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숙제한다고 책을 폈다가 신문보고 TV보고 딴짓하느라 밤을 꼬박 새서 아침에 겨우 숙제를 하고 간신히 학교에 갔다가 와서 잠을 잤습니다. 그다지 바람직한 생활은 아닌데..
유니언 파티가 있어서 역시 공짜 음식을 받아서 요기를 했지요. 매번 공짜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으니 나중에 심심할 때 전해드리도록 하고 이번에는 호주의 정치인 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해드리도록 하지요.
호주인들 역시 정치인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고, 정치인들이 의회에서 싸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들리는 바로는 서로 견제하면서도 대화하고 타협하는 면에서 우리 나라보다는 앞서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외국인으로서 남의 나라 호주의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며칠 전 아나 블라이(Anna Bligh)라는 정치인이 호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지사로 선출이 되면서 주목을 받아서 신문을 뒤적이고 인터넷 등에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을 했습니다. 블라이는 2007년부터 퀸즐랜드 주지사가 되기는 하였지만, 투표로 선출된 것이 아니고 전 주지사의 정계 은퇴로 승계받은 것이라 완전치 못한 면이 있었는데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서 정식으로 주지사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미 현직 주지사의 프리미엄에 차지하고 있는데다, 요즘 호주 국민들이 노동당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어서 상당한 격차로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미 마가렛 대처가 20여년 전에 총리를 역임했고, 현재 독일도 안젤라 메르켈 여성 총리가 재임 중입니다만 호주에서는 여성의 참정권 인정(세계 2번째), 피참정권 인정(세계 최초)에 비해 여성 정치인들이 그다지 활약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획기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아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Anna Bligh, Premier of Queensland
블라이 누님이 최초의 선출직 정치인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이라면, 임명직 정치인으로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는 호주 부총리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가 있지요. 공식 직함은 Deputy Prime Minister; Minister for Employment and Workplace Relations; Minister for Education; Minister for Social Inclusion 이니까 도대체 몇 가지의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
Julia Gillard, Deputy Prime Minister etc..
올해 47세의 길라드 부총리는 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호주에서는 동거 역시 결혼과 거의 동등한 효력이 있지요. 덕분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보지 않고는 인생을 알 수 없다는 인신 공격을 당하기도 했는데요.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어떤 사회적 압박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지요.
그녀의 이력은 독특한 면이 있는데, 웨일즈 출신의 이민자이고 처음 정착한 곳은 애들레이드랍니다. 애들레이드 대학에 입학했다가 멜버른 대학으로 옮겨서 졸업을 했고, 이후 로펌에 들어가 파트너까지 되었다가 정치계에 입문하게 되지요. 현 빅토리아 주지사인 존 브럼비의 선출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좌파 노선인 노동당에서도 극좌파에 속하는 강경 노선을 가지고 있지요. 노동당에서도 현재 부두목을 맡고 있습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이군요.
남자친구가 미용사라는..
길라드 누님은 케빈 러드 총리가 2007년 12월 유엔 기후 변화 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웠을 때,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권한 대행이 되어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 호주인 여성이 되었답니다.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 휴가기간에 총리도 3주간이나 휴가를 갖는데요. 이 때 역시 길라드 부총리가 총리 권한 대행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는군요.
대학 재학 시절부터 Australian Union of Students의 리더였고(역사상 두 번째 여성 리더였다네요), 우리식으로 하자면 학생 운동을 했는데요. 변호사 출신답게 언변이 능하고, (가끔은 상당히 공격적인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섹시한 이미지로 (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인기가 있어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전국지인 The Australian은 그녀의 업무 수행 평가는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할 정도로(총리 케빈 러드는 7점) 업무 능력도 인정을 받고 있지요. 만약 호주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면 이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군요.
그리고 아시아계 정치인으로 페니 웡(Penny Wong)이라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출신의 여성이 있지요. 8살 때 이민을 왔다는데 영어를 참 잘해서 부럽습니다. 의회에서 다른 의원들과의 대결에서 설전을 벌일 때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 참 멋지더군요. 역시 애들레이드로 이민을 와서 애들레이드 대학을 졸업했고 SA의 Senator, 그리고 현재는 Minister for Climate Change and Water 입니다. 기후 변화와 물 어쩌고.. 마땅히 번역하기가 그렇군요. ㅋ 40세로 젊은 나이에,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유입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분 역시 앞으로 정치적 입지가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Penny Wong, Minister for Climate Change and Water
이 밖에도 지난 선거에서 당시 총리였던 존 하워드를 이겼던 맥신 맥큐(Maxine Mckew)라는 ABC 아나운서 출신의 여성 정치인도 있답니다. (호주는 많은 의석을 차지한 당의 두목이 총리가 되는 정치 제도지요.) 이 사람 역시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했다고 하더군요. 육아는 부담되는 일이 분명하지요. ㅎ
다음 이야기는 "도서관 둘러보기 2편" 입니다.