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동화책 중에 '작은 집 이야기'라는 작품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내며 흘러가는 시간을 지켜보던 작은 집은
개발에 밀리고, 도시 한복판에 흉칙한 모습으로 버려졌다가
결국은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에 의해 다시 한적한 시골 언덕 위에서 행복해진다는 내용이에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처럼 집은 대개 움직이지 않고 사람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잖아요?
하루 일과에 치이고 노곤한 몸을 가서 눕힐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게요^^.
오늘 이야기는 집 이야기입니다.
Annus Mirabilis | 04. House Of Sand And Fog
저처럼 워킹 퍼밋을 가지고 계시거나 ESL/대학 등으로 장기간 유학을 오신 분들에게 집이란..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해도 될까요-_-!!
한국에서 부모님과 계속 살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렌트비'가 나간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지요.
여튼 발 디딜 곳을 찾아 정처 없이 떠나다 보면 먼저 캐나다인의 무엇이든 해결하세요 크레이그 아저씨 리스트Craigslist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집을 장기간 렌트하거나 룸을 쉐어, 혹은 휴가 때 빈 방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housing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조건에 맞는 집들을 보다가 이거다!싶으면 기재된 연락처로 컨택해 보세요.
*이런 장점들이 있어요
-집 구하는 과정도 영어 공부
-외국인 룸메와 살면서 다른 나라 문화도 접하고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 제공
그렇다고 다 좋은 건 아니고요..:P
-사소한 환경, 생활 양식 차가 쌓이면 나중에 트러블이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거 제때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을 때가 많아요ㅠㅠ
-여자 혼자 집을 보러 간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기를 조심합시다-_-;;
정말 좋은 조건을 보고 연락했더니 내가 국제 자원봉사를 떠나서 여기에 없으니 돈은 계좌에 입금해 달라. 어쩌구 저쩌구 이런 패턴의 답장이 오면 KIN. 가볍게 즈려밟아주시면 됩니다.
편한 게 최고~가족같은 한국인 룸메!
-같이 밥해먹기 편합니다. 돈도 많이 굳어요
-트러블이 적고 의사소통 불편이 덜 있을 수밖에요.
그렇다고 한국인 룸메가 진리이냐? 이건 상대적입니다.
-대개 불법인 테이크오버(Takeover. 가구 일체에 대한 비용을 나가는 이에게 지불하고 자기가 나갈 때 다음 사람에게서 받는다)를 시행합니다. 일본 친구 말로는 요즘 한국사람들한테 배워서 일본인도 하는 편이라고;
-영어를 쓸 일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룸메 구하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이쪽은 제공하는 정보가 간단한 편이라 헛걸음하기 쉬우니 가까운 곳이 아니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건물에 직접 렌트 광고가 붙어 있는 경우는 대개 건물 전체 혹은 아파트 한 호 전체를 렌트입니다.
장기 거주하실 때 싸게 찾아서 룸메를 받으면 귀찮아도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방을 보러 다닐 때 어떤 조건을 살펴봐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월세rent/보증금deposit/테이크오버Takeover/유틸리티Utilty(각종 요금)
보증금은 대개 월세의 반이고 나가기 1달 정도 전에 공지하고 파손한 기물값을 제외하고 돌려받습니다.
규정인원(돈 아낀다고 규정 초과 인원이 같이 살다가 걸리면 호되게 벌금을 뭅니다. 안전하게 갑시다-ㅁ-)
가구furnished-책상,의자,소파,침대,이불,베개,수납장
부엌-화력,식기,조리도구,싱크,수도꼭지
화장실-변기,세면대,샤워커튼,수도꼭지
그 외에 집의 방향, 햇빛, 환기, 온도, 난방, 인터넷, 케이블TV 등
먼저 살고 있는 사람들과 궁합도 정말 중요하죠. 무슨 일을 하는지, 집에는 얼마나 자주 있는지.
파티를 좋아하는지, 담배나 위즈(마리화나)를 피우는지...
주변에 은행, 마트, 편의점 등이 가까이 있는지도 살펴봐야죠.
발코니가 없고 있고의 차이? 빨래를 공짜로 건조시킬 수 있느냐 없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아, 발코니가 넓다면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네요'-'ㅋ
아파트의 경우 전용 세탁시설 laundry room이 있고 저희 아파트는 세탁 건조 각각 2불씩 하는 편이에요.
집이 동화 속 집처럼 예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캐나다는 집들이 예뻐서 좋아요.
고양이님과 집사가 살고 있어요(고양이 주인들은 자기를 흔히 이렇게 부르죠. 고양이님이 너무 도도해서-.-)
혹시 집에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성격이 어떤지.
또 자기가 알러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도 체크해야 합니다.
아파트의 경우는 매니저도 있고 보안이 더 튼튼하지만(한국이랑 비슷)
타운하우스의 경우에는 사설 보안업체를 쓰거나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정작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봐야지 생각하다가
저는 귀찮아서 처음 본 집에서 계약하고 무리 없이 잘 지냈답니다.
다만 카펫이 조금 싫고 더 싸게 살고 싶어서 얼마 전에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했어요:)
한국에서는 기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이 아파트 광풍 혹은 거품에 휩싸여 있잖아요.
여행왔던 외국 청년이 논문 써서 박사인가 석사도 받았대요.
저는 4 단지가 한꺼번에 재개발되어 35층이 넘는 성냥갑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는 광경을 보며 경악하다가
적당히 빌딩이 있어도 아기자기 예쁜 집들이 많은 캐나다에 와서 너무 행복해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처럼 빨간 벽돌에 제라늄 화분이 놓인 내 집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여기나 거기나 집값은 비쌀 뿐이고(엄마 보고싶을 뿐이고ㅠㅠ) 북미도 부동산 버블로부터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바닥을 친 직후인 지금이 미국에 집 사기 좋은 타이밍이라는데 과연...
내 쉴 곳은 내 집 뿐이리를 외쳐도 혼자 살지 않으면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고요.
덕분에 오늘 제목은 home sweet home에서 house of sand and fog로 암울하게 바뀌었어요.
휴식을 위한 집을 위해서 오늘도 이렇게 노동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기도 해요.. - _-
제가 혼자 지나다니면서 안나 수이 집이라고 부르는 집이에요.
집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볼 것도 많고 주위 편의 시설도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예뻐서^^저는 그래도 집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며칠 전부터 'tv 촬영함' 공고가 붙어 있더니
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집 앞이 촬영팀으로 북적북적했습니다.
조금 일찍 왔으면 혹시 엑스트라 써 주지 않았으려나..'ㅁ'
다음엔 집 앞에 있는 스탠리 파크 얘기를 해 드릴게요(사실 자랑이 하고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