..-_-연락은 안되고 고소할 방법도 없을 뿐이고.
몇 번을 독촉받다가 '내일까지 짐 싸서 나가라!' 는 최후 통첩을 받고 어울려 다니는 패거리들은 OTL하던 중
제가 잔머리를 굴려서 '집에 있는 거 다 팔아버리자!'고 꼬셔서!
야드 세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전봇대에서 위치와 시간이 나온 전단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Moving Sale이라고 나와 있네요.
아 우리 야드세일 한다규!!! 버럭!! Garage Sale이라는 말도 많이 써요.
주말이면 골목마다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야드 세일Yard sale. 이쪽으로 오세요!
동네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하는 야드 세일 풍경이 정겨워 보입니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발달한 문화일지도 몰라요. 우리 나라도 가끔 바자회는 하는데...그래도 부럽군요.
집에 있던 작은 잡화부터 큰 가구까지 열심히 정리했습니다.
제가 한국 집에 있을 적에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부모님께 사랑받았을 텐데요...(먼 산)
CD, DVD, VHS, 책부터 옷, 잡화, 가전 가구까지
집에 남은 돈 될 만한 것들은 싹싹 긁었습니다. 이놈시키 다행히 뭐 좀 놓고 가긴 갔구나.
없는 게 없이 다 있죠The whole nine yard!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말을 걸지만 기대만큼 장사가 신통치 않습니다.
아 햇볕은 따갑고 옆동네는 놀자판인데 괜히 나서서 판 벌여 놓고 뭔 고생인가. 구시렁구시렁- _-
저의 설득에 떠밀려(?)나온 저의 룸메 언니도 피곤하고 심심해서 표정이 멍~했어요.
힘들게 들고 온 가전제품들. 처음에 높은 가격을 매겼더니 진짜 팔리지가 않아요ㅠ.ㅠ
TV 사실 주력상품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누가 여기서 TV를 사서 가지고 갈까?
다행히 막판에 차를 가져온 분이 사가셔서 처음 예상가보단 싸게 팔았지만 치웠다는 점에 만족했습니다.
원래 집 옆 블록에서 몇 개 주섬주섬 팔았는데 쫓겨난 건물 옆 건물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내려오더니
'여긴 사유지인데 뭐하니! 너네 집앞에 가서 해!' 라고 하고 갔습니다. 어이쿠 죄송해요. 거기가 좀 넓어서 그만.
근데 쫓겨난 집앞에서 하는 거나 남의 집앞에서 하는 거나-ㅁ-
지인분 물건이 아니고 원래 있던 것 중 의외로 인기가 많았던 것이 요리책입니다^^
3권 팔았는데 처음 팔고 자신이 붙어서 나중 건 조금 더 비싸게 팔았어요(그래봐야 1불 비싸게.)
저 안마봉도 나름 강매?해버렸고..그릇들은 세트로 팔고.
장장 5시간에 걸친 호객 행위(미인계에요 미인계ㅋㅋ)와 막판 떨이 묶음판매로
끝날 때쯤이 되자 사진에 나와 있던 것들 대부분 처분하는 데 성공했어요!
Take over 비용을 모두 건지진 못했지만^^; 이사가는 데 조금은 보탰으려나요..
캐나다 문화 중 가장 흔하디 흔한 야드 세일이건만 이렇게 빨리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동기야 어떻든 재미있는 하루였어요. 하다보니 또 거상의 혼을 불태우며...
막판에 합류한 언니가 다 팔아주어서 잘됐지만 저는 약간 슬펐답니다^^; 나는 소질이 없나!
중고는 부끄럽고 허름한 게 아니라는 걸, 야드 세일이 알려 주었답니다
오늘의 동네 인기쟁이이던 중고로 튜닝한 차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